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수사기관들의 통신자료 무단수집 피해자 500명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청구취지는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자유 등에서 파생되는 헌법상 기본권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와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 3항, 제4항의 모호한 문언에 대한 '과잉금지원칙과 명확성의 원칙' 위반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비롯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한국진보연대 등 9개 시민사회단체는 18일 오전 10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신자료 무단수집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지난 2월 박병우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의 페이스북을 통해 '통신자료 제공내역 조회방법'이 공개된 이후 수천만건의 통신자료가 경찰과 국가정보원등 정보·수사기관에게 제공된 것이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역시 조합원을 대상으로 통신자료 제공내역 조회 결과를 수집한 결과, 조합원 97명의 통신자료 197건이 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 "언론인 통신자료 제공? 누가 공익제보 하겠나")

공동대리인단 단장을 맡은 장주영 변호사는 "정보·수사기관이 일 년에 천 만건 가량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데, 어떻게 쓰이는 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며 "모든 국민들은 다른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생활 할 권리가 있다.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그런 절차 없이 엄청난 양의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이런 위헌적 상황을 종식시켜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오윤식 변호사는 "영장도 없이 개인의 통신자료를 취득한 것은 사생활 침해의 목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또 전기통신사업법의 문헌에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이라고 되어 있는 것은 굉장히 모호한 규정이다. 애매하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문언은 위헌이다"라고 헌법소원 청구취지를 밝혔다.

이용마 MBC해직기자의 통신자료 역시 수집대상이었다. 이용마 해직기자는 "MBC 파업때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공개했었다. 이게 배임으로 고발되고 처벌도 됐는데, 그 내역이 공개된 배경을 수사한다며 내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며 "검찰이 PPT화면으로 내 통신자료조회내역을 보여주고, 누구와 통화나 문자를 했는지를 보여주는데 발가벗겨지는 느낌을 받았다. 사적인 통화내역와 문자들을 다 들여봤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용마 기자는 "언론인들도 백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조회당했다. 이렇게 되면 취재원들이 다 노출이 된다"며 "이러면 언론인들이 어떻게 취재를 할 수 있겠느냐. 언론의 자유 침해이자 취재 방해 행위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영화인 안보영씨는 "반신반의 하면서 무겁지 않게 통신자료 조회를 요청했는데 두 건이나 조회가 되어서 놀랐고, 모욕감이 들었다"며 "조회 사실을 알고 나서 그 시기에 무슨 일을 했는지 업무다이어리로 반추를 했더니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기간이었다. 또 무슨 일이 있었나 하고 페이스북을 봤더니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작년까지 일했던 시네마달이라는 회사에서 '다이빙벨'과 '나쁜나라'라는 다큐 배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안보영씨는 "왜 내 동의도 없이 개인정보를 가져갔는지 궁금하다"며 "어떤 재판에도 걸린 적이 없고 하물며 신호위반을 한 적도 없다. 모욕적이기도 하다. 내가 국가안전보장에 어떤 위해를 가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국가가 나에게 위해를 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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