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언론인권센터-언론노조 긴급 토론회, '박근혜 헌법파괴와 공영방송'

"MBC뉴스데스크 엉터리 보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쫓겨난다. 취재기자를 다른 부서로 보내고, 아무 일도 안 시킨다. 빈 자리는 경력기자들로 채운다. 마이크를 놓고, 펜을 놓을 각오로 문제제기를 해야 할 지,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게 나을지 하는 고민이 매일 반복된다. 공영방송의 부당한 경영행위를 내외부적으로 어떻게 견제할 수 있을까. 내부 구성원들의 직업윤리와 자부심에만 공영방송의 역할을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 -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높아져가는 가운데 공영언론에 대한 불신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정권 연장의 도구로 이용될 줄 알았던 종합편성채널 JTBC가 최순실 태블릿 입수 등으로 선전하는 반면, KBS, MBC 등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언론은 이를 방조한 공범이라는 지적이다. MBC, KBS,  SBS, YTN, 서울신문 등 기자 내부 반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친정부적 인사들로 데스크가 구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내부 구성원들의 문제의식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인권센터는 9일 박근혜 헌법파괴와 공영방송의 문제를 짚어보는 긴급토론회를 9일 오후 6시 30분 종로구 관훈동 신영연구기금 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정수영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오늘 경찰서에 갔다 왔다"며 "내부의 싸움이 탄압을 받고 있다. 계속 싸우고 있지만 계속 지고 있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8일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참사 책임자 사퇴를 요구하며 회사 로비에서 농성을 진행중이다. 사측 안전요원과의 충돌로 우여곡절끝에 천막을 설치했으나 회사는 8일 밤 농성물품을 치웠고, 본부는 시설관리물침해로 회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KBS본부는 이번 박근혜-최순실 보도 참사에 책임을 지고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이 사퇴할 것을 요구함과 동시에 최순실 보도 참사 관련 7대 취재 제언 등을 발표하며 보도국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취재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수영 공추위원장은 "KBS가 문을 닫을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며 "수신료 한 푼도 안 받는 JTBC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훨씬 더 잘 해내고 있다. 이 상황이면 문을 닫아도 무방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수영 공추위원장은 "과거의 KBS는 외환은행의 비밀, MB 정부 한미FTA의 비밀 등을 캐내며 어마어마한 국민적 지지를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런 프로그램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천막농성, 파업 등 제도적 준비를 통해 지속적으로 싸워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내부 반성만으로는 부족해, 공영언론 공정성 제도적 보완 뒷받침 되야

언론노조 MBC본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MBC본부는 지난 1일 로비에서 '청와대 방송' 규탄 피케팅을 진행하던 중 사측 안전요원에 의해 강제로 쫓겨났다. 이호찬 MBC본부 보도민실위 간사는 "치열하게 반성하고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단순히 반성만 하면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싸움이) 어렵다"며 "(현재 언론사 시스템은) 공영방송에 근무하는 언론인들이 타 언론사보다 공적 책임감이 더 강해서 해당 언론사에 들어가는 구조가 아니다.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자부심, 직업 윤리에만 '공영성'을 맡겨둘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호찬 민실위 간사는 "(JTBC와 같은)주인이 있는 언론은 사주의 눈치를 볼 것이라는 의심들을 여전히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며 "공영방송의 경영진의 부당한 경영행위를 내외부적으로 어떻게 견제할 수 있을까. 내부 구성원들에게만 맡기는 순간 공영방송은 추락한다.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MBC 취재부서는 현재 보직부장등 간부를 제외하면 127명의 기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 중 53명만이 MBC본부 조합원이다. 절반도 안 되는 비율이다. 이호잔 간사는 "예전에는 거의 대부분이 조합원이었다. 그러나 바른 말 하는 기자들을 끊임없이 탄압하고 쫓아내다 보니 내부 지형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토로했다.

"언론사 내부 싸움, 해고 위협 무릅쓰고 천막 한 번 치는 것 쉬운 일 아냐"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지금 국면을 어떻게 통과하느냐가 공영방송의 미래에 있어 중요한 국면이 될 것"이라며 "KBS와 MBC등 각종 언론사 내부의 싸움에는 한계가 있다. 대중들이 볼 때는 물 들어오니 노 젓겠냐고 하겠지만 지금 움직임들은 정치체제를 바꾸려는 시민들의 움직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사도 직장이다. 해고를 당하고 징계를 먹을 수도 있는데 천막 한 번 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동원 국장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가져오는 문제점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며 "대통령 중심의 팬클럽 정치체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근원적 문제다. 보수 양당 구도가 좌지우지 하는 지배구조를 그대로 끌고가서는 안 된다. 정치체제 변동을 왜 고민하지 못했을까 생각한다. 공영방송의 변화는 얼마나 급진적인 질문을 던지는가이다. 단지 박근혜와 최순실의 이름을 지우고 또 다시 제왕적 대통령제로 굴러간다면 공영방송의 미래는 낙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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