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부역자의 인적 청산이 언론개혁 출발점 돼야"

27일 국회 'KBS﹒MBC 피해자 증언대회'…"공영방송,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공범"

“언제가 됐든 어느 때가 됐든, 저런 보도를 한 사람을 가만 두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세월호 참사)미수습자 수습과 진실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을 뿐, 우리 유가족들은 저 보도를 결코 잊지 않고 있습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의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참사 직후의 MBC 보도 내용에 “새삼 다시 화가 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시 KBS와 MBC 왜곡 보도가 “큰 상처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방송﹒문화방송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공영방송의 왜곡보도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모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민주언론시민연합을 비롯해 236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구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신경민﹒김성수, 정의당 추혜선 등)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다뤄진 KBS﹒MBC의 왜곡보도 사례는 △세월호 참사 △백선엽﹒이승만 미화 △4대강 사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철도노조 파업 △사드 배치 △MBC의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소송 등 모두 7가지였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우선 세월호 참사 현장에 모인 언론사 기자들이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을 배려하지 않고 질문을 던진 것을 지적했다. 그는 “시신을 막 찾은 유가족에게 가서 ‘지금 심경이 어떠냐’는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이 있었다”면서 “이건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의 시스템 문제를 떠나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기자의 개인적 소양과 관련된 문제다. 재난﹒참사를 어떻게 취재하고 보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언론사의 규칙이나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또한 “속보경쟁이란 미명 하에 사실 확인을 거치지도 않고 무차별 난사되는 보도들이 있었다”며 그 대표적인 예로 사고 직후의 ‘전원 구조 오보’를 들었다. 그는 “목포 MBC에서 (전원구조가)사실이 아닌 것 같다는 보고를 서울 MBC로 여러 차례 했는데도, 그걸 무시하고 (오보를)지속한 것은 상식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며 “뭔가 다른 의도가 있지 않은 이상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고 했다.

그는 KBS와 MBC를 세월호 참사의 ‘공범’ 또는 ‘적극적 부역자’로 규정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KBS와 MBC는)세월호 참사를 매우 악의적이고 정치적인 시각으로 판단했다. 유가족을 흩어지게 해야 하고 정권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방어해야 하는 사람으로 보는 정권의 시각을 철저히 따라갔다”며 “시켜서 한 게 아니었고 더 적극적으로 그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공범 내지는 적극적 부역자”라고 비판했다.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KBS가 백선엽 장군을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묘사한 다큐멘터리 <전쟁과 군인>과 이승만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 -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방송한 것을 지적했다.

방학진 기획실장은 “과거사 처리에는 원칙이 있다. 그것은 신속성과 명확성”이라면서 “(공영방송)인적 청산에 중요한 것도 그 두 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반기에 개헌이 있고 내년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합법적으로 (인적청산)해야겠지만, 그렇게 상대방의 시간을 벌어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왜곡 보도에 대해서는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증언에 나섰다. 그는 “요즘 욕을 먹는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와 SNS가 없었다면 4대강 사업이 국민적 관심을 못 받았을 것”이라며 “방송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국민의 평가가 마무리됐음에도 공영방송 내부에선 4대강과 관련한 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KBS와 MBC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석한 백남기투쟁본부 사무국장은 고(故) 백남기 씨 사망에 대한 공영방송의 무관심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최석환 사무국장은 “KBS﹒MBC와는 인터뷰를 해도 보도가 되지 않는다”며 “단순히 취재 관행을 넘어 데스크가 현장 취재기자의 의지와 상관 없이 막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얼마 전 ‘PD수첩’ 제작진이 제작거부에 들어가며 밝힌 것을 보고 백남기 농민 아이템이 보도국에 의해 제지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KBS와 MBC는 단신만 냈었다. 이제 보니 사측의 모략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최은철 철도노조 조직국장과 조은숙 원불교 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교육팀장이 나서 각각 철도노조 파업과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공영방송의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그들은 KBS와 MBC가 정권에 불리한 내용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거나 악의적으로 한 쪽 면만 부각시킨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의 김도연 기자는 MBC가 미디어 전문 매체 기자들에게 무차별적인 소송을 남발하는 것이 “여전히 자신을 지지하는 한 줌 세력이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박성제 MBC 해직기자와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박성제 전 MBC 기자는 “증언하신 분들에게 속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JTBC의 손석희, 뉴스타파의 MBC 출신 해직기자들, 그런 분들이 돌아오고 또 사장이 되면 MBC가 지금까지 했던 패악질을 반성하고 다시 잘 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사장을 바꾸는 게 저희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성재호 KBS본부장은 “2008년 정연주 사장이 쫓겨난 이후에 KBS가 나쁜 짓을 참 많이 했다”면서 “이명박﹒박근혜가 남기고 간 사람들을 청산하지 않는 한 국민이 기다려주는 언론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적폐 사장을 몰아내서 9년 동안 KBS 프로그램으로 피해 본 분들을 다 KBS 안으로 모시고 이런 자리를 또 마련하고 싶다. 비판 받고, 바꾸고, 공영방송 대표인 KBS의 새 사장이 공식 사과하는 자리를 반드시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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