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필 자유언론상·통일언론상 시상식, 자유언론실천선언 42주년 기념식 열려

1974년 동아일보사 언론인들이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의 언론 통제에 맞서 일어나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했다. 2016년 시민들이 42년만에 다시 ‘자유언론실천’을 외쳤다. 박근혜 정권의 언론 통제 역시 42년 전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공정언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언론현장에서 쫓겨나거나 징계를 당한 언론인들이 440여명이다. 해직된 언론인들은 아직도 언론현장에 되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기자들은 ‘기레기’라는 별명을 얻었고, 언론에 대한 신뢰를 잃은 시민들의 마음 역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24일 저녁 6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는 제22회 통일언론상과 제28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시상식과 함께 2016자유언론실천 시민선언식이 열렸다.

1974년 동아일보사 언론인들의 자유언론실천운동을 애초에 기대했던 것보다 엄청난 정치사회문화적 파문을 일으켰다.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이 언론계에 강요하던 '금기'를 깨트리고 민청학련·인혁당 사건 등 인권탄압, 고문과 투옥을 통한 공포정치의 실상이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을 통해 보도되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낀 박정희는 중앙정보부를 통해 '광고탄압'을 가하도록 했다. 그러자 시민들은 '격려광고'를 통해 언론인들의 양심선언을 지지했다.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동아투위는 지난 41년동안 민주·진보진영의 도움과 격려를 과분할 정도로 받았다. 이번 자유언론실천시민선언을 보게 되니 감동과 기대가 한층 커진다."며 "동아투위 위원들은 '자유언론실천 시민선언'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과 '족벌·폭력언론 타파'를 운동 목표로 설정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시민선언'이 1974년의 자유언론실천운동을 확대·발전시키리라고 믿고 언론계 동지들과 함께 역사적 시민운동에 열심히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국민이 언론을 응원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로 사망한 고 임요한 학생의 어머니는 "언론때문에 많이 아팠다"며 "세월호가 가라앉는 동안 공영방송은 구조활동이 원활하게 된다는 말만 했고, 진실을 은페하기만 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 개입 녹취록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도 진실을 보도하려는 언론이 있어서 힘이 났다"며 "세월호 구조의 진실, 은폐 의혹의 진실을 위해 노력해주시길 바란다. 모든 국민이 언론을 응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2016년 오늘의 언론 상황이 1974년과 비교할 때 더 나아졌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더 고약해졌다"며 "요즘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백남기 농민의 문제, 최순실 게이트를 제대로 보도하는 매체가 없다. 42년전 철필로 긁어 등사한 빛바랜 자유언론실천선언은 42년이 지났지만 유효기간이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환균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복막암으로 투병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의 편지를 대신 전해 읽었다. 이용마 기자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여지없이 파괴되었다. 선배들이 피를 토하며 쟁취한 언론의 자유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며 "나름 열심히 싸웠지만 권력의 힘 앞에 무력했다. 그 결과 재벌언론 ‧ 족벌언론은 물론 공영언론마저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정권의 이해에 맞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역할을 서슴지 않고 있다.급기야 자유언론실천선언을 42년 만에 다시 하게 되는 참담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자유언론실천선언, 모든 언론인에게 경전 됐으면"

이용마 기자는 "저 역시 이 시대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작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속이 썩어 내린다. 하물며 현직 언론인들의 심정은 어떠하겠나."라며 "현직 언론인들이 42년 전 선배들이 했던 것처럼 다시 일어서 주기를 기대한다.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는 결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1987년 민주화 이전 선배들의 치열한 투쟁이 있었기에 우리는 20년 넘게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이제 후배들을 위해 현직 언론인들이 새로운 장을 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용마 기자의 편지 전문읽기)

김환균 위원장은 "이용마 기자의 편지에 한마디 덧붙인다"며 "언론의 주인은 청와대도 아니고, 사주도 아니고 광고주도 아니고 언론인도 아니다. 언론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시민이다. 자유언론을 위해 함께 싸우자"고 전했다.

이해동 목사는 "42년전에 선포되었던 동아투위 동지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이 오늘날 모든 언론인에게 경전적 의미와 가치를 지니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언론사가 기자를 모집할 때 자유언론실천선언의 숙지 여부가 채용 필수 조건이 되는 때를 기대 해 본다. 그런 때가 와야 이 땅의 바른 언론이 이루어져 거짓 없는 세상을 누릴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통일언론상 대상 뉴스타파 <목격자들-개성공단 2부작>

42주년 자유언론실천선언 기념식에 이어 통일언론상과 안종필자유언론상 시상식이 이어졌다. 통일언론상은 1995년 한국 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3단체가 광복 50주년을 맞이해 '평화통일과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한 보도제작준칙'을 제정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져 올해로 22회째다.

통일언론상 심사위원회는 "이런 보도제작 준칙이 사라지는 날을 염원하며 만들었기에 아직까지도 이 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썩 반갑지는 않다"며 "이 땅의 언론은 왜 이렇게 반 통일적인가하는 자괴감에서 비롯된 보도제작준칙이다. 분단체제에 빌붙어 단물 빨아먹기에 정신이 없는 기성언론에 반대해서 현장에서 뛰는 '현업 언론인들이 나섰는데 지금도 한국 언론의 반통일, 반평화 작태는 여전하다. 분단체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될 일이 없다는 쓰라린 교훈을 되씹게 한다"고 밝혔다.

심사위원회는 "언론이 스스로 나서 평화통일화 화해 협력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기사를 쓰자는 것이 이 준칙의 핵심 알맹이"라며 "당국이 가라면 가고, 쓰라면 쓰고, 방영하라면 하는 '기생 언론'의 틀을 깨고 우리 언론이 판단해서 할 일은 하자는 '제정신 박힌 언론'이 되자는 것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심사했다"고 전했다.

 

 

대상으로 선정된 뉴스타파의 <목격자들-개성공단 2부작>은 정부가 그어놓은 선 안에서 '앵무새'처럼 정부의 말을 받아 외우고 있을 때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EBS의 <딱 좋은 친구들>은 남북의 10대 청소년들이 서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가운데 서로 다른 점과 같은 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함으로써 미래 통일의 주역 남북 청소년, 나아가 남북 주민간의 심리적 거리 좁히이과 상호 이해에 기여를 했다고 평가됐다. 울산 MBC의 <신불산 빨치산을 말하다>의 경우 어려운 사정을 이겨내고 방영에 성공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비전향 빨치산과 전향 빨치산을 등장시켜 당시 빨치산의 객관적 정황을 풀어내려 한 제작진의 노력도 인정됐다.

안종필자유언론상 본상 뉴스타파 <훈장과 권력>, 특별상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

28회 안종필 자유언론상도 뉴스타파가 본상을 수상했다. 오정환 심사위원장은 "공교롭게로 뉴스타파가 상을 싹쓸이 하고 있다"며 "해마다 뉴스타파만 이런 상을 받는 현실이 아쉽기도 하다"고 심사 소감을 전했다.

뉴스타파 <훈장과 권력>은 대한민국 서훈 72만건을 전수조사 하여 정부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6천명의 신원을 새로 밝혀낸 작품이다. 그 결과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으로 당연히 훈장을 받아야 할 분들이 서훈에서 빠지고, 훈장은 커녕 형벌로 징치하여야 할 친일파 민족배반자들과 헌정을 파괴한 무리들이 훈장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내 역사바로세우기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점이 점수를 받았다.

 

 

중앙일보 권선척 논설위원은 '시시각각'이라는 신문칼럼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불의와 부패, 독선을 고발하며 언론의 정도를 걷는 데 앞장서 왔다. 심사위원들은 언론사 내부의 한계와 간섭에도 꺾이지 않고 균형잡힌 보도와 공정한 논평으로 정의와 평등을 옹호한 점을 높이 쳤다.

권석천 논설위원은 수상소감에서 "동아투위 투쟁이 헛되지 않았던 이유는 기득권을 버리고 생계를, 목숨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기자 자신들의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사회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기층 민중들의 고통에 주목하고 동참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침묵하던 시대에 분연히 일어서 진실을 말했던 선배들이 계시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그 자랑스러운 역사가 제도권 기자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 나를 포함한 후배 기자들은 언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그것은 시민들을 위해 복무하는 언론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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