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공동선언 16주년 언론의 역할을 묻다

6.15 공동선언 발표 16주년을 맞아 언론의 역할을 묻는 토론회가 열렸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가 1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서울시 NPO센터 주다’에서 연 토론회에서는 1995년 언론노조(당시 언론노련), 기자협회, PD연합회가 마련한 <평화통일과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한 보도 제작 준칙>부터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보도제작 준칙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약칭: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약칭: 조선)으로 나누어진 남과 북의 현실을 인정하며, 상호존중과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상대의 국명과 호칭을 있는 그대로 사용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언론 3단체는 정했다.

또 객관적인 보도 제작으로 남북 사이의 공감대 확대, 언론자유를 근본적으로 가로막는 법과 제도적 장애 타파, 민족 공동 번영을 추구할 기사 및 프로그램 개발, 통일 문제에 관한 사회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공정하게 반영해 민주적인 여론 형성에 기여하자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제작 준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통일 관련 기사를 취재하는 기자들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는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대표의 사회로 김언경 민언련 협동사무처장과 김인구 뉴시스 북한전문 기자가 현 대북 관련 남측 보도의 현황과 문제를 짚었다. 토론에 이제훈 한겨레신문 통일외교팀장, 이정민 KBS기자,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장, 류지영 서울신문 기자(한국기자협회 남북통일분과 위원장),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이 참여했다.

토론회에 앞서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북한 문제 접근을 저널리즘 원칙에 따라 확인을 하고 평화 통일을 지향해야한다”며 “보도제작 준칙 정신에 따라 화해의 정신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을 되새기자. 6.15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일용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상임공동대표 “남북 관계가 뒤로 너무나 후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취재 현장이 중요하다. 현장에 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지만, 도대체 우리는 현장에 갈 수 없다. 노동당 대회에 가서 취재를 해야겠다는 의지조차 사라져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월6일부터 4월12일(98일) 사이의 지상파 3사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 관련 보도가 총 1,342건으로 선거 보도(842건)보다 많았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방송 3사가 지난 총선 기간 중 선거 보도 보다 북한 관련 보도가 더 많았다”며 “KBS의 경우 하루 평균 약 6.4건으로 사실상 쏟아냈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북한 도발을 지나치게 부각하거나 △사드 배치 관련 무조건적으로 찬성한 보도 △테러 가능성 강조하며 테러방지법 도입 강조한 것 △남측 군사 대응을 과도하게 보도하거나 △종북-마녀 사냥식 보도의 사례를 덧붙였다.

김 사무처장은 “거짓말쟁이 양치기와 같은 보도를 쏟아내면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인구 뉴시스 북한전문 기자는 “핵을 가졌다고 대화를 안 하는 것이 맞는가? 어째든 남과 북은 만나야 하지 않는가. 만나는 것이 첫 단계”라고 강조한 뒤 “평화 통일 하지 않는다면 이런 이야기 할 필요는 없겠지만, 평화 통일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아직도 북을 모른다는 것이 맞는가. 그동안 남북간 대화는 상대를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했던 것이 아니냐”며 “정상회담, 총리회담, 남북 간 합의서 등 할 것은 이미 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한겨레신문 통일외교팀장은 탈북자의 인용 보도 등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팀장은 “청와대를 출입해도 대통령의 마음을 모르지 않느냐. 심지어 북한을 폐쇄사회라고 하면서 탈북자들은 북한에 대해 너무나 잘 안다”며 “발화자가 충분히 신뢰도가 있는가.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가 공적 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은 대북 접촉 창구 일원화가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기자는 최근 중국 선양에서 6.15북측위원회 위원장과 인터뷰를 한 후 북한주민 사후 접촉 신고를 제출했지만 엄중 경고를 받았다.

김 기자는 “민족공동행사에 맞춰 방북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북측 초청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남측 대표단 명단을 팩스를 보내야 하는데 통일부는 북측과의 간접 접촉조차 수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지영 서울신문 기자는 언론의 조급증을 고치고 남북 상황을 냉정하게 보자고 말했다. 류 기자는 “‘30년 안에 통일이 되지 않을 것’을 전제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 체제 붕괴론에 너무나 집착해 보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정민 KBS 기자는 “긴장 상황이 고조되면 북한 뉴스 수요가 많아진다. 누구도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기사는 나가고 있다”며 “결국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 발표에 의존하게 된다. 정부발로 오보가 나와도 기자들 사이에서는 변명꺼리가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는 “북한 보도는 정확성을 쉽게 판단하기 어려워 휘말리기 쉽다”며 “내가 왜 남북 관계 보도를 하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되짚어 보면서 공통의 가치를 찾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장은 “대북 보도를 북풍 몰이, 양치기 등이라 하는데 소형핵탄두를 사실상 배치한 것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매일 보도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라며 발제문을 반박하는 주장을 한 뒤 “북한 관련 보도가 이성을 잃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반 이성적 측면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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