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11일 보도국 기자들 제작거부 돌입  
KBS, 고대영 체제 보직 거부 운동 확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와 KBS본부(본부장 성재호)가 11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과 성재호 KBS본부장은 이날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4번째 돌마고(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불금파티에서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김연국 MBC본부장은 “김장겸 MBC 사장을 쫓아내고 MBC를 다시 국민 품으로 돌려드릴 때까지 방송노동자가 가진 모든 수단으로 싸우겠다”면서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고 권력에 해야할 말은 하는 것이 언론노동자의 꿈”이라면서 “(MBC 경영진은) 그 꿈을 위해 일어선 우리를 블랙리스트로 분류하고 배제하고 격리하고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정방송은 방송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이다. 이제 다시 일어서서 패배의 기억을 지우고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는 ‘PD수첩’ 제작진을 시작으로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 영상기자회, 콘텐츠제작국, 보도국의 기자 PD들이 잇따라 제작거부에 들어가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체제에서 발생된 ‘아이템 검열’이 계속해 이어지고 있고, 영상기자 블랙리스트 논란까지 불거져 제작 거부 양상은 거세지고 있다. 

또 이날 오전 11시 부로 보도국 기자 81명이 제작 거부에 동참하자, 사측은 뉴스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 지역사에 ‘뉴스 콘텐츠를 중앙으로 보내달라’는 내용의 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국MBC기자회는 즉각 ‘서울 기사 송고를 무기한 전면 거부한다’는 제목의 성명으로 맞섰다. 

전국MBC기자회는 성명에서 “우리는 서울 동료 기자들의 뉴스 제작 중단을 전폭지지 한다”면서 “우리는 지역의 소식이 서울 뉴스의 땜질용 기사로 전락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영방송 MBC 뉴스를 망가뜨린 책임자들이 물러날 때까지 검은 리본 패용 등 지회별로 다양한 활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불금파티에서 김연국 본부장에 이어 발언을 한 성재호 KBS본부장도 ‘총파업’을 언급하며 강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성재호 본부장은 “KBS 구성원들은 MBC 동지들과 함께 싸우도록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며 “말로 얘기해서 내려오지 않는다면 저희는 총파업을 해서라도 끌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잠시 방송을 멈추더라도 KBS와 MBC를 정상으로 돌려놓고 제대로 된 방송, 국민의 방송을 시작하겠다”면서 “지켜보고 응원해달라”고 불금파티를 찾은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KBS의 고대영 사장은 최근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KBS본부는 이를 ‘고대영 2기 체제 굳히기’를 위한 시도로 규정하고 꾸준히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으며, KBS본부 조합원들 역시 ‘보직을 거부한다’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해 ‘고대영표 인사’에 항의하는 중이다. 11일 현재 팀장급 인사까지 이뤄졌고 KBS본부 조합원들은 대부분 인사에서 누락됐다.

언론노조는 8월25일 청계광장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오는 9월부터 총파업 총력 투쟁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환균 위원장은 “9월부터 시작되는 총력투쟁에 앞서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가 14일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18일 검찰청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KBS﹒MBC에 정당한 권한을 갖고 있는 방통위가 제대로 된 권한을 행사해 공영방송을 바로잡도록 국민의 명령을 전달하겠다”고 강조한 뒤 “검찰은 대선 전에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대선 후에는 시늉만 하고 있다. 빠르게 수사를 진행하고 단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건협 MBC본부 수석 부위원장은 “춘천MBC의 송재우 사장, 대전MBC의 이진숙 사장을 비롯한 지역 MBC 사장들은 온갖 기행을 일삼고 나쁜 짓을 하면서도 서울의 사장에게 충성만 하면 사장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다”며 “마치 김장겸﹒안광한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충성만 하면 무슨 짓을 해도 사장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MBC에 정권의 낙하산이 못 내려오게 하고 지역 MBC에 함량 미달의 사장이 못 내려오게 하는 것이 공영방송 MBC의 완전한 정상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상기자 블랙리스트 파문’에 지난 9일 제작 거부를 선언한 권혁용 MBC 영상기자회 회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권혁용 회장은 “더울 때는 가장 더운 곳, 추울 때는 가장 추운 곳,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터에서도 영상을 기록한 우리를 ‘노조 간부다’, ‘파업 했었다’, ‘기자 회장을 했었다’와 같은 이유로 등급을 나눴다”면서 “언론노동자로서 개인의 인격이 침해됐을 뿐 아니라 형제 같은 동료에게 행해진 만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쫓아가 책임을 묻겠다. 그 길에 함께해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제작거부에 동참한 전예지 기자는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전 기자는 “오늘 보도국의 기자 81명이 제작 거부에 들어가자 사측은 경력기자를 뽑겠다고 공고를 내고, 2012년 파업 이후 한 번도 안 뽑던 영상기자에 대한 채용 모집도 냈다”면서 “제작 거부의 물결을 무시하고 ‘까라면 까는’ 대체 인력을 뽑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MBC가 공영방송에 걸맞는 뉴스를 할 때까지, 나가 있는 선배들이 다 돌아올 때까지, 국민에게 사랑 받는 ‘마봉춘’이 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불금파티 자리에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원하는 다양한 인사들이 함께 자리해 응원의 목소리를 보탰다.

윤종오 의원(울산 북구, 무소속)은 “이용마 기자를 비롯해 많은 분이 해고와 징계를 당했는데, 이 분들을 원상회복 하는 것이 공영방송을 정상화하는 지름길”이라면서 “여러분의 투쟁은 언론을 바로 세우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투쟁이다. 그 길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길 언론노련 초대 위원장(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은 “지난 4년 동안 투병 중에도 신문과 뉴스를 챙겨봤지만 MBC의 뉴스는 보지 않았다”면서 “하루 빨리 MBC가 제대로 만든 뉴스를 보고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날이 올 때까지 저 역시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영화 ‘말아톤’과 ‘대립군’을 만든 정윤철 감독은 MBC의 ‘영상기자 블랙리스트’에 대한 비판과 함께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 광풍에 항의하다 블랙리스트 ‘할리우드 텐(Hollywood Ten)’에 올라 가명으로 활동해야 했던 시나리오 작가 달톤 트럼보(Dalton Trumbo)를 소개했다. 트럼보는 가명으로 활동하며 영화 ‘로마의 휴일’(1953), ‘스파르타쿠스’(1960) 등의 각본을 썼다.

정 감독은 “트럼보가 겪었던 일이 대한민국에서 익숙한 상황이고 여러분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닐 것”이라며 “MBC에서 투쟁하다 해고돼 현재 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도, 한직에 물러나 투쟁하고 있는 김민식 PD도, 이 모든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공범자들’로 만든 최승호 PD도, 이 자리에 앉아계신 여러분 모두가 또 한 명의 트럼보다. 여러분 모두가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불금파티에는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가운데 300여 명의 시민들이 자리했다. 가수 이한철씨가 노래로 분위기를 돋우었고, 김민식 MBC PD도 그룹 에이치오티(H.O.T)의 노래 ‘캔디’를 ‘김장겸은 물러나라’는 내용으로 개사해 불러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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