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오늘로 3,000일입니다. 8년 2개월 16일. 너무 길었습니다. 이렇게 길어서는 안됐습니다.

어제, 그 날을 기억하기 위해,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  YTN의 언론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아이는 고3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아빠가 구속되었을 때,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해민이가 아빠에게 쓴 편지를 읽을 때,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해민이는  YTN 노종면 기자의 딸입니다.

2008년 10월 6일, YTN  사측은 청와대 낙하산 구본홍 사장을 반대하며, 공정보도를 외쳤던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를 해고했습니다.

2012년에는 공정보도를 외치며 170일 파업에 돌입했던  MBC의 언론노동자들이 무더기로 해고되었습니다. 최승호, 박성제, 강지웅, 정영하, 이용마, 박성호.

 

 

그들이 없는 사이, 언론은 참 많이 망가졌습니다. 비판이 사라지고, 정론이 사라지고, 올바른 대안이 사라졌습니다. 대한민국이 어둠 속에 길을 잃었습니다. 민주주의가 죽었습니다.

그들이 그립습니다. 그들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날을 기다립니다.

저는 지난 10월 29일, 처음 청계광장에 모인 2만의 촛불이 200만이 넘는 촛불 무리가 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켠 촛불이 어떻게 파도가 되고, 어떻게 거대한 꽃바다가 되는지 지켜보았습니다. '이게 나라냐?'하는 탄식과 분노가 어떻게 희망이 되어가는지 지켜보았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새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있습니다. 언론의 문제가 그 중 하나라는데 동의하실 것입니다.

제대로 된 언론은 정치권력,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입니다. 대통령이 아니라, 사주나 사장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인 언론입니다. 오로지 진실과 국민의 편에 서는 언론입니다.

20대 국회에는 162명의 국회의원이 서명한 '언론장악방지법'이 발의돼 있습니다. 그런데 5개월째 상정은 커녕 상정을 위한 논의 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반대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다음 대선에서 어떻게든 승리하기 위해 언론을 손아귀에 넣어두려고 이 법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들이야말로 나라를 망친 주범이고 청산되어야 할 대상입니다.

이 법이 통과돼야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언론부역자들을 청산할 수 있습니다. 또다시 나타날 지 모르는 박근혜·최순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언론을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는 언론노동자들에게 힘을 모아주십시오. 노종면, 최승호 등 올곧은 해고언론인들이 제자리에 돌아올 수 있도록 응원해주십시오.

그들이 돌아오는 날, 우리는 언론자유를 위한 첫걸음을 다시 내딛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돌아오는 날, 우리는 우리가 꿈꾸는 새 대한민국을 향한 참된 소망을 갖게 될 것입니다.

 

  1. 12. 22.

 YTN  해고 3000일에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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