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청와대 국정농단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청와대의 조직적이고 치밀한 사찰과 공작정치가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을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 청와대는 언론, 문화예술계, 법조계, 세월호부터 민간인까지 정권에 비판적인 모든 목소리들을 꼼꼼히 사찰한 것도 모자라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을 주기 위해 공작까지 벌였다. 이에 관련 피해단체들이 모여 청와대 공작정치 사례로 본 국정농단의 대응방법에 대해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의원은 “국정농단, 사찰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굉장히 중요한 국가적 범죄”라고 강조했다.

27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등이 모여 김영한 비망록에 담긴 청와대 수석회의의 내용과 실제 피해를 분석했다.

♢언론계 공작정치 사례 =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 나타난 언론계 동향 파악 사례는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에 대해 보도한 산케이 신문 지국장에 대한 대응조치, 청와대의 플랜에 따른 KBS 이사회-사장 선임체계의 구축, 비선실에에 대한 명백한 물증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한 탄압, YTN 해고자에 대한 동향 파악 등으로 나타난다.

청와대가 자기 입맛에 맞는 KBS 사장을 뽑기 위해 이사회 성향 조사, 이사장 변경 등 주도면밀하게 사찰과 지시를 해 온 것이 업무일지를 통해 드러났다. 비선실에 의혹보도를 한 시사저널과 일요신문에 대해서는 “발본색원”, “조직적 유기적 대응”을 지시했는가 하면 “언론중재위 제소, 고소, 고발 및 손해청구 등 이에 상응하는 불이익이 가도록 해야”한다는 등 구체적인 탄압 방법까지 제시했다. 김동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는 헌법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 뿐만 아니라 방송법에서 보장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문화예술계 공작정치 사례 = 5.18 당시 시민군들이 침몰한 세월호 바다에서 승객을 탈출시키는 모습과 박근혜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풍자한 ‘세월오월’을 제작한 홍성담 화백에 대한 사찰이 문화예술계 공작정치 사례의 대표적이다. 업무일지에 드러난 “우병우팀, 허수아비 그림 애국단체 명예훼손 고발”이라는 메모는 광주시장을 통해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막은 것도 모자라 소송을 통한 압박까지도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장지연 문화의문제들 공동좌장은 “문화예술계는 공적자원을 기반으로 한다. 기초예술분야는 문체부 산하 기관의 지원산업에 의해 육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원사업을 틀어쥐고 성향에 맞는 사람들만 지원을 해줬다는 것은 공적 자원의 공정한 분배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할 사례”라며 “연극계에서 시작해서 검열백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이런 다양한 분야별 사례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와 민변에 대한 공작정치 사례 = 청와대에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법원 지나치게 강대, 공룡화”, “길을 들어도록(상고법원, or) 등의 메모에서 청와대가 상고법원을 이용하여 법원을 길들이려는 노력들이 엿보인다. 청와대는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도 개입하려 했고,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에 대해서는 “헌법학자 칼럼 기고 유도 - 법무부와 협력”등을 통해 여론 왜곡을 시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에 대한 치밀한 사찰도 진행됐다. 업무일지에는 민변 집행부의 인적사항이 모두 메모에 기재되어 있었고, 세월호 유족측 변호사, 위헌정당해산 관련 통진당 측 주요변호사에 대한 인적사항 역시 모두 메모에 기재되어있었다. 송아람 변호사는 “국가 운영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전교조 탄압과 교육지배를 위한 공작정치 사례 = 청와대는 ‘2대 과제’로 전교조 공격을 상정했다. 민노총과 민노당이 첫번째 과제였고, 두번째 과제가 ‘전교조’였다. 청와대는 전교조 위원장 선거부터 대의원대회 출석률, 전교조 집회에 대한 포털사이트 댓글까지도 꼼꼼하게 파악했다. 170일 동안의 업무 일지 중 ‘전교조’를 언급한 날은 4일에 한 번 꼴로 굉장히 잦았다. 보수단체를 동원한 압박은 전교조 사찰에서도 드러났다. “전교조 관련 탄원서, 다다익선”이라는 메모가 적힌 날과 가까운 날에 보수단체들은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에 대해 탄원서를 제출했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비판적인 국민들을 감시하고 적으로 몰아 제압하는 데 이토록 몰입하였으니 국정 전반이 제대로 돌아갔을 리 없다”며 “이명박정부때부터 시작된 전교조에 대한 탄압이 박근혜 정부때 ‘노조 아님 통보’로 끝났다. 업무일지에도 ‘긴 프로세스 끝에 얻은 성과’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분명 공작정치의 산물이다. 전교조 법외노조통보는 무효다”라고 강조했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일지에 △법외노조 재판 관련 개입 △대의원회 대회 참석율, 선거 및 징계 등 주시 및 탄압 △우파 계기 수업 지원 △진보 교육감 탄압 △국정 역사 교과서 여론 조작 지시 등의 정황이 담겨있다.

2014년 6월15일 메모에는 다음의 내용이 적혀 있다.

○ 전교조 재판 –6/19 재판 중요

승소시 강력한 집행

(전교조) 교육감 비협조 예상

YS때 노동법 개정(제3자 개입금지)

오세응. 부의장. 노조 명당성당 점거

재판 집행 철저히 – YS시절 잘못 교훈 삼아 

의지. 수석, 관계부처- 독려

송재혁 대변인은 “전교조 활동, 대의원회 출석률, 인터넷 반응까지 보고되고, 법외노조 이후에는 시도교육청 조치까지 꼼꼼히 보고됐다”며 “정부가 노조 파괴를 모의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세월호 진상 규명 가로막아=“업무 일지를 보면 세월호 관련 은폐를 조직적으로 일사불란하게 했다. 왜 구조는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김진이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전 조사관)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 일지(2014년 6월14일부터 2015년1월9일)에 ‘세월호’ 관련 내용이 83일, ‘유병언’ 24일, ‘산케이 및 7시간’ 20여일 포함이 되어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진상을 밝히고 유가족을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진상 규명 활동을 방해하거나 은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업무 일지에는 △유가족 견제와 분리 △청와대 책임 차단 △시민단체와 학자를 동원해 청와대 주장 강화 △세월호 특별법 제정 개입 및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는 내용이 적혀 있다.

2014년 10월1일 메모에는 다음의 내용이 적혀 있다.

세월호특별법 조항별 검토의견 제시(법무) ->독소조항, 벌칙, 역대 위원회와의 비교. 문제점. 국회에 pass토록 할 것.

세월호특별법 조문화, 과거사례 검토 올바른 입법되도록 영장주의. 과도한 벌칙. 유무 검토 여당 pass

김진이 전 조사관은 “‘선장 선원의 배반적 유기행위, 해경의 초동구조 작전의 실패, 유병언 일당 탐욕’으로 규정하고 ‘청와대 보고와 그 과정의 혼선 X, 정부가 변명 X’(2014.7.8)라며 진상규명도 되지 않은 참사의 결론을 내놓고 있다”며 “이는 고스란히 정부와 여당이 진상 규명을 막고, 세월호특조위의 조사를 방해하는 명분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공작정치, 통합진보당 해산=“단순한 정황이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가 나온 것이다. 특검에 김기춘, 박한철 헌재 소장을 고소했고, 손배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방위적인 공작정치를 넓은 연대로 대응해야 한다”(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업무일지에 통합진보당 관련 언급이 45차례에 달하며 △‘RO 사건 공판기록 등사 후 송부’(2014.6.25.), ‘통진당 사건 관련 지원방안 마련 시행, 재판진행상황 법무부 TF와 접촉’(2014.8.25.) 등 재판 진행 내용 인지 △‘비서실장, 통진당 해산 판결-연내 선고’(2014.10.4.), ‘月, 정당해산 확정, 비례대표 의원직 상실, 지역구 의원 상실 이견 –소장 의견 조율 금일 중, 조정 끝나면 19일, 22일 초반(?)’(2014.12.17.) 등 선고 기일과 선고 내용을 사전에 인지한 내용이 포함됐다.

김재연 전 국회의원은 “결론적으로 김기춘 비서실장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말이 현실화 됐고, 헌재는 2014년 11월25일 변론을 종결했고, 12월 17일이 되어서야 이틀 후에 선고하겠다고 소송대리인에게 통지했다”며 “2014년 12월19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 2주년이 되는 날에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공작정치, 민간인 사찰까지=“정권에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 정당, 노동조합, 단체 등을 모두 응징 대상으로 본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 이용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

업무일지에는 △인터넷 건전 여론 조작 개입 △청와대 비판 인터넷 게시물 탄압 및 방심위 활용 △카카오 감청 논란 및 사이버 테러법 추진 △종교계(불교, 천주교)와 민간인 사찰 △국가정보원 관련 사건 재판 대응 등의 내용이 들어가 있다.

2014년 작성된 관련 메모를 살피면 아래와 같다.

○ 9월 23일 VIP 7시간 관련-주름 수술설(사이버수사팀)

○ 9월 29일 사이버망명 관련 모니터링 범위 –방통위 설명요

○10월 13일 카톡 감청 해명시 감정적 인상 잘 고려해야 ->제 3자

○11월 25일 <장> 조계사 – 황선 장소제공 –개입 조사 후 조치(자승)

○10월 8일 초등학생 인공기 –교사 확인. 신속

○8월 7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할 것이 아니라 ex 산케이 잊으면 안된다 –응징해줘야 List 만들어 보고, 추적하여 처단토록 정보수집 경찰 국정원을 팀구성토록

장 정책활동가는 “청와대가 여러 국면에서 보수단체를 활용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을 대통령 비판 방송보도와 인터넷 게시물을 검열하는 청부심의기관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꼬집었다.

 

대응책은 무엇이 있을까.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은 “(김영한 수석의 비망록은) 단순히 개인 비리가 아니라 청와대와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할 사법부, 입법부에 대한 사찰과 뒷조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박근혜 정부가 정권을 어떻게 운영해왔는지에 대한 역사적 교훈을 남겨야 할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정도의 동향파악은 청와대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권력이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을 억누르려는 유혹에 빠지고 말았다는 것은 결코 가벼이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공작정치 백서 등을 남겨 다음 정권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단) 세월호 특조위를 보다 강력하게 부활시켜야 한다. 나머지 과제들은 드러난 정황들을 봤을 때 검찰을 믿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특검제도를 이용해야 하지 않나 조심스럽게 말씀드린다”며 “국정농단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되는 나쁜 제도에 대해 개선을 해야 한다. 국회가 받아안을 과제다.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유화했다. 이 사람들이 무슨 목적을 위해 이렇게 했을까 생각해 보면 목적도 그렇게 뚜렷하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맹목적이다. 권력 의지만 가지고 있다."며 "이는 우리 경제체제와도 맞아들어간다. 약탈국가는 국가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적 자원이나 자산을 사적으로 배돌리는 국가체제다. 재벌도 똑같은 짓을 한다. 과거 재벌 성장 동력은 무분별한 확장이었으니 지금은 중소기업 골목상권 약탈이다. 한정된 파이(의 한계)를 다른 사람 몫을 빼앗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두 가지가 너무나 적확하게 맞아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은 어떤 정치의 개혁 뿐만 아니라 시스템, 경제, 재벌과 같이 움직여야 한다”며 “청와대는 약탈을 숨기기 위해 법질서를 강조한다거나, 재벌과 같이 신자유주의적인 협박 정치를 해 왔다. 이 모든 것들은 87년 체제의 결정적인 문제점이 아니었는가 생각한다. 지금의 국면은 탄핵으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전반적 개혁에 대한 고민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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