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앞 “KBS MBC 장악 문건 원본 공개” 촉구 기자회견

“청와대-국정원-언론부역자 ‘언론장악’ 실체 밝혀내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이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실상을 담은 국가정보원 문건의 원본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시민행동은 15일 오전 국가정보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국민의 알권리가 정권 유지를 위해 무참히 짓밟혀서는 안된다”며 “국정원은 공영방송 장악과 연예인 퇴출작업과 관련한 모든 문건을 당장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과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 김철영 언론노조 MBC본부 편제부문위원장,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송일준 PD연합회장, 임신환 방송기술연합 부회장 등이 자리했다.

 

‘청와대가 지시하고 국정원 실행’…이명박정부의 ‘방송 장악'

지난 11일 국정원 개혁위원회(이하 개혁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퇴출하기 위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고 폭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은 82명의 문화・예술계 인사를 ‘좌파 성향’으로 분류한 뒤, 이들의 방송 출연을 막고 일부 언론인들을 퇴출하기 위해 KBS와 MBC를 실질적으로 ‘장악’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개혁위의 보도자료에는 경악할 만한 내용이 들어있지만, 이명박 정권의 기간 중에서도 일부 시기만을 다루고 있다”며 “우리 언론이 왜 이렇게 망가졌는지를 우리는 추측만 해왔는데, 보도자료는 청와대가 지시했고 국정원이 공작했던 일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2010년 3월 원세훈 국정원장의 지시로 작성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개혁위는 보도자료에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이 ‘신임 MBC 사장(김재철)의 취임 예정을 계기로 공영방송의 잔재를 청산하고, 고강도 인적쇄신과 편파 프로그램 퇴출에 초점을 맞춰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그 문건이 작성됐을 때 저는 MBC ‘PD수첩’의 팀장이었고,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후에는 보직해임이 돼 쫓겨났다”며 “(그런 결정이 내려진 데) 뭔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국정원이 기획하고 일련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실행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 MBC가 어떻게 망가져왔나. 이른바 ‘개념 배우’, ‘개념 가수’들, 그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제작한 PD들이 다 쫓겨났다”며 “지금 국회에선 언론장악의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가 논의 중인데, 개혁위의 보도자료의 내용이 국정조사의 논의에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영 MBC본부 편제부문위원장은 MBC본부가 내부에서 조사한 결과, “실제로 이 문건대로 실행히 됐다”고 전했다. 김철영 부문위원장에 따르면 국정원은 △드라마 영역의 배우 캐스팅 간섭 및 차단(배우 문성근・이하늬 등 배제) △‘무한도전’ 내용 개입 △국정원 블랙리스트와 MBC 자체 블랙리스트 동시 운용 △‘세월호’ ‘촛불’ 등 단어의 방송 차단 △특정 연예인 출연 배제를 위해 국세청 동원(방송인 김제동・윤도현 등 소속사 두 차례 세무조사) 등의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성재호 KBS본부장은 2010년 5월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시해 작성된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 문건을 지적했다. 그는 “이 보도자료를 보며 지난 이명박 정부의 시작부터 진행된 KBS 내부의 직원에 대한 탄압・공작의 배후에 국정원이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 조직개편 후에 수많은 인사 이동이 있었고, KBS본부 조합원은 비제작부서나 한직으로 떠밀려야 했다”며 “해당 문건이 이에 작용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고 밝혔다.

또한 “단지 국정원 직원들만의 힘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명히 KBS와 MBC 내부에 비열한 협력자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자료만으로 실상 파악 안 돼…“원본을 공개하라”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국정원은 즉각 문건을 전면적으로 공개하라”로 강력히 촉구했다. 11일 발표된 개혁위의 보도자료에는 문제시 되는 문건들의 제목과 개괄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정도다.

김환균 위원장은 “개혁위에서 대단한 용기를 내 자신의 허물을 드러냈지만, 아직 미흡하다”며 “왜 문건들의 전문을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정원의 이런 기획・공작으로 피해를 본 것은 문화・예술인과 KBS・MBC의 구성원 뿐만이 아니”라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헌법이 유린 당한 일에 대한민국 국민 모두 피해를 당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국정원의 진상을 명확히 국민 앞에 드러내 지난 날의 과오를 씻고 국민에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영 부문위원장은 “우리는 국정원이 반드시 이 문서(‘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를 공개하고,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 방송장악과 블랙리스트를 지시・기획한 자는 물론이고 방송사 안에서 이를 실행한 자들까지 낱낱이 밝혀내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국정원은 단지 불법으로 수집되고 불법으로 작성된 이 문건(‘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의 원본을 공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떻게 이 문건이 작성 됐고 내부협력자는 누구였는지를 조사해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아울러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작성된 모든 언론장악 문건들을 공개하라"고 외쳤다.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는 "개혁위는 언론장악과 관련된 보도조작, 보도왜곡 등 언론 관련 문건은 모조리 공개해야 한다"며 "만일 국정원이 공개하지 않는다면 정보공개법에 의한 정보공개청구를 해서라도 공개하도록 해야하고, 이것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민조사위원회를 만들어 국정원의 공작과 청와대의 지시 및 보고, 방송사 내의 실행 등을 총괄해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며 "정부는 국민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르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일준 PD연합회장은 “국정원이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이런 조사를 발표하는 것이겠지만, 아직 멀었다”며 “국민 앞에 석고대죄로 사죄를 하고, 어떤 것이 잘못됐는지 낱낱이 고백하고 밝히는 것만이 진정한 적폐청산”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라고 이런 방송장악 시도가 없었겠느냐”며 “KBS와 MBC가 이미 이명박 정권 때 완벽히 장악돼, 국정원이 굳이 일일이 개입하려 하지 않아도 공영방송 내부의 협력자들이 알아서 기자와 PD들을 탄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공동명의로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청와대와 국정원 그리고 공영방송의 낙하산 인사 등으로 이어지는 언론 장악 커넥션이 국정원 적폐 청산 TF의 조사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지만, 보도자료엔 이런 사실을 보다 자세히 보여 줄 내용은 없었고 82명 퇴출 연예인 명단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이미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국정원의 블랙리스트 관련 원본 문건은 이번엔 반드시 국민에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며 몇 명에게 죄를 묻기엔 정권이, 국정원이 국민의 알권리를 너무 많이 침해했다”며 “수사를 맡은 검찰마저도 정권과 협력적 관계였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함부로 믿음을 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 더 이상 국민의 알권리가 정권 유지를 위해 무참히 짓밟혀선 안 된다.  국정원은 공영 방송 장악과 연예인 퇴출 작업과 관련한 모든 문건을 당장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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