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내 성평등 토론회

“제작사에서 섹시 또는 엄마로 양분하는 캐릭터를 주문한다. ‘그건 아닌 데’라고 해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섹시 춤 안하고 싶지만 ‘해 달라’라 할 경우 ‘다음에 안 쓰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곽현화 배우)

“다큐 시사를 하다보면 (여성의) 전문가 풀이 좁다. 연구 분야를 봐도 심리 가사 등이 여성이 많고...”(김민정 PD)

“‘너 이판에서 발 못 붙이게 하겠다’는 말을 들은 사람이 어떻게 용기내서 말할 수 있겠는가”(시한)

“2017년 현재 국내 미디어 분야에서 표현과 정책을 결정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남성이다. 방통위 5명, 방심위 9명 중 여성위원은 전무하다”(정슬아 미디어운동가)

“미디어 내 성평등 중요성은 강조되지만 아직도 양성평등은 프로파간다다. 남자는 뒷짐을 지거나 방해하지 않으면 된다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이렇게 하면 양성평등에 다가갈 수 없다”(이수연 연구위원)

 

미디어 내 성평등을 위한 토론회가 5월 30일 국회 의원회관 2세미나실에서 진선미 도종환 의원,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한국PD연합회, 국회 시민정치포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법조인협회 공익인권센터 주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의 사회로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방송산업 내 성차별 구조와 콘텐츠에서 나타난 성차별 문제를 발표했다. 김민정 KBS PD, 곽현화 영화배우, 김형성 방심위 방송심의 팀장, 시한 tvN 신입조연출사망사건대책위 관계자, 전별 공익인권센터 법제위원장, 정슬아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이수연 연구위원은 방송사 간부 중 93%가 남성인 점을 들며 “유리 천장 현상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여성이 높이 올라가는 것은 너무나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2016년 방송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업 종사자는 전체 14,293명 중 남자 10,653명, 여자 3,640명으로 집계된다. 지상파 임원의 경우 남자가 139명, 여자가 8명이다. 기자는 남자 1,898명인 반면 여자는 437명, 피디는 남자 1,744명, 여자 647명이다. 아나운서의 경우 여자 275명으로 남자 196명보다 많다.

이 연구위원은 드라마,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서 성차별은 ‘여성비하’, ‘남녀 관계의 위계화’, ‘고정관념 강조’ ‘외모지상주의’ ‘여성의 성적 대상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문에서 김민정 PD는 “남성은 방송국 내 비정규 일자리를 거쳐 가는 경우로 삼는 경우가 많은 대신 여성은 계속 비정규직 일자리로 이어 가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모든 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경우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훨씬 취약하다”고 말했다.

 

드라마와 예능 제작물과 관련 김 피디는 “편리한 제작관행이 지속적으로 왜곡된 성 고정관념과 남성상, 여성상을 만들어 낸다”며 “대표적인 것이 악녀 케릭터이며 이 같은 대립은 일견 쾌감을 주고 보기에 편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전형화 된 권선징악적 결말과 결부되면서 여성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고, 다시 태어나고 회개해야만 하는 존재라는 점을 은연중에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곽현화 영화배우는 “섹시하다는 캐릭터를 내가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분위기에 휩싸였던 것은 아닌가 스스로 묻게 된다”며 “운동 프로그램에 나갈 때 나는 동작을 보여주지만 카메라는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하고, 결국 나난 과도하게 보여주려는 아이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tvN 신입조연출사망사건대책위의 시한 님은 “조직 문화가 강한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여성은 때로는 역시 여자는 안된다며 배제되고, 때로는 동료가 아닌 성폭력의 대상으로 대상화 된다”며 “여성 스텝에게는 언어적 신체적 성폭력과 함께 여성이어서 주어지는 감정노동 및 가사노동이 수반됐다”고 밝혔다.
 

tvN 대책위에 제보된 106건의 내용을 살피면 △일상적인 외모 평가와 성폭력적 농담 △감정 노동 및 가사 노동 전가 △여자라서 문제라는 인식 △언어적 신체적 성폭력 위협 등으로 나누어지며, 사례를 보면 ‘드라마 현장은 여성에게 더욱 폭력적인 곳’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보 사례에 “보조 작가를 밥해주는 애라고 묘사. 개인적인 가사노동 요구”, “여성 스텝 외모 순위 매기기”, “여자 작가니까 감정적이고, 남자 작가니까 이야기 잘 짠다”,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 맛”, “연출부에 여자 뽑을 때 이쁘기만 하면 되지 뭘 보냐”, “남자 친구 있니? 그럼 처녀 아니겠네?”, “(제가 아는 분은) 존경하던 연출 감독이 키스를 시도하고 포옹을 한 적이 있었지만 울음을 참아가며 감독을 달래어 그 상황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등의 내용이 있다.

전별 변호사는 현행 공무원이 받아야 하는 성인지 교육의 범위를 확대해 미디어 종사자까지 포함시켜야 하며, 성별영향분석평가제도에 방송사업자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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