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혁신과 연대를 위한 연속세미나 첫번째, Reboot 언론운동 : 다양한 시선, 진솔한 목소리

'뉴스'를 볼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졌다. 신문과 방송만이 뉴스를 전달하던 시대는 끝났다. 포털사이트,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급부상하자 전통적 매체들도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케이블, 위성, IPTV등 플랫폼 사업자의 영향력도 상당해졌다. 지상파의 실시간 방송에 기반한 '본방사수' 개념 역시 사라진 지 오래다. 인터넷을 통해 다운받아 볼 수도 있고, IPTV의 VOD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미디어 산업의 구조 변화는 다양한 부문의 노동 분업으로 이어졌다. 외주제작사가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고, 비정규직 인턴이 신문사의 디지털 뉴스를 만들고 있다. 플랫폼 가입자 영업과 관리를 하는 협력업체 역시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다. 방송작가, FD, PD, 촬영, 기술스탭 및 보조출연까지 간접고용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운동'은 어디로 가야 할까.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과 한국언론정보학회(학회장 박용규)가 8월 26일 프레스센터에서 '혁신과 연대를 위한 연속세미나'의 첫 장을 열었다.

 

 

새로운 시민 등장, 그러나 '시민' 없는 '시민운동'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언론'으로 볼 수 있을까. 포털사이트, 페이스북이 언론일까. 플랫폼 사업자들을 언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토론자들은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그에 맞게 언론운동이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했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은 "2008년 촛불집회는 시민운동의 영향력 퇴조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며 "SNS의 발달로 인해 공론장이 변화했다. 기존의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주장에 의존하지 않고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스스로 정보를 습득하고 발언하는 주체가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민언론운동은 언론모니터와 집회 참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유진 정책위원은 "시간적 제약 뿐 아니라 전문성의 장벽이 있다"며 "시민언론운동은 현안에 급급할 뿐 장기비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역시 "시민들의 미디어 컨텐츠 소비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언론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수 주류 언론과 다수의 수용자라는 낡은 관습을 반복하며 공급자적 측면에서만 운동을 하고 있다"며 "시민운동이 시민들을 동원하고 계몽하는 데에만 머물러 있다. 시민언론운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정치적 관심으로만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보편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강택 전 언론노조위원장도 "기존 미디어는 보지도 않고 하이라이트만 뽑아서 보는 젊은 세대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옛날 방식대로 떠드는 운동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언론운동의 주도권, 미디어운동의 주도권을 넘겨야 할 때가 왔다. 지금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미디어운동에 이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론노동운동을 넘어 미디어노동운동으로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언론 운동을 넘어 미디어 운동을 해야 한다"며 "권력을 넘어 자본에 맞서는 미디어 노동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력과의 투쟁만으로는 달라진 미디어 산업 구조에서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언론노동운동을 미디어노동운동으로 확장했을 때 구체화시켜야 할 과제로 △미디어노동자들과의 연대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불만과 요구 조직화 △'수단'이 아닌 '양식'으로 받아들여야 할 대안미디어 등을 제시했다.

김동원 국장은 "악화되는 노동조건의 이유가 어디에 있는 지 연대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며 "전통매체가 수익성의 위기로 압박받는 상황은 노동자들을 종업원 의식과 자회사 중심주의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이유로 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택했던 산별노조의 전환은 이제 콘텐츠 제작부문의 노동자들, 유료방송플랫폼부문의 노동자들과 연대로 한번 더 전환 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환경, 교육, 생태, 청년, 젠더 등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에 먼저 다가가 언론에 대한 불만들을 먼저 물어보고 적극적으로 조직화 하는 활동도 중요하다"며 "이런 연대가 있을 때 국가 권력의 전횡에 맞설 유일한 정치권력을 구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래야만 다양한 공적 미디어들이 다중의 요구를 통해 국가의 영역도, 시장의 영역도 아닌 민주적인 결정과 자율권이 행사되는 공통체(commonwealth)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 역시 "시장의 영역도, 국가의 영역도 아닌 공간에 미디어 운동의 영역이 들 수 있었으면 한다"며 △언론노조와 시민영상미디어센터간의 절합, 영상미디어센터에서 벌이는 마을 미디어운동이 공영방송, 케이블 방송과 만나는 가능성을 상상하는 '서로 다른 것들 간의 절합(articulation)' △모바일 게임 '내 꿈은 정규직'과 같이 사회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포괄하는 '장르 넘어서기' △플랫폼에 대한 감시와 사회적 기여의 유도 등을 미디어 운동의 '새 판'으로 제시했다.

언론운동은 재부팅 될 수 있을까.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걱정"이라며 "언론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라고 했었지만 이제 그마저도 국민들한테 외면당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대한민국의 미래, 민주주의의 문제다. 언론 현실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 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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