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가득 채운 ‘공영방송 정상화’ 촛불물결

3,500명 시민 한 목소리 “이인호﹒고대영﹒고영주﹒김장겸 물러나라”

‘KBS MBC 정상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의 여섯 번째 ‘돌마고(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불금파티’가 25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3,500명의 언론노동자와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와 MBC본부(본부장 김연국)는 시민들 앞에서 언론 적폐 인사들의 퇴진할 때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며칠 전 고대영 사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당시 대통령 측 변호를 맡은 사람, 한나라당 전 부대변인이자 박 전 대통령의 인수위 청년특보를 지낸 사람, 국정농단의 공범인 재벌의 대변자인 전경련의 사람 등을 KBS의 시청자위원으로 위촉시켰다”면서 “또한 이인호 이사장은 개인적인 용도로 관용차를 탔다. 이렇게 시청자들의 낸 수신료가 줄줄 샌다”고 말했다.성재호 KBS본부장은 “시민 여러분들도 망해가는 KBS 뉴스와 방송을 보며 지긋지긋하게 KBS를 욕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부에선 저희 나름대로 끈질기게 싸워왔다”며 운을 뗐다.

이어 “저희 기자들과 PD들이 다음주부터 파업에 들어가고, 9월이 되면 전면 총파업에 들어가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을 퇴진시키겠다”며 “저희는 그들이 내려올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 그들이 내려오지 않으면 우리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김연국 MBC본부장은 “6월 항쟁이 한창이던 1987년, MBC의 취재차량이 시민들의 돌에 맞고 쫓겨난 적이 있었다”며 “이유는 땡전뉴스와 군사독재에 대한 당시 MBC의 찬양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 젊은 기자들이 좌절하지 않고 일어서 노조를 만들고 총파업으로 맞서 싸웠다”며 “그때가 바로 1990년대와 2000년대의 MBC를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방송으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김연국 본부장은 “그때처럼 저희는 9월1일 다시 총파업에 나선다”며 “필수 인력이라는 예외 없이 있으나 마나 하는 방송을 멈추고, 폐허 위에 국민의 신뢰를 받는 최고의 방송사를 다시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불금파티에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주축이 된 4﹒16 합창단의 공연도 진행됐다. 합창단의 ‘희찬 아버지’ 박요섭 씨는 “솔직한 심정으로 KBS와 MBC가 너무 싫다. 방송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언론으로서는 더욱 멸시의 대상일 뿐이다”라면서 “하지만 이렇게 KBS와 MBC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선 분들을 보고 연대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공영방송을 바꾸지 못하고 기본을 다시 세우지 못하면 ‘국민의 방송’과 ‘만나면 좋은 친구’같은 방송이 영영 우리 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며 “국민의 시선이 다시 공영방송으로 향할 수 있도록 틀을 완전히 새롭게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꼭 공영방송을 정상화 해 우리 엄마, 아빠들이 간절히 원하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한 목소리를 내달라. 진실에 대한 우리들의 목마름에 응답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겨울 촛불광장에서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은 전인권 밴드와 가수 한영애 씨도 무대에 올라 함께했다. 특히 가수 전인권 씨는 “우리나라에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촛불을 높이 들고 함께해야 한다”고 말해 시민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KBS와 MBC의 해직 언론인들이 가면을 쓰고 자신들이 고충을 털어놓는 ‘복면고발왕’ 코너도 진행됐다. MBC에선 김민식 PD와 최승호 PD(현 뉴스타파 PD), 김범도 아나운서 등이 자신의 처지를 시민들 앞에 털어놨다. KBS에서는 김현석 기자와 정연욱 기자가 나섰다.

김민식 MBC PD는 현재 복막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이용마 기자에게 현장의 열기를 전했다. 이용마 기자는 통화에서 “2012년의 파업 때는 이명박 정부가 버티고 있어서 ‘기약 없는 파업’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문재인 정부다”라며 “이 정부에서 김장겸 체제는 가만히 내버려둬도 곧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내 정치권력이 아닌 우리의 힘으로 공영방송을 되찾아 오자”고 당부했다. 시민들은 함성으로 응답하고 이용마 기자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 밖에도 KBS﹒MBC의 총파업을 지지하는 시민 2명의 발언과 강나루 KBS 기자의 ‘막내 기자의 편지’ 코너 등이 이어져 지지와 호응을 이끌어냈다. 행사 시작 전에는 MBC 의 신동진﹒한준호﹒서인﹒박창현﹒김대호 아나운서 등이 시민들과의 ‘프리허그’에 나서 청계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는 1,000여 명의 언론노동자와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시작했지만, 점차 몰려드는 시민들로 행사가 끝난 오후 9시20분 쯤에는 3,500여 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한편 오는 9월1일에 열리는 7번째 불금파티는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 맞춰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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