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들이 광화문을 100만 촛불로 채웠다. 분노는 정권 뿐만 아니라 언론에게도 향했다. KBS 중계 차량에는 '니들도 공범'이라는 낙서와 스티커들이 붙었고, MBC는 자사 로고가 없는 마이크로 현장 중계를 진행했다. 실제 현장에서 KBS와 MBC의 로고가 달린 카메라를 본 시민들은 "보도도 하지 않을 거면서 뭐하러 찍느냐", "KBS, MBC 나가라"며 욕설이 담긴 항의를 하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15일 오후 2시 긴급토론회를 개최, 이번 게이트 각 언론사 민주언론실천위원회의 활동 성과와 한계를 이야기 했다. 발제를 맡은 이영환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이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공영언론 해체 주장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적 지원을 받는 분야에 대한 회의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공영언론에 대한 불신은 집회 현장의 항의에만 그치지 않았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집회가 열리던 12일 오후 3시부터 13일 오후 10시까지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은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로 넘어갔다. 시청률은 15퍼센트였다. 같은 시간 지상파 방송은 일부 예능 프로그램과 지상파를 빼고는 시청률이 낮았다. 이영환 정책실장은 "시민들은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잇는 지, 정치권에서 어떤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며 "하지만 공영언론은 시민들의 목마름을 여전히 해소해주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0월 24일 JTBC의 최순실씨 태블릿 입수 보도는 지속된 언론탄압으로 자기검열에 빠져 있었던 타사 언론인들에게 자극이 되기 충분했다. 국민일보, 서울신문, SBS 등은 즉각 성명을 발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 취재를 촉구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10월 31일 조합원 결의대회를 통해 보도개입 중단과 공정방송을 촉구하며 △보도와 교양을 비롯한 모든 일선 제작 현장에서 방송 본연의 임무와 상관없는 부당한 민원성 제작 지시와 로비 활동 거부 △상황 발생시 조합에 즉시 신고 △[중단 보도개입, 사수 공정방송] 리본 패용 △SNS에 공정방송 이미지 사용 등을 조합원 지침으로 내렸고 이후 SBS는 박근혜-최순실과 삼성의 연결고리등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며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따라잡고 있다.

서울신문 역시 11월 7일 기자총회로 이어져 △특정인이나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흔들리지 않는 중립적 보도 △사장과 주필의 과도한 편집권 침해 반대 △편집국 간부급들의 각성 및 일선 기자들과의 소통 강화등을 결의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국민일보는 편집국장이 교체되기까지 했다.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KBS와 MBC, YTN도 내부 싸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김도원 YTN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위원장은 "YTN 보도국장도 이슈를 선점하지 못 한 것이 안타깝다고 했으나 '최순실 게이트'라는 말은 '국정개입의혹'이라는 용어로 통일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는 등 통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YTN은 품격을 지켜야 한다, 종편처럼 선동할 순 없다'고 말하면서 정권에 부담스러운 보도를 피하는 것이 '품격'인 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호찬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는 "MBC는 청와대의 말을 '전달'만 하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검증이나 질문은 없어 기가 찰 뿐"이라며 "내부 구성원들의 싸움 만으로 좋아질 수 없다. SBS와 MBC는 경영진이 다르다. MBC의 경영진은 친여당 인사로만 채워져 있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공정보도실천규약이 포함되어 있는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지난 1일부터 사옥 앞에서 농성을 진행중이다.

 

 

정수영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방송을 만드는 것은 평기자들이 아니라 보도국장, 부국장 등 수뇌부들"이라며 "공영방송 이사회의 구성이 청와대와 여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구성되어 있다. 내부의 싸움도 필요하지만 그 싸움만으로는 근본적인 한계와 구조적 장애물을 넘기기가 매우 어렵다. 부당전보, 징계 등으로 성과가 미미하다." 고 토로했다.

정수영 공추위 간사는 "평기자들의 책임이 없지 않지만 그 분노는 현장의 기자들에게 쏟는 것 만큼 근본적으로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방송법 개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방송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는 새누리당에게 분노의 화살이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21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세 야당은 21일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의사결정 과정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법안소위 상정을 둘러싸고 여야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입법이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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