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충남대서 ‘지역신문 활성화와 개혁’ 토론회

"기금 복원 등 법제도 개선과 언론 공공성 강화 위한 내부 개혁 필요"

지역신문의 정상화를 위해 지역언론과 언론학계, 시민사회단체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이후 처음으로 머리를 맞댔다.

지난 28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학교에서 ‘지역신문의 활성화와 개혁’을 주제로 한 한국지역언론학회의 특별 기획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신문통신노조협의회(이하 지신노협)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전국의 언론학자와 시민단체 활동가, 언론노조 조합원 등 50여 명이 참석해 지역신문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1부 주제 토론 '지역신문지원제도의 성과 평가와 개선 방향'에선 안차수 경남대 교수의 발제와 지역언론학자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안 교수는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지역 주민에 의한 풀뿌리 민주주의는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는 지역언론의 기능 약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또한 표류하고 있는 지역신문 지원사업에 대해 "지역신문 지원 제도의 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라며, 한시법인 현재의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을 신문법처럼 보편적인 지원을 하는 일반법으로의 전환 문제는 이를 포함해 논의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실력 있는 언론사를 지역의 공론장이 되도록 키워야 하며, 지원의 주체인 지역신문발전협의회에 언론사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이상훈 전북대 교수(호남언론학회 회장)는 “다원적인 언론시장을 마련하는 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선택과 집중’보다는 지역신문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는 “기존의 틀을 깨고 좀 더 새로운 틀을 고안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역신문발전협의회를 지역별로 구성하고 광역자치단체에서 이를 지원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박정희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국장은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하는 언론사를 골라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독자의 참여, 민주적인 운영과 같은 것들을 어떻게 지수화해서 지역신문을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세은 강원대 교수(강원언론학회 회장)는 “학교에서 지역 언론사에 지원하겠다는 학생에게 ‘지방언론의 기자가 직업으로서 괜찮다’고 말할 수 있도록 지역 언론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부 토론 주제는 ‘시민사회에서 본 지역신문의 개혁과제’였다. 발제자로 나선 대전충남민언련의 이기동 사무국장은 지역신문의 개혁 과제로 △지역 주민의 알권리 충족 △언론 윤리 회복 △기자 역량 제고를 위한 재투자 △잘못된 관행의 개혁 △저널리즘에 대한 집중 등을 꼽았다.

이 사무국장은 “지역신문의 위기라는 진단이 내려진 지 수십 년이 지난 상태지만 사이비 언론의 폐해 등 지역신문의 고질적인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 같은 행태는 지역신문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지역신문 위기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무너진 언론윤리와 저널리즘의 가치를 회복하려면 지역신문에 대한 공적 지원에 앞서 언론계 스스로 특단의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역신문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공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은규 우석대 교수(전북민언련 대표)는 지역신문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공공단체로부터 독립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개입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반해 김상호 경북대 교수(대구경북언론학회 회장)는 지역신문 지원사업 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낸 공적자금(세금)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결국 언론사주”라고 지적했다.

민진영 경기민언련 사무처장은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의 강화가 지역신문의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분권이 강화되면 광역단체장과 언론사주 등이 뭉쳐서 자기들의 왕국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며 “지방분권 시대에 지역 언론이 정신을 못 차리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언론사 노조와 지역사회 간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못 하는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윤영태 동의대 교수는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이 지역신문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지역신문에 요구하는 것은 공적인 책무인데 그 기반은 사적인 영역이다. 사적 기반을 공적 영역으로 부분적이나마 흡수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가 끝난 후에는 한국지역언론학회﹒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신문통신노동조합협의회﹒지역민언련의 ‘지역신문 활성화를 위한 공동 선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지역신문 편집권 독립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관련법 개정 △지역신문시장 상황을 반영한 지역신문발전법 개정 △정부의 미디어 통제 방지를 위한 정부광고 집행 투명성 및 객관성 확보 △인터넷 포털 사업자의 법적 지위와 책임 강화 등에 함께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대식 지신노협 의장은 선언문에서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신문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사회적 책임을 높이기 위해 신문사의 사용자와 종사자가 함께 참여하는 내부 편집기구가 필요하다”면서 “신문법 등을 개정해 신문사 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경영정보 공개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역신문발전법과 관련해 “한시법인 지역신문발전법을 일반법으로 전환하고, 지역신문시장의 다양한 변화에 맞춘 지원법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며 “일반법 시행 전까지 지역신문발전법을 특별법으로 유지하되 정부 지원금도 최소 처음 수준인 350억원 수준으로 복원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신문발전협의회 위원들을 지역신문 사정을 잘 아는 인물로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광고 집행의 투명성과 객관성 제고를 위해선 “정부광고 집행의 중앙지﹒지역지 배분 비율을 평등하게 조정하고, 분배 대상 지역신문사를 평가할 때는 ABC 지수, 편집권 독립 수준, 노사관계의 안정성, 경영진의 도덕성, 책임경영 수준 등 객관적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또 거대 중앙지의 지역신문 시장 지배력을 평가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평가된 중앙지의 불법 영업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포털 사업자의 법적 지위가 포함된 관련법 등에서 현재보다 강한, 이용자에 대한 공적 책무와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책임이 명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신노협과 한국지역언론학회 관계자들은 이날 토론회가 1회성 정책 제안의 자리로 그치지 않고 시민단체와 더불어 건전한 지역신문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공유의 장으로 확대하는 계기로 삼자는 데 뜻을 모으기도 했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