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 MBC본부 대전지부장 “시민사회와 언론적폐 청산 투쟁”

“KBS, 대전방송, 대전일보, 금강일보 등 지역 주요 언론에선 현재 이진숙 대전MBC 사장 문제에 대한 기사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터넷 매체들만 다루고 있습니다. 지역은 오마이뉴스, 디트뉴스, 다른시각, 대전뉴스 그리고 전국적으론 미디어오늘, PD저널, 미디어스,기자협회보에서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한신 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장이 대전MBC정상화 투쟁 관련 기사들을 살피며 말을 시작했다.

“오늘 정말 많은 단체에서 와 주셨습니다. 과거 박근혜 퇴진행동본부가 국민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로 전환된 단체로 그 안에 언론적폐 청산특별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분들은 언론이 정상화되지 않고서는 대전 충청권 지역 사회의 변화가 없다고 하십니다. 공영언론 정상화를 지역 사회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는 분위기입니다.”
 

6월 21일 낮 12시 대전MBC사옥 앞에서는 언론적폐 청산과 부역자 퇴진을 위한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전운동본부에는 대전 지역 노동 시민사회 종교 정당 등 88개 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대전MBC지부 깃발이 대전지역 촛불문화제가 나타난 것은 지난 2월 중순 때부터였다. 사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문제가 불거지고도 한 참 지난 시점이었다.

“정말 죄송스러웠습니다. 2월 중순께 촛불집회에 처음 참여했습니다. 그 전까지 죄송하지만 조직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조합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돌을 맞더라도 나가자. 사죄의 의미를 가지고 나가자. 지난 시간 대전MBC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타 지역 MBC의 경우 세월호 특집 방송을 내보내고, 사드 문제와 관련 입장을 내는 등 지역 MBC의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대전은 철저히 서울을 향해 있고, 해바라기 뉴스를 내보내며 지역 민심과 반해 있었습니다.”

이한신 지부장은 2015년 이진숙 사장 부임 이후 대전MBC의 공정성 훼손과 사유화가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광장에서 만난 이들이 보내는 시선은 매서웠다. 촛불 집회 주최측 관계자는 MBC와 인터뷰를 했다가 주위에서 “왜 그런 방송과 인터뷰 하냐”며 혼이 많이 났다고 했고, 대전MBC 소속 카메라 기자는 광장에 나갔다가 비난을 받으면서 취재를 해야 했다.

 

“서울 광장에서 로고 떼고 나가거나 MBC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대전 역시 사실상 마찬가지였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민실위 활동은 전무했습니다. 반성해야 할 일이지만 달리 말하면 철저히 보도국이 장악되어 있었고 외압에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대전지역에서 지난해 11월1일 첫 촛불집회가 열렸는데 방송3사(KBS 대전, 대전MBC, 대전방송) 중 대전 MBC만 촛불집회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대전 MBC의 한 시청자위원은 ‘지역 방송 3사 중 가장 소극적으로 보도했고, 다른 지역 MBC와 비교해도 문제가 있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전에서 10만 시국대회가 열렸을 때입니다. 당시 대전MBC는 중계차를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보도국장은 시청자위원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계차가 나가면 비용이 들고, LTE는 불안정하고. 이런 핑계를 댑니다. 공영방송이. 이게 말이 됩니까!”

이한신 지부장은 현재 대전MBC의 취재 인력 문제를 꺼냈다. “대전 MBC 보도국에 기자가 몇 명인 거 같으세요? 기자 10명이 대전 충남 세종의 사건 사고를 챙기게 됩니다. 제가 알기론 KBS대전와 대전방송은 저희보다 훨씬 많습니다. 기자들을 타 부서로 보내고 인력은 충원하지도 않고, 인력난을 호소하면 보도국장은 우리는 ‘일당 백’으로 안 뽑아도 된다며 시청자위원의 인력 충원 건의조차 묵살했습니다.”

대전MBC 홈페이지에서 확인된 기자는 모두 13명. 여기서 최혁재 보도국장 등 편집부장과 취재 부장을 빼면 딱 10명이다.2016년 방송산업실태조사보고서(2015.12월말 기준)에 따르면 대전MBC 기자 수는 24명이다. 2년여 만에 취재 인력이 많이 줄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대전방송 31명, KBS대전총국 34명이 기자직군으로 포함되어 있다.

“회사에 필요한 신입 사원을 뽑아달라는 것입니다. 너무 답답해 제가 지난 노사협의회에서 회사 홍보주간지 폐간하고, 보직자 신설 수당 폐지해 사원 채용 비용 마련하자고 요구한 것입니다. 인력과 프로그램에 투자하기 위해서 인데 회사는 노조 주장이 황당하다며 성명서를 통해 노조가 경영권을 흔들고 있다고 합니다.”

 

언론노조에서 3차례에 걸쳐 발표한 언론적폐 101명의 명단 중에 이진숙 대전MBC 사장, 최혁재 대전MBC 보도국장, 김원배 방문진 이사(전 목원대 총장)가 포함되어 있다.

이진숙 사장은 △정수장학회 MBC 지분 처리 관련 주도 △세월호 오보 비판 기자 부당 전보 △세월호 특조위 동행 명령장 불응 △김재철 전 사장 대변인 등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최혁재 보도국장은 △공영방송 회복 위한 동영상 반성문 올린 기자 2명 징계 △촛불집회 지연 및 축소 보도로 공영성 훼손 △중동 뉴스로 방송 사유화 등이 문제가 됐다. 또 김원배 방문진 이사는 MBC의 관리감독 책임자로서 공정성 파괴 방송독립성 침해를 옹호 방조한 이유로 명단에 포함됐다.

“제가 지난 집회에서 대전MBC가 중동 방송이냐고 발언한 적이 있는데요. 올해는 좀 잠잠하지만 이진숙 사장 취임 초기엔 심각했습니다. 이라크 대사와 외무장관 관련 기사가 나갔고, 이진숙 사장이 직접 이집트 대통령을 인터뷰 하러 서울에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당시 20명의 매머드급 스텝이 동원됐습니다. 중동 할랄 음식 집중 보도에,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요르단 특별취재가 있었고, 서울에서 열린 아랍 영상제가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대전MBC와 무관한 중동 뉴스가 집중 취재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진숙 사장을 위한 해바라기 뉴스인거죠.”

 

대전 MBC에서는 최근 제작 자율성 보장을 제기한 기자에게 7분 지각, 취재계획서 미제출 등을 이유로 감봉 징계를 하는 일도 발생했고, 이한신 지부장을 겨냥해 ‘가짜 뉴스’ 생산자라며 보도국장과 회사에서 입장과 성명을 내는 일도 벌어졌다.

“노사협의회에서 벌어진 일을 빌미로 조합 간부의 당일 지각 문제와 취재 계획서 미제출 등을 이유로 인사위에 회부하기도 했고, 과거 조합 활동을 문제 삼아 부당 전보도 강행했다. 조합원들의 분노는 컸다. 조합원 징계 문제는 단순히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전MBC가 그동안 어떻게 사유화되어 왔는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조합원들이 징계 무효와 보도국장 퇴진을 요구하는 사내 피케팅을 했고, 지금은 더 확대돼 기자회견, 대외 선전전으로 그리고 대전지역 시민사회와의 연대 투쟁으로 이진숙 사장을 비롯한 부역자 퇴진 운동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지난 16일 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는 회사로 ‘노동조합 명예훼손 한 보도국장 징계 및 회사 게시물’ 삭제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는 6월8일 노사협의회 회의록 공개에 따라 그동안 회사와 사측이 ‘가짜 뉴스라고 했던 것’이 ‘가짜’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측과 보도국장은 21일 현재까지 회사 게시판에 <보도국 보직자를 겨냥한 노조 성명에 대한 입장>(2017.4.19. 보도국장), <회사는 노조의 경영권 흔들기에 단호히 대응할 것입니다>(2017.4.18. 대전문화방송)라는 제목의 글이 붙어있다.

위 글에서 회사는 지부장을 겨냥해 “(지부장은) 보도국의 모 간부도 레노베이션에 반대한다는 입장의 취지를 밝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보도국의 간부는 레노베이션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도국 시설 배치에 관련한 의견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노사협 자리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했습니다”라고 했고, “노조 지부장은 시사회 개최가 제작 자율성을 심각히 침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조합에서 작성한 속기록에 따르면 당시 지부장은 “보도국의 경우 보직자조차 리노베이션이 그렇게 추진되고 있는 것에 몰랐다라고 공개회의에서 발언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고, 시사회 개최 관련 “사장이 직접 나서서 특집이나 레귤러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 직접 제작자들에게 제작 및 수정 지시를 하다 보니 조합 입장에선 현업 제작자 입장에서는 제작자율성을 침해받았다고 생각한다. 사장이 회사 방송편성규약 5조3항 국장 책임제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노조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 노조를 공격한 회사의 사과와 허위 사실로 적시된 성명서 삭제 그리고 보도국장 파직을 요구했습니다. 또 조합원들은 스스로 개인 인사 고가 열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4월부터 시작된 투쟁은 67일째입니다. 그동안 노조는 예의를 지켜왔습니다. 내일부터 제가 사장에게 하는 인사는 ‘퇴진 하십시오’라고 달라집니다.”

이한신 지부장은 노조 지부장을 맡으면서 계약직 노조와 통합, 대전MBC 사장은 자사 출신으로, 내부 적폐 청산을 공약했다. 4월18일 대전MBC계약직과 노조를 통합했고, 지금은 내부 적폐 청산 투쟁을 진행 중에 있다. 일차적인 시점은 오는 9월26일 창사 행사전까지 이진숙 사장을 퇴진시키는 것이다.

 

“대전 MBC가 지상파 3사 중에 꼴지 수준입니다. 지역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영방송의 역할을 못했기에 나타난 당연한 평가와 반응입니다. 아마 시청자 중 일부는 채널을 삭제했을지도 모릅니다. 잘못한 뉴스에 대해 외면과 침묵이 아닌 비판과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MBC정상화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사장은 출근할 때 저희와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불과 몇 초 만에 들어가 버립니다. 우리의 눈과 피켓 등은 당장 피할 수 있겠지만 시청자와 국민의 눈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대전 지역 언론부역자 청산 투쟁은 시민사회와 함께 진행됩니다. 내부에서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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