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기자 블랙리스트’ 논란에 “회사가 직원 소﹒돼지처럼 등급 나눠”

보도국 10일 총회서 제작 중단 동참 여부 결정할 듯

“MBC 무정부 상태…노조 조만간 중대 결심 할 것"

문화방송(MBC) 영상기자회와 콘텐츠제작국이 ‘MBC 영상기자 블랙리스트’ 논란의 책임자 처벌과 MBC 정상화를 요구하며 9일부로 제작 중단에 돌입했다. ‘PD수첩’ 제작진(7월21일)과 시사제작국 소속 PD﹒기자들(8월2일)에 더해 제작 중단 선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권혁용 MBC 영상기자회 회장과 한학수 콘텐츠제작국 PD는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규탄 집회에서 영상기자들과 콘텐츠제작국 소속 PD들이 9일부로 제작 중단에 돌입한다고 각각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가 마련한 이날 집회 자리에는 MBC 본사와 지역MBC의 구성원 200여명이 참석했다. 구성원들은 전날 불거진 블랙리스트 논란의 책임자로 김장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간부들을 지목하고 이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 8일 MBC본부는 영상기자의 인사와 인력배치에 활용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 2종을 공개했다. 공개된 문건은 MBC 영상기자 65명을 성향, 노조와의 친소관계, 2012년 파업 참여 여부 등을 기준으로 네 등급으로 나누고 개인별로 ‘격리조치 필요’, ‘보도국 외로 방출 필요’ 등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이에 MBC본부는 해당 문건을 노조 탄압을 위한 반헌법적 블랙리스트라 규정하고, 문건 작성에 관여하고 이를 인사조치에 반영한 인사들을 9일 오전 서울 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문건의 작성자에 대해선 노조와 사측의 입장이 갈린다. MBC본부는 해당 문건이 김장겸 MBC 사장이 2012~2013년 보도국장 시절 직접 기획해 작성을 지시한 것이라 보고 있다. 반면 사측은 8일 저녁 MBC 구성원들에게 단체 이메일을 보내 영상기자 1명이 개인적 차원에서 작성한 문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논란에 MBC 영상기자회는 블랙리스트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던 9일 정오부터 제작 중단에 돌입했다. 권혁용 영상기자회 회장은 제작 중단을 선언하며 “검찰 수사를 기다리며 블랙리스트 작성자와 경영진이 벌이는 몰염치한 대응들을 앉아서 지켜만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법적조치들과 함께 즉각적인 단체행동에 나선다”면서 “MBC 영상기자들은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카메라를 내려놓고, 블랙리스트의 진실을 스스로 밝히기 위해 제작 중단을 시작한다”고 했다.

콘텐츠제작국 소속 PD들도 9일부로 제작 중단에 돌입했다. 한학수 콘텐츠제작국 PD는 “윤길용 전 시사교양국장, 김철진﹒김현종 전 편성제작본부장, 김도인 현 편성제작본부장, 백종문 현 부사장은 MBC 시사교양을 파괴하고 공영성을 유린하는 데 최선봉에 섰던 자들”이라면서 이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 MBC를 가장 망가뜨리고 있는 김장겸 사장은 즉각 물러나라”고 강조했다.

한 PD는 “콘텐츠제작국은 ‘PD수첩’ 제작 중단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제작자율성을 쟁취하고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는 방송을 제작할 수 있을 때까지 제작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도건협 MBC본부 수석 부위원장은 “왜 영상기자였을까 생각을 해보니, 영상기자는 민심의 현장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라며 “아나운서, PD, 취재기자, 경영, 기술, 어느 부문 할 것 없이 블랙리스트는 존재했을 것이다. 문건이 아니라도 머릿속에 존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 보기에는 블랙리스트이지만 공정방송을 염원하는 시청자와 국민의 눈에는 앞장서 싸운 사람을 위해 주는 훈장 같은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 조정 했던 김장겸 사장을 반드시 끌어내리고 MBC를 반드시 제자리로 되돌리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국 MBC본부장은 “곳곳에서 기자와 PD들이 제작자율성 침해와 공정성 파괴에 항의하며 제작거부에 돌입하고 있지만 김장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대기발령과 징계 겁박 외에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MBC는 지금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BC 사태의 모든 해결은 이제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MBC는 제작거부 확산으로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이 상황에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노조의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를 분류하고 격리하고 배제한 저들에게 더 이상 MBC를 맡겨 둘 수는 없다. 조합원의 뜻을 모아 노조는 조만간 중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집회 직전 MBC 청원경찰들이 지역 MBC지부 조합원들의 사옥 진입을 막기도 했다. 청원경찰들은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묻는 조합원들의 질문에 대답 없이 로비로 들어가는 문을 막아섰다. 이에 조합원들과 청원경찰 사이에 3분여 간 밀고 당기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밀려드는 조합원들에 청원경찰은 비켜섰고, 집회는 예정대로 열릴 수 있었다.

집회를 마친 후 MBC본부 영상기자들은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도 블랙리스트 규탄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오후 4시에 열린 방문진 회의에 참석하는 MBC 간부들을 상대로 항의 피케팅을 진행했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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