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중견 기자, 막내기자에 "민주당 비공개회의 녹음・녹취하라"

국장급 간부 "민주당 비공개 회의 내용 담긴 보고서 직접 봤다”

민주당 비공개 회의를 녹음 녹취하라고 취재 지시했다는 KBS 내부 증언이 나왔다.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KBS 기자협회 진상조사위’(이하 조사위)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스카우트빌딩에서 열린 조사 결과 중간 발표 기자회견에서 “도청을 한 J기자에게 직접 녹음・녹취를 지시한 중견기자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은 2011년 6월23일 오전 당시 당대표(손학규 대표)실에서 있었던 ‘KBS 수신료 인상 관련 비공개 회의’ 내용을 KBS 막내 기자 J 씨가 도청해 녹취록을 작성, 이를 KBS 측이 한선교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 전달했다는 의혹이 골자다.

하지만 당시 사건을 조사했던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J 씨와 한선교 의원 두 사람 모두를 증거 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J 씨의 경우 도청 행위에 대한 직접적은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 한선교 의원은 녹취록이 도청에 의해 작성된 문건인지를 알고 공개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서울남부지검은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J 기자에게 도청 지시를 내린 A기자는 KBS 보도국 내 중견급 기자로, 조사위에 “내가 (J기자에게) 최대한 취재하라고 취재 지시를 내렸다. ‘녹음’이라도 하든가 ‘녹취’가 가능하면 녹취도 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조사위는 “KBS 정치부를 포함해 당시 KBS가 전사적으로 수신료 인상에 ‘올 인’했던 점을 감안하면 비공개 회의에 대해 ‘녹음’이라는 단어까지 사용된 취재지시는 J 기자에게 엄청난 압박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어 “A 기자는 당시 비공개 회의 내용에 대해 위에서 ‘빨리 빨리’ 보고하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J 기자의 보고를 포함한 취재보고를 자신보다 고참 선배에게 정신없이 넘겼다고 기억했다”고 전했다.

조사위는 또한 민주당이 도청 의혹을 제기한 이후부터 J 기자는 A 기자가 아닌 고참 기자와 사건과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는 A 기자의 진술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A 기자는 ‘자신에게 녹음・녹취를 지시한 윗선’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필모 조사위원장은 “A 기자는 자신이 지시를 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데, 위에서 또 다른 지시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민주당 비공개 회의의 내용이 담겨있는 보고서를 직접 봤다는 국장급 간부 B씨의 증언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조사위에 따르면 B 씨는 사건이 불거지고 난 후 정치부를 상대로 내막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한 기자에게 정치부 내부 보고서를 전달 받았으며, 보고서에는 민주당 비공개 회의 참석자의 이름과 이들의 핵심 발언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B 씨는 또한 해당 보고서가 유출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다 삭제・폐기됐을 것이라 본다고 증언했으며, ‘조사위가 진실을 파헤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필모 위원장은 "추가적인 조사로 사건의 더 명확한 사실들이 드러나면 나중에 추가로 더 설명하겠다"며 "강제적인 조사권이 없어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명확한 증거는 잡지 못 했지만 사건의 윤곽은 어느 정도 파악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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