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째 불금파티 현장 ‘내가 바라는 공영방송’ 시민 발언 진행

김환균 위원장 “‘MB 정권-국정원 방송장악’ 문건 전문 공개하라”

“예전처럼 건전한 비판을 할 수 있는 공영방송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KBS와 MBC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12일째에 열린 9번째 ‘돌마고(돌아와라 마봉춘 고봉순) 불금파티’ 현장. ‘공영방송 KBS・MBC가 정상화 되면 어떤 방송을 했으면 좋겠나’라는 질문에 성남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류홍인(19)군이 이같이 말했다.

1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서울파이낸스센터 건물 앞 인도에서 열린 불금파티에선 2명의 시민과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정재홍 한국방송작가협회 부이사장, 김승하 전국철도노동조합 KTX열차 승무지부장이 등이 공영방송에 대한 각자의 바람을 밝혔다. 이날 불금파티에는 시민들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MBC본부 조합원 등 1,000여 명이 자리했다.

“아나운서를 꿈 꾸는 예비 언론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류홍인 군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22일 MBC 아나운서들이 파업을 결의하는 모습을 보고 아나운서로 내 진로를 굳혔다. 좌우명도 ‘떳떳하고 당당한 아나운서가 되자’로 바꿨다. 저희 학생들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공영방송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김규리(24・여)씨는 “수신료의 가치를 지키는 공영방송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년 간 공영방송은 시청자에게 ‘공영방송’이란 타이틀에 적합하지 않은 방송과 뉴스를 해왔다. 정상화 되고 난 후에는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여기 모인 언론인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낸 방송을 해주길 바란다.”

“MBC는 2013년 이후에 신입공채를 안 하고 있고, 공사인 KBS도 지난 해 예고 없이 채용을 안 했다.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키고 싶은 또 다른 사람들, 예비 언론인들을 위해 채용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도 마이크를 건네 받았다. 이준석 연구위원은 특히 이인호 KBS이사장이 자신의 조부인 고(故) 이명세 씨의 친일 행적과 독재 정권 부역 사실을 의식해 KBS의 방송에 개입해 온 사실을 지적한 뒤, “친일과 독재의 앞잡이가 된 사람의 후손이 선조의 잘못을 대신해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면 비판을 받아 마땅하고 공직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재홍 한국방송작가협회 부이사장은 “한국방송작가협회 3,000 회원이 유독 KBS와 MBC의 총파업에 대해 두 차례나 공개적인 지지 성명을 낸 이유는 방송현장이 곧 방송작가들의 일터이기 때문”이라며 “저희는 진실된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KBS와 MBC가 권력에 침탈 받던 지난 9년은 방송작가에게도 암울한 시기였다”며 “권력의 비위에 맞는 방송을 제작하라는 강요로 방송작가의 양심도 제한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 승무지부장은 “모든 사람이 화합하고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재벌집 아들이나 가진 자가 이상이 되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과 유색인종, 성소수자, 장애인도 평범하게 다뤄지는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KTX 승무원들도 안전 담당 승무원으로서 현장에서 고객으로 여러분을 뵙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불금파티에는 이명박 정부와 당시의 국정원이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통해 공영방송을 장악한 것에 대한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특히 지난 11일 국정원 개혁위원회(이하 개혁위)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2010년 5월 작성) 문건과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2010년 3월 작성) 문건이 내용은 없이 제목만 기재된 것에 대해 강하게 규탄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방송 장악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기 계시는 국민”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국정원이 국민에 피해를 줬으면, 국민 앞에 방송장악에 대해 낱낱이 보고하고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외쳤다. 

이어 “왜 제목만 보여주고 그 세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나”고 지적한 뒤, “개혁위는 당장 문건들의 전문을 공개하고 국정원이 공영방송 내부에서 어떤 부역자들의 협조를 얻어 방송 장악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MBC의 구성원들은 그동안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자신들이 당했던 수모를 밖으로 꺼내놓고 말하지 못했다”며 “회사가 ‘세월호’, ‘촛불’, ‘진실’에 대해 말하지 못하게 한 일은 개인만의 상처로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도 말하지 못 하던 걸 총파업에 들어간 우리가 조금씩 꺼내놓고 말하고 있다”며 “이같은 불행한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성찰하고 반성해 다시 MBC를 재건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KBS본부가 오늘 2,000번째 조합원을 맞게 됐다”며 “이로써 KBS본부는 KBS에서 가장 큰 노동조합이 됐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블랙리스트’ 문건이 나와서 논란이지만, 저는 이 문건을 ‘블랙리스트’라 부르지 않겠다”며 “이 문건은 언론사의 인사에 개입해 징계하고, 조직을 망가뜨리고, 언론인을 탄압한 ‘방송장악’, ‘방송파괴’, ‘언론파괴’ 문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권력이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한 범죄 문건”이라고 덧붙였다.

성재호 본부장은 “이명박도 물러났고 박근혜도 물러났지만, 지금도 언론적폐는 계속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공범 자유한국당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언론을 파괴하고 장악했던 범죄자다. 반드시 이기겠다. 이길 때까지 싸워 지난 9년의 방송장악을 이번에 끝장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불금파티에 참여한 시민들의 발언을 듣는 시간을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2일 열리는 10번째 불금파티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