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 ‘실명 폭로’

KBS보도국장단, ‘물증 가져오라’며 방송 막아

KBS 보도국장단이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의 ‘댓글 공작’ 특종 보도를 막고 은폐한 것이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연구동의 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0~2012년 사이 530심리전단의 댓글 공작 보고서가 매일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김기현 전 530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2015년 12월 정년퇴임)의 증언을 공개했다.

또한 김기현 전 과장을 직접 만나 취재해 온 KBS 기자가 지난 8일 보도국장단에 폭로 내용을 방송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묵살 당했다고 밝혔다. 묵살의 이유는 ‘김 전 과장의 폭로를 뒷받침할 물증이 없다’는 것이었다. 댓글 공작에 대한 최초의 실명 폭로였지만 이를 단독 보도할 기회를 보도국장단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

김 전 과장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530심리전단에서 각종 업무를 총괄하는, 사실상 부단장의 역할을 수행했다.

김 전 과장에 따르면 댓글 공작의 결과 보고서는 온라인 보고 시스템을 통해 매일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에 전달 됐으며,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과 한민구 당시 합참의장 역시 보고서를 받아봤다.

이같은 김 전 과장의 증언은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2013년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북한의 해킹 시도에 관련된 건과 북한의 사이버를 통한 대남 심리전 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보고 받지 않는다”고 발언한 내용과 배치된다.

김 전 과장은 또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530심리전단으로 매달 1인당 25만원씩 지급 됐으며, 자신 역시 1년 넘게 국정원의 돈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실명과 얼굴까지 공개한 김 전 과장의 이같은 증언을 KBS 보도국장단은 ‘폭로자의 고발 내용이 개연성이 높은 것은 인정하나, 폭로를 뒷받침 할 증거가 필요하다’며 보도를 막았다.

또한 김 전 과장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캠프에서 ‘안보 특보’로 활동했던 경력을 지적하며 ‘이번 보도가 방송될 경우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에서 문제삼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본부는 기자회견문에서 “보도국장단의 논리는 진실 탐색이라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저버린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한 “김 전 과장의 폭로는 △그가 댓글부대의 530심리전단의 사실상 부단장이었다는 점 △폭로에 구체성과 일관성이 있다는 점 △정보당국 내부고발자의 특성상 물증을 제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김씨 스스로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 △조속한 수사를 통해 자신의 진술이 맞는지 검증을 원한다는 점 등을 볼 때 뉴스 가치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또한 “보도국 수뇌부의 이와 같은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정지환 당시 보도국장은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장담할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며 “2009년에도 당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거액의 후원을 받았다는 단독 보도를 두고 ‘눈에 보이는 증거를 가져오라’며 특종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성재호 KBS본부장은 “댓글부대의 진상을 파악할 특종 보도가 방송되지 못한 이 일은 과거 박근혜 정권 당시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도 더 지난 지금의 일”이라면서 “그래서 저희는 파업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이어 “‘물증을 갖고 오라’는 말로 방송을 막는 것은 KBS의 기자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일”이라며 “늘 이런 식으로 KBS의 보도 책임자들은 권력을 비판하거나, 권력에 부담을 주는 보도와 방송을 막아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이 지키고자 한 것은 바로 지난 정권의 적폐다. 국정원의 적폐, 국방부의 적폐, 이들의 방송 개입과 같은 적폐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적폐들을 청산하기 위해 KBS본부가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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