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학회 연속세미나, 미디어 구조 개편을 위한 정부와 공공부문의 대응

한국 공영방송의 몰락은 이제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공정방송을 해야 한다고 외치던 언론인들이 펜과 마이크에서 멀어진 지도 오래다. 공영방송을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게 할 방법은 무엇일까. 국회의원 162명은 지난 7월 정권의 언론장악을 방지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법, 방송법, 방문진법, 교육방송공사법 등을 개정한 통칭 '언론장악방지법'을 발의했으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과, 박대출 간사에 가로막혀 상임위 상정이 불투명한 상태다. 한국방송학회가 13일 오후 2시 목동방송회관 3층 회의장에서 토론회를 갖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발제를 맡은 이준웅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KBS와 MBC는 엄격하게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치적 독립성 훼손 △방송 품질 하락 △기술혁신 전무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준웅 교수는 현재 발의되어있는 언론장악방지법의 보완점을 제시했다. KBS와 MBC, EBS의 이사를 여야 7대 6의 비율로 13명씩으로 하자는 안에 대해 이교수는 "현재 공영방송 이사회의 최대 문제가 '여야 간 정파적 극한대치'임을 고려할 때 이사회의 정치적 세력 분산, 이해관계 결탁 방지, 특권 축소를 추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특별다수제로 사장을 뽑을 것을 골자로 한 발의안에 대해서 "특별다수제만으로 훌륭한 사장선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사장 임기 보장 △공영방송 평가제도를 사장의 경영평가와 연동 △3년짜리 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이사회가 검토하고 수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특히 '편성위원회' 규약과 관련해 우려를 표했는데 "편성규약을 법적으로 규제하자는 의도가 공영방송 편성의 자율성을 해치는 일이 될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와 같이 대립적 정치문화와 약한 시민사회, 성과 추구형 조직문화를 가진 나라에서 공영방송사 정치투쟁의 내부화가 공영방송 독립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업 언론인들의 의견은 달랐다. 성재호 KBS본부장은 "현업인과 학자의 현실 인식의 괴리가 크다"며 "KBS의 경우 7대 4의 이사회가 갖는 문제점들은 진보와 보수, 좌우가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다수'가 독식하는 구조가 반복되어 문제가 생겼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방적인 정책, 일방적인 인사와 같은 것들이 사장과 현업언론인들의 주된 충돌 배경이었다"며 "지난 10년동안 KBS 이사회가 여당의 일곱표를 가지고 어떤 안건들을 일방적으로 결정했었는지 등 실증적인 연구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선욱 KBS방송문화연구소 연구원 역시 "공영방송 문제를 논의할 때 가장 중요한 '수신료 납부자', 즉 국민에 대한 이야기는 논의가 되지 않는다"며 "이준웅 교수의 발제에서도 수신료 납부자의 컨트롤에 대한 부분이 누락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0년동안 KBS는 사장이 여섯 번 바뀌었다. 정책적 일관성이 나타날 수가 없다"며 "기술적 퇴보가 되고 있는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제왕적 대통령 시스템이 근본적 문제"라며 "대통령이 한 명 바뀌면 최대 41명의 공영방송 인사를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현재 발의되어있는 언론장악방지법을 보완하는 것 보다 현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국가권력에 포위되어있는 공영방송 시스템 내에서 방송의 자유를 보장할 수가 없다. 지금은 내부 노조 투쟁을 하고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준웅교수는 "방송사 내 복수노조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투쟁을 한다는 것이다. 편성위원회에 대해서는 현업 언론인들이 잘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며 "시민사회의 경우도 외국의 경우 수백년된 전통이 있어야 공영방송에 대표를 파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봉건성, 국가특유의 전투성등을 생각하면 외국의 제도를 함부로 가져올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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