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본부 보도개입 중단 조합원 결의대회 현장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28일 목동 SBS사옥 로비에서 보도개입 중단 및 공정방송 촉구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제작현장 보도개입 거부'를 선언했다. 지상파로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다. 

 

 

윤창현 SBS본부는 26일 조합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최순실 관련 의혹 폭로 보도 과정에서 SBS의 이름을 단 보도는 민망한 수준으로 추락해있다"며 "그렇게 욕하던 종편 채널들이 특종을 이어가는 동안 우리는 허겁지겁 받아쓰며 치욕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링크☞[본부장 편지]조합원 여러분, 이제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함께 걸읍시다!)

이어 "경쟁자로 생각조차 않던 JTBC는 중심을 잃지 않는 진실 추적과 가감없는 사실보도로 시청률과 팬덤, 신뢰도 모든 면에서 우리는 단숨에 따라잡고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SBS, 언론인들을 로비스트로 전락시켰다"

윤 본부장은 "치욕이 심각한 것은 단순히 언론인으로서 자존심을 다쳤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회사를 위한다며 중간광고를 포함한 온갖 정책적 이해를 고려해 끊임없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언론인들을 정보보고나 하는 로비스트로 전락시켜 온 경영이 완전 파탄났음을 명료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결의대회 현장에서 윤창현 본부장은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수 많은 보도본부 후배들, 취재현장의 보도국 동료들은 회사를 위해서인 줄 알고 묵묵히 펜을 꺾고 카메라를 돌리라는 지시를 따라왔다"며 "조금 불편하니까 눈 감고 넘어가고 선배랑 싸우기 싫어서 눈 감고 넘어간 게 쌓이고 쌓여서 여기까지 몰려왔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BS본부는 보도개입중단 및 공정방송 촉구를 위해 △보도와 교양을 비롯한 모든 일선 제작 현장에서 방송 본연의 임무와 상관없는 부당한 민원선 제작 지시와 로비 활동 거부 △상황 발생시 조합에 즉시 신고 △[중단 보도개입, 사수 공정방송] 리본 패용 △SNS에 공정방송 이미지 사용 등을 조합원 지침으로 제시했다.

권영인 SBS기자협회장은 "기자 초년병 시절에는 MBC한테 지면 안된다는 생각으로만 가득했다. MBC보다 먼저 도착해야 한다, MBC에게 지면 안 된다는 게 제일 큰 목표였다"며 "MBC보다 잘하는 건 저널리즘에 더 가까이 가는 길이었고, 더 정의로워지는 길, 더 바른 이야기를 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매일 MBC와 경쟁하며 지내왔다"고 말했다.

"JTBC보도, 지상파로서 참담하고 화가 난다"

권영인 협회장은 "JTBC보도 이후 시청률을 봤을 때 참담하고 짜증났다. 화도 났다. 시청율이 역전 된 첫 날 사원 게시판에서 분노가 폭발했다. 이틀째 지속되자 글이 안 올라왔다. 할 말이 없었던 게 아니라 이 상황이 참담했던 것"이라며 "많이 답답했지만 좋은 상대를 만난 것 같다. 어정쩡하게 1등을 하고 있었는데 MBC의 자리를 JTBC가 채워주고 있는 것 같다. 그들하고 경쟁하는 것이 좋은 언론사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무시할 상대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박원경 조합원은 "어르신들이 'JTBC뉴스가 최고'라며  'KBS와  MBC는 이런 걸 알고도 못 쓴다'고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다. 그 분들이 생각하는 지상파에  SBS는 없었고, 우리도 (기사를) 썼을 거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눈치를 보느라 못 쓴다는 이야기에 대해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며 "JTBC가 잘나가는 걸 보며 참담한 것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외면해 왔던 것에 대해 눈뜨고 물먹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기 검열의 늪에 빠지지 않기를"

이큰별 조합원은 "민감한 아이템이나 취재방향을 다룰 때 선후배가 치열하게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 치열함의 바탕에는 언론인으로서의 신뢰가 깔려 있어야 생각한다. 이 선배가 지금 나와 의견이 다르지만, 권력 눈치보기가 아닐까 하는 오해가 없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검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야기를 꺼내봐야 안된다는 자기검열이 젊은 언론인들의 영혼을 지배할 때, 열정을 잃어버리고 취재하는 발바닥을 잃는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우리 SBS를 병들게 하는 심각한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서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치열하게 논의하고 일에만 집중하는 문화가 조직 전체에 꽃피웠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환균 언론노동조합위원장은 "우리가 진작 잘했더라면 '이게 나라인가'하는 생각까지는 안 들었을 것 같다"며 "SBS본부의 결의가 언론노조 전체로 번져나가서 좀 더 신명나고 자부심있는 언론노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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