동아투위 국가 상대 손배소송 일부 승소 계기, "해직 언론인 제대로 된 배상 필요"

1975년 박정희 정권의 언론통제에 맞서 동아일보에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해직된 113명의 언론인들이 있다. 1980년 5월에는 전두환과 노태우의 '신군부'가 광주에서 민중학살을 자행한 것을 규탄하며 제작을 거부했다가 해직된 1천여명의 언론인들이 해직됐다.

민주정부 이후 정부의 언론 탄압이 잠잠해지는가 싶었다. 그러나 2008년 YTN기자 6명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 구본홍 전 사장 출근을 저지했다가 해고됐다. 2012년 공정방송 회복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던 MBC의 기자·PD들도 해고됐다. 2015년 권성민 MBC PD는 자사의 세월호 보도를 반성하는 글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다가 해고됐지만 지난 12일 대법원이 해고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상호 MBC기자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복직됐으나, MBC의 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3일 결국 사직서를 냈다.

 



75년 동아일보 해직언론인들이 모인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는 지난 4월 29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최종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8년 10월 21일 "1975년의 동아일보사 언론인 대량해임사건은 당시 중앙정보부의 불법, 부당한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례에 해당한다"며 국가와동아일보사에 대해 합당한 배상과 사과를 권고했다.

동아투위는 이 결정에 따라 2009년 12월 16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사과문 게재를 청구하는 소송을 했고, 법원은 진상규명 청구서에 서명하지 않은 40명과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받은 60명을 제외한 13명에게만 승소 판결을 내렸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를 비롯한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새언론포럼등 13개 언론시민사회단체는 17일 오전 11시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판결에 대해 "사법부의 수장과 많은 고위직 법관들이 정권에 종속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지난 수십년 동안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들의 원상회복과 국가 또는 언론사의 배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며 '해직언론인 원상회복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승소한 13명을 제외한 나머지 동아일보 해직기자들은 특별법 제정 이외에는 배상을 받을 길이 없게 됐다"며 "김대중 정부도 약속했지만 미적거리다 물러났고, 노무현 정부도 조중동과는 싸웠지만 해직언론인 원상회복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았다.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민주화가 된 지 한참인데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것이 의문스럽다"며 "이 분들이 살아오시면서 겪은 고통,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위해서 헌신한 것을 생각하더라도 전향적인 조치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천만원은 법원이 판결한 아주 소소한 액수일 뿐이다. 자유 언론을 외치다가 일터에서 쫓겨난 모든 언론인들의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이섭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는 "오늘날 우리 언론이 '기레기'소리를 듣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원죄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MBC와 YTN의 젊은 후배들이 아직도 복직판결을 받지 못하는 것은 유신 독재 시대 동아투위 선배들의 투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관련자들 처벌을 통해 다시는 언론계에 그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직언론인 특별법으로 과거 청산해야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안광한 MBC사장과 이진숙 대전MBC사장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동행명령장'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사람들은 청산되지 않은 역사를 믿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오늘의 특별법 제정 촉구는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언론인들의 삶과 명예, 자유는 통 크게 풀어내지 않고서는 각개 격파가 어렵다는 것을 투쟁을 통해 배우게 됐다"며 "언론개혁시민연대 모두 국가가 자행한 짓에 대해서 명백하게 국가의 책임을 묻는 특별법 제정 운동에 돌입하겠다. 후배로서, 언론학자로서 국가의 사과와 진상규명, 명예회복과 원상회복의 고개를 넘어내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성남 새언론포럼 회장 역시 "바른언론을 위한 투쟁은 우리 나라 언론의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한다. 가꾸고 지키며 후배들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특별법밖에 없다는 판단이 든다"며 "자본독재권력의 언론에 대한 간섭과 해꼬지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그 원인은 동아투위 선배들의 빛나는 투쟁이 정리되지 않고 묻혔기 때문이다. 바른 언론을 위해 싸운 선배님들의 명예를 위해 특별법이 제정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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