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구경북 언론인들 2.28공원에서 시국선언

“언론에 채찍과 욕을 그리고 힘을 모아 달라”

“독재자의 딸, 그가 받아온 교육, 그리고 영남대 재단 부정비리 사건을 통해 드러난 수많은 행적들을 볼 때 그가 이 나라의 정치 지도자나 대통령으로 자격이 모자란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고, 문제 삼지 않았고, 거대한 부정을 파헤치려고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때로 일부 언론사와 언론인은 눈을 감는 수준을 넘어 마치 정치인 박근혜에게 심오한 뜻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그를 향한 비판에 방패 노릇을 한 일도 있었습니다”(이동유 CBS대구지회장)

26일 오후 대구 ‘2.28 기념 중앙공원’에 눈이 내렸다. 언론노조 대구경북협의회 소속 언론노동자들은 비장한 각오로 결의 발언과 함께 선언문을 읽었다. 이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반성하면서 시민들이 더 많은 욕과 채찍을 들어달라고 청했다. 이날 저녁 진행된 대구시국대회에는 약 5만여명이 시민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도건협 대구경북협의회 의장(대구MBC지부장)은 “요즘 시민들이 언론에 대해 욕을 많이 하시지만, 그것이 욕으로 들리지 않는다”며 “공정언론을 위해 더 열심히 싸우라는 채찍질과 격려의 말로 들려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도건협 의장은 이어 “많은 언론인들이 청와대를 대변하는 언론이 되지 않겠다며 외치고 싸우다가 징계를 받았다”며 “누가 징계를 했는가! 청와대에 부역한 언론인들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YTN에서 6명, MBC에서 10명의 해고자가 발생했고, 정직 부당전보 등을 포함하면 MBC에서만 징계자가 200명이 넘었다.

도건협 의장은 “언론부역자들을 몰아내기 위해 총력 투쟁을 결의했고,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공영언론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법 개정 투쟁 중”이라며 “시민 여러분 언론이 잘못할 때 욕하고 채찍질을 해주시고, 거기에 그치지 말고 언론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청했다.

 

이동유 CBS대구지회장은 “과거 20년간 박 대통령과 비선 인맥들이 지역을 배경으로 승승장구할 때, 과연 지역 언론은 얼마나 제대로 감시하고 검증했나. 참으로 무력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동유 지회장은 “언론의 힘은 오로지 불의를 고발하고, 진실을 추구할 때만 주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며 “우리는 언론인으로써 무책임, 무감각, 나태함을 반성하며 다시 태어나겠다”고 다짐했다.

기자회견에서 서승협 박근혜퇴진 대구시민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펜, 촛불 그리고 등대가 언론을 상징한다고 말한 뒤 “이 세 가지 모두가 가리키는 것은 진실로 언론은 진실을 알리고 세상을 밝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28 중앙공원은 1960년 2월28일 대구 지역 8개 고교 학생들이 이승만 자유당 독재정권의 횡포와 부패에 맞서 싸운 것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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