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이정현 녹취록 파문으로 되돌아 본 세월호 보도 점검 토론회

"기자분들에 대한 원망의 마음도 없지 않았는데, 오늘 말씀들을 들어보니 이제는 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저 분들이 저럴 수 밖에 없었는지 연민의 정까지 느껴집니다.

정부기관이기때문에 당연히 견제와 감시가 필요합니다. 저희가 제대로 조사 활동을 하는지, 안전사회를 위해서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지를 견제하고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사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사는 아주 지엽적이었고, 저희가 마치 세금도둑이 된 것 처럼 몰아갔습니다. 이게 우리 사회를 위한 올바른 비판이고, 올바른 견제고 올바른 보도 태도였는지 반문을 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특조위가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모습, 우리 사회가 어떻게하면 더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 지 취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말을 더 하면 또 다른 논란이 생길 것 같아서 이만 끝내겠습니다." - 김형욱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언론팀장

 

세월호 왜곡 보도에 지친 김형욱 세월호 특조위 언론팀장은 말을 아꼈다. 13일 오후 3시 프레스센터 18층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이정현 녹취록' 파문으로 되돌아본 세월호 보도 점검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고 말 한 녹취록이 공개된 가운데 전화가 실제 보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본 것이다.

KBS 해경 비판 보도 수정, MBC 세월호 발제 누락 등 재조명

정수영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2014년 5월 KBS 기자협회가 이사회에 제출한 청와대와 길환영 사장의 보도개입의혹 진상보고서를 공개했다. (관련기사 ☞ [뉴스타파] KBS기자협회, 이사회에 진상조사보고서 제출) 당시 길환영 사장은 해경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라고 지시한 적은 있지만 실제 보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길환영 사장이 보도본부장실을 방문한 5월 5일 당일 9시뉴스 '이슈 앤 이슈' 코너 원고 가운에 해경 비판내용은 상당히 약화됐다. 현재 공개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보도국장의 통화 녹취 날짜는 2014년 4월 21일과 30일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청와대가 직접적으로 KBS의 보도를 통제한 정황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호찬 MBC본부 보도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는 "이정현 홍보수석이 과연 KBS에만 전화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왜 MBC에는 김시곤같은 국장이 없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며 "청와대의 언론통제, 보도개입을 확인할 수 있는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공개됐다. 이 문제를 다루는 MBC뉴스의 태도를 보면 MBC도 청와대의 보도개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2016년 6월 30일 MBC뉴스데스크는 '세월호 보도개입'주장 녹음파일 공개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을 보도했다. 그러나 폭로내용보다는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해명에 더 무게를 실어 보도했다. 이정현 홍보수석이 "뉴스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달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내용은 빠진 채 시민단체들들이 "보도 통제를 주장했다"고만 전달한 것이다. (관련기사 ☞ [MBC 뉴스데스크] 이정현 'KBS 세월호 보도 개입' 녹음파일 공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 누락 사례들 역시 존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세월호 참사 보도백서에 따르면 해경을 비판하거나 정부를 비판한 아이템들은 전부 누락되거나 축소됐다. 4월 23일 "80명 구했으면 대단"하다고 말했던 해경 막말 파문은 "80명이면 많이 구했고, 대단한 것 맞다"며 현장 기자들의 발제를 묵살했고, 4월 26일 해경이 구조인원을 수백명으로 과장했다는 사실 역시 묵살됐다. 서울에서 해경 비판 보도가 계속 누락되자, 4월 24일 이후 목포MBC는 로컬 시간대에 해경 비판기사를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김형욱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언론팀장도 "목포MBC 기자 분들 정말 존경한다. 그분들이 어떻게 취재를 하셨는지 보았다. 정말 고맙고 존경스러운 기자분들이셨다"며 "서울MBC에 그런 기자분들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높은 분들을 제외하고는 필드의 많은 기자분들이 공감해주시고 도움을 주셨다. 왜 그 분들이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세월호 탐사보도로 25회 민주언론상, 2015 한국기자상등을 받은 정은주 한겨레신문 기자는 “한겨레21이라는, 하나의 취재만 계속 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첫번째 요건때문에 세월호 보도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MBC나 KBS에서 세월호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취재 하지 못한 것은 시스템의 문제가 상당한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보도 문제, 언론사 구조적 문제 분명해
SBS 긴급발제권, 한겨레 전체 기자 메일 발송 기능 등 실질적 대안 고민해야

정은주 기자는 “첫 날 현장에 갔을 때와, 1~2년이 지난 뒤 현장에서 많은 기자들이 사라진 것을 지켜보면서 이렇게 큰 사건에 우리는 왜 몰두하고 열심히 끝까지 가는 언론사가 없을까 생각했다”며 “첫번째는 조직의 문제였을 것이고, 두번째는 어쩌면 그 조직의 문제를 뛰어넘지 못하는 우리 자신들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다른 매체에 있었으면 달랐을 것이라고 말씀은 못 드린다. 저도 그런 기자들 중에 한 명일 뿐이고, 매체가 저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세월호 취재를 하면서 부끄러웠던 순간들이 많은데, 그 중 한 순간이 독일 기자가 ‘왜 참사가 정치적으로 반대와 찬성이 있을수 있느냐’고 질문했던 일”이라며 “그것에 대한 답이 아직도 없는 것 같다. 기자들이 거기에 답을 못하면, 이게 누구한테 이롭고 불리하다는 생각만으로 접근을 하게 되면 이 사건은 다시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또 반복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언론사에 있다가 한겨레로 갔는데, 한겨레에서는 소속된 전체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문화적 충격이 상당히 컸다.”며 “자기 기사가 합리적이지 않은 기준으로 누락되면 전체 기자에게 그 메일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가 전체에게 갈 수 있는 도구가 있고, 실질적으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어떤 사건을 취재할 때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질적 대안으로 이런 방법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대욱 S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장 또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의 녹취록 보도를 SBS는 긴급발제권을 통해 보도했다”며 “하지만 지속적인 보도로 나가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의지를 가지고 막겠다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상황”이라고 전했다. 긴급발제권은 중요 아이템이 뉴스에서 배제되거나 부적절한 아이템이 방송되 ㄹ때 현장 기자들의 집단 발제로 보도 실무 대표자가 편집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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