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3시 총파업 출정식.. 사측 차량 주차로 방해
조합원 투쟁 의지 활활 “지금껏 투쟁 불씨 꺼트린 적 없다”

4일 0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KBS 회복을 위해 진짜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가기 위해 총파업에 나선다"고 선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조합 사무실에서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고대영, 이인호의 퇴진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이같이 선언했다.

KBS본부는 총파업 선언문에서 “4일 새벽 0시 전국의 아나운서 조합원들을 시작으로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며 “기자 PD 조합원들은 이미 지난 주부터 제작거부로 총파업 전선의 선두에 섰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총파업을 “역사적인 싸움, 지난해 우리 국민이 만들어낸 촛불 혁명의 한 자락을 완성하는 싸움, 언론적폐를 청산하고 진짜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오는 싸움”이라 규정했다.

KBS본부는 “우리의 싸움을 놓고 혹자는 정치 투쟁이 아니냐고 말한다”며 “우리는 지금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이고 살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고대영과 이인호가 있는 한 KBS는 도저히 살아날 수 없기 때문”이라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총파업에 참여하는 각 부문 조합원들이 나와 파업에 참가하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이슬기 조합원은 “지난 5년 간 방에 이 스카프를 걸어두고 ‘공정방송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다”며 “정권이 바뀌어서 지금 총파업을 하는 게 아니다. 파업은 2012년에도 있었고 그 전에도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2011년 입사한 이슬기 기자(사회 1부 환경 담당)는 2012년 파업 당시 사용했던  ‘Reset KBS’ 스카프를 꺼내 보이며 “지난 수 년 간 KBS 우리들은 한 번도 투쟁의 불씨를 꺼트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에 입사한 최원정 아나운서(‘명작 스캔들’, ‘낭독의 발견’ 프로그램과 뉴스 진행)는 “아나운서들이 마이크를 놓을 때는 다른 직군보다 더 무겁고 결의에 찬 마음”이라며 “우리는 얼굴과 이름을 내놓고 방송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파업 참여 이유를 밝혔다.

최 조합원은 “파업 참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도 있지만, 총알 받이가 되기도 한다”며 “2012년 파업 이후 아나운서들을 향한 많은 핍박과 부당한 대우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재훈 드라마 PD는 ‘KBS는 왜 그러냐’라고 하는 주위 말에 답하기 위해 파업에 함께 한다고 말했다. 이 PD는 2007년에 입사해 ‘정도전’, ‘뷰티풀마인드’, ‘블러드’ 등을 연출했고, ‘김과장’으로 한국방송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 조합원은 “(KBS 중계차가) 우선 보기에 안쓰러웠고, 시민들이 중계차에 붙여 놓은 스티커들이 마치 내 몸에 붙여 놓은 것 같은 비참함을 느꼈다”며 “그래서 드라마국 PD들이 이 자리에 함께 하는 것이고, 드라마 PD이기 전에 KBS 구성원이자 조합원으로서 투쟁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7년 입사한 박성주 다큐멘터리 PD는 제작 자율성 침해로 프로그램 경쟁력까지 떨어져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박 PD는 ‘추적 60분’, ‘KBS 스페셜’, ‘세계는 지금’ 등을 연출했고, ‘임진왜란’으로 2017년 한국방송대상을 받았다.

박 PD는 “사측이 어떤 문제에 대해 너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한 쪽으로 유리하게 방송을 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PD들은 제작 자율성이 담보된 프로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크다. 창의성은 거기서 나오는데 자율성이 없어 프로 경쟁력까지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 조합원은 또한 “PD들은 일을 하고 싶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은데, 그런 환경에 놓여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오직 일부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는 간부들이 있는 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긴 힘이 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종명 기자는 1989년에 입사해 이날 마이크를 잡은 KBS 구성원들 중 가장 선배였다. 그는 최근 고대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순천방송국장 보직을 사퇴했다. 

김 조합원은 “그동안 이렇게 망가져 온 KBS에 대해서 반성 사죄하고 국민 여러분께 다시 격려를 부탁드린다”며 “KBS는 한 때 영국의 BBC를 목표로 할 만큼 국민의 방송으로 성큼 다가선 적도 있었지만, 부당한 권력의 부당한 방식에 협조한 내부의 누군가가 있어 현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2005년에 입사해 ‘올 댓 차트’, ‘심야식당’,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정재형 문희준의 즐거운 세상’ 등을 제작한 윤성현 라디오 PD는 “파업 전 사측이 ‘노동 조건과 관련 없는 파업은 불법’이라 말했다”며 “반문하고 싶다. 방송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방송을 만들 수 있는 자유와 권리야말로 가장 중요한 노동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윤 조합원은 “이제는 지난 9년간의 야만, 비합리성, 몰상식과의 싸움을 끝내고 싶다”며 “싸움을 끝내고 KBS를 제대로 된 방송을 할 수 있는 정상화 된 방송으로 만들어 열의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KBS본부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 계단에서 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회사측은 취재차량 등을 배치해 출정식을 방해했으나, KBS본부는 차벽을 그대로 둔 채로 출정식을 강행했다.

총파업 돌입으로 KBS의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은 본격적인 결방 또는 파행 상태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1TV의 뉴스 프로그램 ‘KBS뉴스9’는 평일과 주말 모두 분량이 20분씩 줄어들었으며, 2TV의 ‘시사기획 창’ 등은 오는 19일부터 결방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제작 프로그램과 교양 프로그램 및 라디오 프로그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다큐 3일’, ‘추적60분’ 등 인기 프로그램들의 결방이 예상되며, 라디오의 경우엔 이미 대다수의 프로그램이 제작의 파행을 겪고 있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