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의 통신자료 무단수집에 공동대응 해 온 단체들이 국정원, 서울지방경찰청 등 정보·수사기관 등에 손해배상소송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3월부터 진행된 통신자료 제공내역 확인 캠페인을 통해 드러난 내역을 취합한 결과, 하나의 문서로 수십명의 통신자료가 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의 필요성, 상당성과 관련해 하나의 문서로 수십명의 개인정보를 확인한 것은 '과잉'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사례를 대상으로 통신자료가 무단 제공된 시민 중 24명이 국가에 손해배상청구를 했다.

양흥석 변호사는 "하나의 문서로 60개내지 80개의 개인정보를 다 확인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있고, 통상적으로 없는 수사방식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과잉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보통 자료제공요청서를 하나로 처리 할 땐 수사와의 연관성을 밝혀야 하는데 수사기관이 그것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통신자료 제공내역 수집 결과 서울지방경찰청은 2015-08588 이라는 문서번호로 73건의 통신자료를 제공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1월 17일과 18일 이틀의 자료 요청이었다. 11월 17일은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지 사흘이 지난 날이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 한 다음날이다. 가장 많은 날은 2015-09447 이라는 문서번호로 191건의 통신자료를 제공받은 2015년 12월 22일과 23일의 기간이다. 22일은 12월 19일 3차 민중총궐기 사흘 후다. 집회참가자의 신원파악을 목적으로 한 '기지국수사'가 의심되는 지점이다.

 



또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한 통신자료제공요청서 공개청구소송도 제기됐다. 제공요청기관이 어떤 사유로 정보를 수집했는지 이동통신사가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정보공개청구에도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는 국정원과 서울지방경찰청에는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SK 텔레콤과 KT, LG U+를 사용하는 언론노조 조합원 3인이 이통사를 상대로 한 공개청구소송에 참여했다. 조민지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자료제공요청서' 비공개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 함께했다.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조 활동 초창기에 눈에 보이는 미행을 당한 개인적인 경험을 갖고 있다. 회사측이 노조 결성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 뚜렷했고 내 눈으로 알 수 있어 공포스럽지는 않았다"며 "노조 활동 27년차다. 수십년의 시간이 흐르고 많은 제도적 보완이 있었고,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지금에 이렇게 통신자료가 털리고 있다는 게 공포스럽다. 왜 내 개인정보를 가져갔느냐는 질문에 누구도 책임있게 대답하지 않았다. 국민 전체가 문제의식을 갖고 이것의 불법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언론노조 조합원 전체가 통신자료제공요청을 하지 못했다. 법인폰을 쓰는 KBS나 MBC는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조합원들의 통신자료가 조회됐다"며 "한겨레의 경우 일선 취재기자는 물론, 논설위원이나 내근하고 있는 편집기자까지 통신자료가 제공됐다. 기자라는 특성 때문에 전화로 제보를 많이 받는데, 이런 상황이면 제보자가 어떻게 기자를 믿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3월부터 5월까지 두 달간 통신자료 무단수집 집계 결과를 살펴보면 노동조합에 소속된 사람들의 통신자료조회가 279명으로 가장 많았고, 활동가, 단체 소속이 144명으로 두번째, 언론인이 102명으로 세번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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