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2016 출판계 성폭력 실태조사 발표

최근 박범신 작가, 박진성 시인 등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폭로가 트위터 내에서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로 이어지기 시작하면서 방송작가, 습작생 등 영화, 미술 등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경험이 SNS를 통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소설가, 영화감독들의 작품들을 책으로 묶어 내는 출판계의 경우 이런 문화예술계 성폭력들이 한데 모이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가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5일까지 열흘간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 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68.4%(244명 중 167명)가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와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괌 8간담회실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는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성폭력 가해자 직장상사 1위, 저자·역자 2위

성폭력 가해자는 직장상사가 56.6%로 가장 많았고, 저자나 역자가 44.6%로 뒤를 이었다. 성폭력이 발생한 장소는 업무와 관련된 미팅장소인 경우가 76.2%였다. 특히 신분이 불안한 비정규직일수록 성폭력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의 경우 37.3%가 성폭력 경험이 '없었다'고 응답했지만 비정규직의 경우 18.5%만이 성폭력 경험이 '없었다'고 응답했다.

출판계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88.4%의 응답자가 '저자, 거래처, 상사 등 가해자와의 불평등', 일명 갑을관계를 꼽았다. '문단 및 출판계 인적 네트워크의 폐쇄성'이 61.2%로 뒤를 이었다. 더 큰 문제는 성폭력을 당하고도 회사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비율이 77.3%이고, 문제제기를 했다고 해도 회사의 사후 조치가 없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63.9%라는 것이다. 심지어 회사의 사후조치가 있었지만 결과에 만족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문단 내 성폭력 폭로 이어지자 출판사, 책 안 팔릴까 안절부절

출판계에서 일하면서 겪었던 직접적인 피해나 목격 사례를 발표한 탁수정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 조합원은 "출판계의 성폭력은 '한국의 룸사롱 문화, '베스트셀러 저자 접대', '인권 감수성의 세대차이', '이 바닥 좁다'는 말 등을 키워드로 나눌 수 있다"며 "갑을관계를 이용한 저자의 성관계 제안 발언, 일방적 퇴사 통보 후 따로 만나자는 상사의 제안 등 인사권을 쥔 사람들의 '구애'는 남성 입장에서는 '사랑'일 수 있겠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공포 중에 공포일 수 있다. 여성은 구애에 응해도, 응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최근 문단 내 성폭력 등 성폭력 폭로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SNS에서 지목된 가해자가 해당 출판사 저자였을 경우, 출판사 대표가 "너네 빨리 '그 작가랑 일 해 본 적 있는데 그런 적 한 번도 없었다고 SNS에 올려라"고 지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탁수정씨는 "해당 출판사의 난감함도 이해가 되지면 윤리적 세대차이를 느꼈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가장 문화적이고 지적인 곳에서 일하는 출판노동자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사실은 언론노조 위원장이 되고 나서 가장 충격적인 일 중 하나였다"며 "출판계 인사들이 이런 일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 것들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둔감하게 넘어간 것 같다.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는 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고통당해왔던 분들이 용기를 내서 진실을 드러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시민사회영역에서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며 "의원들은 그 힘을 받아서 의정활동을 한다. 이번 실태조사 자료를 토대로 피해자 보호등 법안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쓰겠다"고 전했다.

이번 설문조사 자료집은 언론노조 홈페이지 자료실에 게시되어 있다. (☞설문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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