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단체 비상시국 기자회견, "공영방송 직무유기하고 있어"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한 현업언론단체, 시민사회단체가 '언론단체비상시국대책회의'를 꾸렸다. 최순실 게이트 등 현 사태가 언론계에 있어서도 엄중한 시국임을 인지하고, 비상 공동행동에 돌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31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에서 <언론단체 비상시국 기자회견>을 개최,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 시민들이 바라는 언론이 밝혀야 할 10대 과제'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아무리 기사를 써도 편집국장이나 보도국장에 의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회사도 있을 것이다. 수십년간 언론계에 종사한 사람으로써 여러분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며 "비상대책위는 보도를 못해서 가슴 아파 하는 언론인들이나, 오늘 언론 현실을 앞장서서 이끌어가는 언론인 모두를 하나로 묶어 87년 유월항쟁과 같은 역사적 사건을 이끌어나가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공영방송 KBS와 MBC는 다른 매체에서 최순실에 대해 마구 떠들어 댈때도 꼼짝 하지 않고 해명성 기사만 내놓다가 대통령이 사과 한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부랴부랴 기사를 써냈다. 이것은 직무유기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에 부여한 사회적 책무를 내팽개친 것"이라며 "MBC의 안광한 사장, 방문진의 고영주 이사장, KBS의 고대영 사장은 무슨 생각으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침묵했는 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기택 한국PD연합회장은 "공정한 수단이라는 게임의 룰이 이 사회 어느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해 정부 역시 개선할 능력조차 없다"며 "무당정치에 분노해야 하고, 독재권력에 분노해야 하고, 언론탄압에 분노해야 한다. 그간 저희들의 행위를 반성하고 늦게나마 이 싸움에 결연히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TV조선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햇을 때 낯 뜨거운 찬사를 보내더니 이제는 박근헤를 죽이려고 한다. 하이에나 언론의 전형"이라며 "이 언론들에 속지 말아야 한다. 이들은 물타기를 통해 양지로 들어가고, 그렇게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SBS본부장은 "이 와중에 최씨 무당정권이 SBS출신의 홍보수석을 임명했다. SBS가 부패권력의 흥신소라도 되느냐"며 "SBS구성원들은 더 이상 민심에 반하는 행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배성래 홍보수석에게 경고한다. 어디가서 SBS출신이라고 떠들지 말라. SBS경영진 역시 홍보수석이 됐다고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말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진수 YTN지부장은 "지난 10월 27일 사원총회를 열었다. 자괴감과 실망, 죄책감과 반성이 가득한 자리였다.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언론인의 책임을 다했는가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며 "반성하고 더 고개숙이겠다. 오늘은 언론시국선언의 날이 아니라 국민 사죄의 날, 언론 바로서기 책무를 다 하는 날로 선포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성재호 KBS본부장은 "우리도 (최순실 게이트를) 다뤄야 하지 않느냐는 항의에 최순실이 대통령의 측근임을 어떻게 확인하냐며 묵살했던 게 보도국장이다. 공방위에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어서 TF 구성해서 미르재단 의혹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야권의 정치적인 공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며 "하지만 저희가 더 발제하고 싸웠어야 한다. 자기검열에 빠졌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인호 KBS 이사장이 30일 청와대 원로회의에 참석했다고 한다. 고대영 사장은 취임할 때 부터 청와대 비선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KBS사장으로 낙점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전화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람은 이인호 이사장"이라며 "이인호 이사장은 원로회의에 참석할 것이 아니라 청와대 누구로부터 고대영씨를 사장으로 앉히라는 낙점을 받았는 지 고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능희 MBC본부장은 "우리는 해고자 6명, 정직자 50명 등 125명이 법원에서 인정한 위법행위 피해자들"이라며 "공정방송을 하자고 외치던 기자, 피디들이 다 쫓겨났다. 엊그제 집회에서 쫓겨나는 기자의 모습이 (유투브에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MBC기자는 맞지만 모르는 사람들이다. 공정방송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 쫓겨나고 그 자리를 알 수 없는 사람들로 채우고 있다"고 밝혔다.

조능희 본부장은 "본부장 파업 200일째다. MBC조합원들은 내부에서 계속 싸우고 열심히 부르짖고 있다. 제대로 돌리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며 "MBC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언론단체 비상시국대책회의는 기자회견문에서 "국민과 함께 제시할 언론의 핵심 과제를 빠른 시일 내에 선정할 것이며, 진실을 밝히려는 취재와 보도에 대한 어떤 방해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기 위해 싸울 언론인에게 당부한다. 최근 언론사 내부에서도 권력과 사측의 방해 공작에 맞서, 개탄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 어떤 외압과 유혹에도 굴하지 말자. 마지막까지 언론의 사명을 다하자. 언론인들의 권리는 바로 국민들이 준 것이며, 끝까지 함께 할 사람들도 오직 주권자, 오직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자유언론실천재단,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새언론포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언론위원회,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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