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보도로 알아보는 '권언유착'의 실상

 

"언론에서 외부세력을 찾았지만 없어서 저보고 외부세력이라고 했습니다. 저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있었는데 다 성주 사람으로 드러났습니다. 참 재밌네요. 이런 보도 행태들, 인터뷰 하는 방식들 때문에 저희들이 인터뷰 할 때 지침을 내립니다. 같이 녹음을 하면서 이야기 한 것을 그대로 실어주면 인터뷰를 하겠다. 안 그러면 인터뷰를 못한다고 하기로. TV조선이나 채널A같은 말꼬리를 잡아서 자기 맘대로 소설 쓰는 언론한테 그렇게 합니다. 인터뷰도 될 수 있으면 하지 말라고 합니다. (중략)

이런 언론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합니다. 국회에서 제대로 법을 만들어서 처벌했으면 좋겠어요. 정말 제도적으로 찌라시같은 언론을 막을 수 있는 것들을 강하게 요구하고 싶어요" - 이재동 성주군 농민회장

 

지난 8일 한미 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하고, 13일 배치 지역이 경북 성주군으로 결정됐다. 일주일도 안 된 사이에 군민들은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점검하는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검증이나 비판 없는 받아쓰기 보도, '외부세력 개입'등 군민 고립 보도, 주민들의 걱정을 괴담으로 치부하거나 반발을 폭력시위로 매도하는 보도, 보상금을 기대하는 속물로 폄훼하는 보도 등 권언유착형 보도가 일주일 사이에 압축적으로 쏟아져나왔다. 세월호, 강정마을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등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억압했던 정형적 보도 양상이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세월호 사고 때 '순수 유가족'이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밀양이나 강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국민들로부터 떼어내서 고립시키고, 밀양 주민들을 고립시키더니 이제는 성주 군민들을 고립시키려고 하고 있다. '외부세력'이라는 말로 고립시킨 다음에는 보상금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익숙한 프레임이다."라며 "방송법에서 언론은 민주적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정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균등하게 반영함으로써 나라의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게 해야 한다. 지금 우리 언론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KBS, MBC 사드 검증 보도 단 1건도 없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사드 배치 발표 당일인 8일부터 19일까지의 사드 관련 보도를 점검했다. 방송사들의 보도 분석 결과 KBS와 MBC의 '받아쓰기' 보도가 두드러졌다. KBS는 전체 27.5건의 보도 중 18건(65.5%)이 정부와 국방부의 입장만 받아쓴 보도였고, MBC 역시 전체 30건의 보도 중 16건(53.3%)이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쓰는 보도였다. 반면 SBS는 전체 32건중에 13건(40.6%), JTBC는 전체 47건중에 3건(6.38%)이 정부 입장 보도였다. KBS와 MBC는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의 효용성, 전자파 유해성, 배치 과정의 불투명성 등에 대한 검증 보도를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심지어 KBS는 주민의 반발을 전하는 보도도 없었다.

 

 

특히 사드 배치 반대나, 의혹 제기에 대해 '국가분열세력'이나 '외부세력'이라고 지적하거나 보상금을 노린다는 식의 보도들은 성주 군민들을 가장 아프게 하는 보도였다. 이재동 성주군 농민회장은 "국방부에서 사드배치지역으로 성주를 확정하고 그날 총리가 내려왔다. 우리는 총리와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총리는 6시간 30분동안 우리와의 대화를 거부했다"며 "그 이후 나온 이야기들이 총리 감금, 폭력, 외부 불순 세력 개입 이런 식이었다. 강정, 밀양, 평택이 당한 것 처럼 똑같이 우리가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주군민 배윤호씨 역시 "우리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니까 우리가 막아섰을 뿐"이라며 "우리는 아무런 무기를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곤봉으로 아이들이 탄 차 유리를 깼다. 도대체 어느 것이 폭력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고압선이 지나가는 자리에 사는 사람들은 보상을 받고 있다. 그런 보상이 있으니까 장차관 가족들에게 그 지역에 5년이나 10년씩 살게 하면 살겠느냐. 그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곳에 살고있다"며 "보상이 좋아서 사는 게 아니다. 떠날 수 없어서 사는 거다. 그렇게 사는 분들의 아픔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나라가 사람 살 수 있는 나라라고 말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성훈 언론노조 매일신문 지부장은 "전자파의 유해성이나 외부세력 개입등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 생존권이 더 중요하다. 성주 군민들은 보름만에 뒤통수 맞고 나자빠질 판"이라며 "전자파의 유해성과 외부세력개입을 자꾸만 말하는 것은 본질 호도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난다면 북한은 가장 먼저 성주 읍내를 타격할 것이다. 생존의 문제인데 논의가 너무 부족하다. 절차상의 문제가 크다."라고 밝혔다. 

공영방송 장악, 또 다시 '보도참사'로 이어져

도건협 대구MBC지부장은 "MBC는 17개 지역사와 함께 하는 네트워크 체제다. 정상적 체제라면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 서울MBC는 외교문제에서 사드 배치가 국익에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국방문제에서 과연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 것인지 등 취재원이 서울에 있는 사안들을 취재하고, 지역MBC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주민들의 반응을 보도해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서울은 정부와 미군발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외교·국방의 측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는 철저히 숨긴 보도를 하고 있다. 일본 현장 검증도 일본 특파원이 있는 서울MBC가 가야 하는데 서울이 안 가서 대구MBC가 직접 가서 취재를 했다"고 밝혔다.

도건협 지부장은 "대구MBC는 지난 월요일부터 일본의 사드 레이더 기지의 각종 피해와 사드 배치 과정들을 취재했다. 일본은 2014년 거론되기 시작해 2년이 걸렸다고 하더라. 비슷한 입장이지만 결정되는 과정이 전혀 달랐다. 미군 부대에서 더 많은 쌍을 요구한다거나 실제로 일어나는 상황들을 취재했다"며 "사실 이런 것들은 서울MBC에서 해야 할 일인데 지역에서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밝혔다.

다른 언론사의 상황도 비슷했다. 이대욱 SBS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사드의 군사적 한계 등 상당히 비판적 태도를 갖고 있지만, TV에서는 중립적인 수준으로 보도가 나가고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취재파일을 통해서만 비판적 논조로 기사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YTN의 8일부터 19일까지 사드 관련 보도는 58건이었는데 그 중 83%가 단순 전달이었고, KBS는 자사의 사드 보도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낸 해설위원을 보도본부 밖으로 쫓아냈다.

도건협 지부장은 "사드 보도는 참사 수준이다. 세월호 참사때도 목포MBC기자가 전원구조가 오보라고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에 입맛에 맞게 보도했다. 그게 사드 보도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며 "현장 민심을 지역의 기자들이 그대로 이야기 하지만 그걸 무시하고 정해진 프레임대로 보도를 하고 있다. 이 원인은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사드 보도 참사를 끝내려면 안광한 사장을 해임하는 게 맞다. 누가 사장으로 오든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 여당이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구조,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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