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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담당했나요?-노동노동한 세상을 위해
[0호] 2017년 07월 07일 (금) 14:00:56 관리자 media@media.nodong.org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박장준 정책국장이 <‘노동’ 담당했나요?>라는 제목의 칼럼을 보내왔습니다. 박 국장은 원고 청탁 과정에서 “노동 담당 기자들에게 편지를 쓰겠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정말 ‘애정이 가득한 편지’를 썼습니다. ‘노동노동한 세상을 위해’ 꼭 읽어주세요. ‘노동노동한 세상’이 어떤 세상일까요? /편집자주

 

‘노동’ 담당했나요?

-노동노동한 세상을 위해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1) 정책국장)

 

노동담당 기자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희망연대노동조합에서 정책국장으로 활동 중인 박장준입니다. 미리 고백하면 언론노보에 칼럼을 연재하기에는 이쪽 경력이 짧습니다. 지난해 11월 이 판에 들어왔으니 만 8개월입니다. 오늘도 전문시위꾼이 되기 위해 노오오오오력을 하고 있으나 쉽지 않네요.

그 전에는 <미디어스>와 <미디어오늘>에서 기자로 일했습니다. 방송통신업계 비정규직 문제를 취재하다가 이 노조를 알게 됐고 결국 유착해버렸습니다. 노조활동가의 삶이 기자보다 힘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조합원 대다수가 비정규직이라 살림이 넉넉지도 않고, 전국에 흩어진 조합원들을 조직해야 하고, 매일 터져 나오는 악덕업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진짜사장 원청 기업을 상대로 싸움을 해야 합니다. ‘강성노조’라는 것, 쉽게 얻을 수 있는 별명이 아니더군요.

기자 시절에 비하면 한 세 배쯤 바쁩니다. 직책과 직급은 정책국장입니다만 국원은 없습니다. 저는 노조에서 정책, 선전홍보, 교육, 조직, 대외협력, 언론대응을 맡고 있습니다. 모든 활동가가 모든 역할을 해내야 조직이 굴러갑니다. 한 달에 두 번 전국순회를 하고, 철저히 을로 언론과 정치권을 상대하노라면 ‘내가 이러려고 노동조합을 했나’하는 자괴감 또한 밀려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피켓과 웹자보를 만들고, 조합원들을 독려하고 비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입장과 논평과 보도자료를 쓰고, 발걸음이 닿는 대로 투쟁사업장에 연대하면서 동지를 만듭니다. 신영복 선생이 말한 ‘관계의 최고형태’를 만들어가고 있고, 최선의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과거에 “이 문제, 내가 기사로 썼는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제가 빛나길 바랐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함께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지 매일 느끼며 삽니다.

소개가 길었습니다. 본론입니다. 저는 앞으로 노동조합 활동가의 시각으로 언론을 비평하려고 합니다. 비평의 대상은 기자들이 급하게 처리하는 보도자료 기사가 아니라, 각 언론의 노동담당 기자들이 공력을 들여 쓴 기사입니다. 저는 언론이 노동 현안과 노동조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주체를 옹호하고 어떤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확인하고 비평하겠습니다.

제 시각은 분명합니다. 노동조합을 한다는 것은 자본이 노동을 얼마나 착취하는지 끊임없이 확인해 제 몫을 찾고, 새로운 권리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 노동조합 조직률은 10%(2) 수준으로 헌법에 있는 노동권이 사실상 무력화돼 있습니다. 진짜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재벌 대기업들은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으로 비용은 줄이고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상시지속업무를 외주화한 결과, 노동자들이 위험해졌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노동자인지 자영업자인지 모를 근로자영자의 시대입니다. 비정규직은 고용이 보장된 정규직보다 임금과 복리후생 조건이 더 나아야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이 거꾸로 입니다. 여성, 장애인, 이주민, 청소년의 노동권은 여전히 이야기되지 않습니다. 4차 산업혁명 같이 규제완화를 포장하기 위한 레토릭만 쏟아집니다. 이런 아사리판에서 우리는 노동을 이야기합니다. 신문과 방송뉴스에 ‘한줄’ 실리기 위해 몇 년을 싸웁니다.

끝으로 노동담당 기자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독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노동’을 가지고 발제를 밀어붙이고 지면을 따내느라 얼마나 고생입니까. “맨날 똑같은 ‘투쟁’ 이야기만 발제하지 말라”는 데스크 이야기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습니까. 그럼에도 노동을 부여잡고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당부합니다. 더 깊숙이, 더 낮게 들어오십시오. 기자들을 기다립니다. 이곳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모든 노동은 신성하다"  이탈리아 <렐루 서점> 천장에 있는 문구. 박장준 정책국장이 이번 칼럼에서 꼭 담아줬으면 하는 사진. 저자가 여행 중 촬영.

 

(1) 희망연대노동조합 : 2009년 창립된 초기업단위 지역일반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의 노동자들이 직장, 업종, 고용형태 등에 관계없이 가입 가능하다. 노동조건 개선과 사회적 생존권 쟁취 및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 위한 생활문화공동체 실현 등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산하에 씨앤앰지부, 다산콜센터지부, 한국이콴트글로벌원지부, 더불어사는지부 등 총 9개 지부와 다양한 소모임이 있다.

(2)노동조합 조직률 : 고용노동부가 2016년 발표한 ‘전국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노동조합조직률은 10.2%다. 노동조합조직률은 전체 임금노동자 중에서 노동조합 조합원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2015년 노동조합 조직대상 노동자는 1,902만7,000여 명에 달했지만 조합원인 노동자는 193만9,000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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