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폐업 협박'에 "일종의 자해공갈…OBS 경영상태 건전"

백성학 회장 '방송 사유화' 심각…'백 회장 행패 동영상' 공개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백 회장, 폐업 전에 퇴출 될 수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OBS 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와 12개 시민사회단체가 18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를 내세워 공공연히 폐업을 언급한 대주주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을 비판하고, OBS의 경영 상태는 건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백성학 회장이 공적자산인 방송을 계열사 홍보에 이용한 사실을 폭로하고 정책당국에 경인지역 시청자들의 시청자 주권을 보호할 법적·제도적 대안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경영 위기 과장 및 폐업 협박 반박과 OBS 방송사유화 고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11월 폐업' 주장의 허구성과 백 회장의 '방송사유화' 사실을 폭로했다.

지난해 말 OBS가 방송통신위윈회의 재허가 심사에서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뒤, OBS 경영진은 올해만 벌써 두번째로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측은 5월에 13명 정리해고 하고 7명을 자택대기발령 했다. 7월14일엔 다시 14명을 더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그 와중에 회사측은 경영 악화를 내세우며 노동자들에게 '폐업 협박'을 공공연히 해왔다. 6월19일 열린 직원 설명회에서 회사측은 "이대로 가면 허가 취소"라고 수차례 말하며 폐업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더해 지난 6일엔 전 직원에게 '3차 설명 자료'를 보내 '노조가 임금 감액에 동의해주지 않아 추가적인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엄포를 놓으며 '허가 취소'와 '폐업'을 거론했다.

한편 회사측은 방통위가 재허가 해주는 조건으로 지시한 '30억 증자'에는 나서고 있지 않다. 그러면서 노동자에겐 '임금 10% 감액'을 강요하고, '임금감액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원을 하겠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상태다.

 

◆ "OBS는 망하고 싶어도 망할 수 없는 상태"

18일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김경율 공인회계사는 OBS 경영진이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일종의 "자해공갈"이라고 규정했다.

김경율 회계사는 OBS의 재무제표와 방통위 재허가 신청서(2016년 제출), 감사보고서(2016년) 등의 자료를 분석한 내용을 전하며 "OBS는 흔들릴 수 없는, 즉 망하고 싶어도 망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회계사에 따르면 OBS의 2016년 기준 재무상태는 유동비율 219.54%, 부채비율 168.70%로 전반적으로 건전한 상태다. 또 요약손익계산서상의 2016 회계연도 손실(영업손실 5억 6000여만원과 당기순손실 8억 6800여만원) 역시 OBS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주)미디어오비에스의 영업이익을 합산하면 영업실적으로 오히려 호전돼 나타난다. 

또 최근 영업년도에 OBS에는 충분한 자금 유입이 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현금흐름으로 OBS에 유입된 자금은 2014년 14억 8000만원, 2015년 6억 5600만원, 2016년 60억 8500만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김 회계사는 "이는 방송활동에 종사하는 PD, 기자, 기술직 종사자, 기타 현업에 복무하고 있는 이들은 맡은 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회계사는 감사보고서에 드러난 2015~2016년 OBS의 실적치에서 유상증자(10억원)는 계획대로 이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입금(전환사채 포함)의 조달 및 상환과 관련해서는 45억원을 조달하고 122억원을 상환해, 순액 77억원을 상환한 셈이라면서 "이는 중대한 약정 위반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애초 재허가 신청서에서는 재무활동에서 10억원의 증자를 약속했다가,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67억원의 현금유입액을 재무활동으로 유출시켜버린 것은 무책임하다 지적해야 할 것"이라며 "결론으로 만의 하나, 현재 회사에 유동성이 부족하다면 그 책임은 회사의 경영진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계사는 백 회장이 '제2금융권에서조차 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OBS가 소지한 부천 OBS 사옥 부지에 대한 등기부등본도 떼 봤다"면서 "백 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영안상사주식회사가 소유한 부지를 담보로 자일대우버스와 클라크 등 영안모자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들이 돈을 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금융자산가로, 이런 분이 지급보증을 한다면 돈을 안 빌려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 "풍찬노숙 끝에 만든 OBS, 한 사람 위한 방송 돼선 안돼"

이날 기자회견에는 '경영상의 위기'와 관련한 OBS 사측의 허위주장 뿐만 아니라, 평소 백 회장이 방송을 사유화 해 온 실제 사례들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

유진영 희망조합지부장은 OBS의 보도가 대주주 영안모자의 계열사인 자일대우버스의 홍보에 이용되고 있다며 "자일대우버스는 신차를 발표할 때마다 꼭 보도를 하게 하지만,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숭의초등학교 관련 기사는 의도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숭의재단은 백 회장 일가가 소유한 재단이다. 

유진영 지부장은 또한 OBS의 자체제작 프로그램인 <유인촌의 명불허전>과 <전기현의 씨네뮤직>은 0.01%의 극히 미미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른바 '회장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존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백 회장이 '회장-부회장-대표이사'의 옥상옥과 같은 직제를 통해 책임경영을 무력화시키고 있으며, 회장 월례회의를 주재하고 사장공모 추천제를 폐기함으로써 편성·보도의 자율성에 대한 침해를 일삼았다고 했다.

유 지부장은 "OBS는 새로운 공익적 민영방송을 만들고자 했던 시청자와 iTV 구성원들의 열망을 담아 3년 동안 풍찬노숙 끝에 만들어진 방송인데, 누구 하나를 위한 방송이 돼선 안된다"면서 "방송 노동자들이 희생당하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이 훼손되고 있음을 이 자리에서 강력히 밝힌다"고 했다.

 

 

이날 OBS지부는 백 회장의 모습이 담긴 영상 2개도 공개했다. 첫번째 영상에는 백 회장이 4월6일 조합원들이 '정리해고 철회와 OBS 방송정상화를 위한 투쟁 문화제'를 준비하는 현장에 나타나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에서 백 회장은 말리는 조합원들에게 '새끼'라는 욕설을 하기도 했다.

 

 

두번째 영상에선 백 회장이 6월25일 월례회의 참석을 위해 OBS에 들렀다가 조합원 1명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10~12월 쯤 폐업할 것'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 "김성재·최동호 OUT, 경영인 선임…거부엔 백 회장 퇴출될 것"

기자회견 자리에는 OBS지부 외에도 전국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과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 임순혜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등이 함께 자리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김환균 위원장은 "요즘 언론개혁 얘기를 많이 한다. 언론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것은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며 "지역 민방을 포함해 SBS까지 지분 상환율을 지금의 40%에서 대폭 낮추는 안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앞으로 계속 싸워나갈 것이고, 그 첫머리에 OBS 대주주가 있다"면서 "(백 회장 측은)새로 들어선 정부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OBS의 시간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 재허가 조건을 이행하기에도 빠듯하다"면서 "백 회장은 아마 폐업 할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 흘러가면서 재허가 심사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를 빌어 다시 요구한다. 정리해고, 철회하라. 노사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가는 김성재 부회장, 최동호 사장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책임 있는 경영인을 선임하라. 그러면 노사가 함께 논의할 수 있다"면서 "이 제안을 거부하면 백 회장은 폐업을 하기 전에, 방통위가 재허가를 거부하기 전에 퇴출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는 "가장 좋은 길은 노사가 잘 협력해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라며 "백 회장이 지금처럼 좋은 길, 올바른 길, 정상적인 길을 포기하려 한다면 결국 대주주를 퇴출시키고 새 경영진이 들어오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가장 최악은 연말에 방통위 허가가 취소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백 회장은 투자했던 돈도 다 날리고, 현업 언론인이 대거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서 "백 회장은 어서 노조와 협의해 상생의 길을 가라"고 촉구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백 회장은 폐업으로 협박하는 작태와 노조의 합법적 행사에 행패를 부리는 것도 중단해야 한다"면서 "숭의초등학교도 재벌 손자를 숨겨주고 폭력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됐는데, 백 회장의 행태에서 숭의초등학교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송의초등학교와 영안모자, OBS에서 보여준 (백 회장의)반사회적 행태를 보면 굉장히 중요한 공적자산으로서의 방송을 운영할 자질이 인 되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광호 사무처장은 "OBS에 대한 해법은 결국 백 회장의 퇴출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시청자도, OBS 직원들도, 정부도 참을만큼 참았다"면서 "정부 여당에 촉구한다. 촛불을 통해 언론사유화의 적폐를 해소할 것을 국민이 요구했다. (정부가)OBS 문제의 해법을 내야 언론개혁의 의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규찬 대표는 백 회장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앞서 공개된 동영상에서 백 회장이 조합원들에게 욕설을 하는 장면을 두고 "왜 저런 자가 사회와 상식의 심판을 받지 않고 저렇게 멀쩡하게 있는지, 용서할 수 없다"면서 "(백 회장은)명백한 적폐다. 적폐기업이고 적폐 회장이다. 저런 적폐는 끊어내는 것이 촛불 이후의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벌이 국민의 자본인 방송을 가져가놓고 이제는 스스로 폐업을 한다며 시청자 주권까지 내다버리겠다는데, 이를 가만히 두고 있는 방통위도 적폐"라면서 "그래서 요구한다. 신임 방통위원장은 청문회를 거치면 첫번째 행보로 OBS에 달려가야 한다. 그래서 지난 두 정권 동안 무너진 지역방송을 챙기고, 시청자 주권을 복원하고, 말도 안되는 해고의 불공정성을 챙기고, 무엇보다 방통위의 자기책임에 대해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순혜 대표는 "OBS의 주인은 백 회장이 아니"라면서 "OBS의 주인은 경인지역 시청자와 OBS 희망조합지부"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밖에서 들어온 사람이 주인을 내쫓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OBS를 어떻게 할 건지를 질의해 명확한 답변을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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