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연구자들 “고대영﹒김장겸,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라"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학자들이 나선 것은 적폐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

 

“부끄럽습니다. 우리의 잘못이 큽니다. 부정한 언론 현실, 비정상적인 방송 상황을 방조하거나 묵인해 온 언론학자들입니다.”

전국의 언론학자 125명이 자기반성과 함께 “자유로운 언론, 독립된 방송의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5일 언론학 교수 및 연구자 등 20여명은 ‘새롭게 투쟁에 나선 현장 방송인들을 지지하는 언론학자 125인’의 명의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언론 자유’와 ‘방송 정상화’, ‘민주적 미디어생태계 복원’을 요구했다.

기자회견문은 윤태진 연세대 교수가 대표로 낭독했다. 윤태진 교수는 “침묵과 방관은 직무유기”라며 “KBS와 MBC, YTN, 연합뉴스 등 공영방송 현장, 공적미디어 영역에서 재점화되고 있는 저항의 움직임에 뜨거운 지지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이론과 실천은 결코 별개가 아니”라면서 “‘기레기’라고 낙인 찍히고 광장에서 추방되던, 취재와 제작의 기회조차 박탈 당한 현장 언론인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잃었던 자존심을 행동을 통해 되찾겠다”고 말했다.

언론학자들의 요구사항은 모두 4가지다. 이들은 △‘방송 독립’과 ‘공영방송 정상화’ 요구에 대한 사측의 수용 △고대영 KBS 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을 비롯한 ‘방송 적폐세력’의 즉각 퇴진 △해고 언론인﹒방송 노동자의 복직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 △지난 두 정권의 언론탄압에 대한 특별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의 사회를 본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언론학자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몇 번 기자회견을 하고 성명을 발표했지만, 대놓고 고대영﹒김장겸의 퇴진을 요구하고 ‘창피하다. 살 수 없다’고 이름을 올린 적은 없다”면서 “KBS 앞에 갈 수도 있었지만 더 못된 MBC 앞에서 의사 표명을 하기 위해 함께했다”고 밝혔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입이 언젠가부터 말하기보다 먹는 데만 쓰이게 됐다”면서 “특히 공영방송이 해야 될 말을 막고 감추는 시대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먹고 사는 것에만 연연하지 않는 분들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말의 공명이 일어나도록 서명을 하고 나섰다”면서 “공영방송, 이제 더 떨치고 일어나라. 말하는 자들이 여러분의 말을 더 돕겠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고대영﹒김장겸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부역자”라면서 “무슨 염치로 아직 앉아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최진봉 교수는 “법적으로 임기를 보장 받으니 버티는 것은 후안무치 한 행동”이라며 “본인이 한 짓을 반성하고 물러나서 길을 열어주고, 공영방송이 공영방송 답게 역할을 하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을 제작한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해직 언론인의 복직에 방점을 찍었다. 김진혁 교수는 “언론을 정상화 하고 공영 언론을 바로잡았다고 느끼려면 해직자 선배들이 원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김장겸 MBC 사장이 물러나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최승호 PD, 이용마 기자, 김민식 PD, 권성민 PD가 제자리로 돌아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것이 국민에게 전달될 때까지 저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제 이 싸움을 끝낼 때가 됐다”며 “이것은 의지가 아닌 객관적인 상황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게 판단한다. 첫째는 마지막을 예감한 적폐세력이 아우성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적폐세력들이)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마지막이 가까워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둘째는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학자들께서 발언에 나선 것”이라며 “저는 학자들이 꼭 황혼이 돼야 우는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아니라고 본다. 많은 학자들이 그동안 염원이 있어도 가슴 속에 품고 있다가 드디어 나섰다. 이것은 적폐세력이 장악한 환한 대낮이 끝을 보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라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은 KBS의 기자들이 성명을 통해 파업을 촉구하고 나선 것을 언급하며 “오늘 MBC 앞에서 하고 있지만, KBS 기자들은 이제 파업을 해야한다. 언론노조는 동지들과 함께 열심히 싸우겠다. 그리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일 KBS의 입사 13년차 이하 기자 273명은 ‘우리는 행동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기명 성명을 발표해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제작 거부를 선언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고대영 사장을 퇴진하게끔 만드는 실질적이고도 유일한 길이 우리 스스로가 일터에서 잠시 떠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면서 “우리는 고대영 사장의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이 마치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인 양 취급되는 형식논리를 배격한다”고 밝혔다.

MBC에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점검할 8명의 특별근로감독관이 파견된 상태다.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MBC의 구성원에게 가해진 부당징계는 71건, 전보와 해직을 당한 인원은 180명이 넘는 실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한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MBC는 엄연한 쟁의사업장이다. 벌써 7년째 파업 중”이라면서 “안에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과 성명에 참여한 언론학자들의 명단.

 


 

전국의 언론학자들은 방송독립투쟁을 적극 지지합니다!

언론 자유는 그 어떤 권력으로부터도 반드시 보호되어야 합니다. 방송 독립성 또한 그 어떤 정권에서건 확고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자유로운 언론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며, 독립된 방송은 민주정치의 조건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고 또 그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언론자유와 방송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작금의 현실에서, 언론학자인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침묵과 방관은 직무유기입니다. 자기 학문에 대한 기만입니다. 움직이겠습니다. 실천하겠습니다. KBS와 MBC, YTN, 연합뉴스 등 공영방송 현장, 공적미디어 영역에서 재점화되고 있는 저항의 움직임에 뜨거운 지지를 표합니다. 작지만 뜨거운 연대의 힘을 보탭니다. 불의의 체계를 타개하고 부정한 세력을 청산하려는 이들을 결코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그들과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이 나라의 주요 공영방송들은 철저히 붕괴되었습니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커녕, 거짓과 선전을 일삼아왔습니다. 진실을 은폐했습니다. 국민을 속였습니다. “이게 나라냐?” 할 정도로 국정이 농단될 때에도 국민의 눈귀를 가리며 권력을 찬양했습니다. 방송사 내 권력의 하수인, 부역자들은 항의하고 저항하는 언론인들을 현장에서 쫓아내고 탄압했습니다.

이런 불의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습니다. 지난 두 정권을 이어온 방송장악, 언론탄압의 치욕적 시간을 당장 걷어내야 합니다. 이 촛불의 명령을 이제 우리가 앞장서 실천하겠습니다. 이론과 실천은 결코 별개가 아닙니다. ‘기레기’라 낙인 찍히고 광장에서 추방되던, 취재와 제작의 기회조차 박탈 당한 현장 언론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잃었던 자존심을 행동을 통해 되찾겠습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현장 언론인﹒방송인﹒학자의 구분이 없는 한국사회 재민주화의 중요한 시간입니다. 우리는 시민과 주권자의 이름으로, 언론 자유와 방송 정상화, 민주적 미디어생태계 복원을 요구합니다. 언론적폐 청산과 부역자 정리를 촛불시민의 이름으로 외치고자 합니다. 당신들은 당장 나가라! 부당하게 쫓겨난 언론인들은 빨리 복귀하라!

결코 과한 요구가 아닙니다. 과장된 구호도 아닙니다.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돌려놓으려는 민중의 당연하고 상식적인 요구일 따름입니다. 자유언론 회복이 민주정치 정상화의 길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과 확신을 가진 언론학자라면, 지금 방송현장에서 들려오고 또한 시민들이 외치는 저 절박한 목소리를 절대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우리의 잘못이 큽니다. 부정한 언론 현실, 비정상적인 방송 상황을 방조하거나 묵인해 온 언론학자들입니다. 우리는 진실추구와 현실변화에 더 적극적이어야 했습니다. 거짓에 반대하고 권력에 저항해야 했습니다.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이 점 통렬히 반성합니다. 따가운 질책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작은 움직임을 당장 시작하려 합니다.

우리 125인 전국의 언론학자들은 새롭게 방송독립의 투쟁에 나선 현장의 방송인들을 뜨겁게 지지합니다. 그들과 함께, 방송정상화 노력에 최선을 다해 임하겠습니다. 자유로운 언론, 독립된 방송의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데 적극 나서겠습니다. 이 땅에 방송 재민주화가 즉각 실현될 수 있도록, 언론학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다하겠습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방송 독립,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노동자﹒시민﹒시청자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사측은 당장 수용하라!

하나. 고대영(KBS), 김장겸(MBC)을 비롯한 방송의 적폐세력들은 촛불혁명의 명령을 따라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라!

하나. 부당하게 해고되고 쫓겨난 모든 언론인, 방송노동자들이 제자리로 복귀﹒복직할 수 있도록 정치권은 모든 책임을 다하라!

하나. 대통령과 국회는 지난 두 정권에서 언론탄압, 방송통제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낱낱이 조사할 특별진상조사위원회를 당장 구성하라!

2017년 7월5일

새롭게 투쟁에 나선 현장 방송인들을 지지하는 언론학자 125인 일동

강보라(한예종) 강상현(연세대) 강혜란(여성민우회) 고영철(제주대) 권장원(대구가톨릭대) 권지현(동의대) 권혁남(전북대) 김경희(한림대) 김균(서강대) 김기태(세명대) 김기태(호남대) 김남석(경남대) 김동원(전국언론노동조합) 김민기(숭실대) 김서중(성공회대) 김성해(대구대) 김세은(강원대) 김수아(서울대) 김수정(충남대) 김수철(한양대) 김승수(전북대) 김신동(한림대) 김영욱(이화여대) 김영주(경남대) 김영찬(한국외대) 김예란(광운대) 김용호(부경대) 김은규(우석대) 김은준(대전보건대) 김재영(충남대) 김진웅(선문대) 김진혁(한예종) 김창남(성공회대) 김평호(단국대) 김현경(베를린자유대) 남궁협(동신대) 남재일(경북대) 류웅재(한양대) 류한호(광주대) 문종대(동의대) 민영(고려대) 박근서(대구가톨릭대) 박동숙(이화여대) 박민(전북대) 박선희(조선대) 박성우(우송대) 박용규(상지대) 박진규(서울여대) 박진우(건국대) 박태순(미디어로드) 박해성(군산대) 박현구(창원대) 방정배(전 성균관대) 방희경(서강대) 백미숙(서울대) 서명준(한서대) 손병우(충남대) 손석춘(건국대) 송해룡(성균관대) 송현주(한림대) 신태섭(동의대) 심두보(성신여대) 심영섭(언론인권센터) 안차수(경남대) 양선희(대전대) 우지운(고려대) 원용진(서강대) 유선영(성공회대) 유영철(동아대) 유홍식(중앙대) 윤성옥(경기대) 윤영태(동의대) 윤태진(연세대) 이경숙(고려사이버대) 이규탁(한국조지메이슨대) 이기형(경희대) 이동후(인천대) 이만제(원광대) 이범수(동아대) 이상길(연세대) 이상훈(전북대) 이승선(충남대) 이시훈(계명대) 이영주(성균관대) 이오현(전남대) 이은주(서강대) 이종임(성균관대) 이종혁(경희대) 이창현(국민대) 이희은(조선대) 임동욱(광주대) 장낙인(전 방심위) 전규찬(한예종) 정상윤(경남대) 정성은(성균관대) 정수영(성균관대) 정연구(한림대) 정연우(세명대) 정용국(동국대) 정용준(전북대) 정의철(상지대) 정인숙(가천대) 정재철(단국대) 정준희(중앙대) 정필모(KBS) 조영한(한국외대) 조항제(부산대) 주재원(한동대) 주창윤(서울여대) 차재영(충남대) 채영길(한국외대) 최영묵(성공회대) 최용준(전북대) 최이숙(동아대) 최진봉(성공회대) 하종원(선문대) 한동섭(한양대) 한혜경(부경대) 한희정(국민대) 허진(창원대) 홍경수(순천향대) 홍석경(서울대) 홍성일(한예종) 홍종윤(서울대) 황인성(서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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