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이사장 “사장 퇴진, 의견 갈려”

KBS 정기 이사회서 고대영・이인호 ‘퇴진 안한다’ 입장

고대영 KBS 사장이 “저는 파업의 원인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하며 사실상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의 총파업이 17일째에 접어든 지난 20일, 고대영 사장은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제833차 KBS 정기 이사회에 출석했다. 

장주영 이사가 고대영 사장에게 “용퇴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고 사장은 “상당히 부적절한 질문”이라며 “제가 이 자리에 앉아있을 명분은 장 이사님이 더 잘 아실 것이다. 모르시면 생각해 보시라”고 말했다.

장 이사가 이어 “파업의 문제를 집행부에서 해결하지 못해 파업 사태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하자, 고 사장은 “집행부가 파업의 원인을 제공한 것 아닌가 하는 발언을 하셨는데, 저는 파업의 원인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고 사장은 또한 “지금 파업이 거의 4주차에 접어 들었지만 방송은 일부 프로그램이 대체 편성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정상운영 되고 있다”고 주장한 뒤, “조속한 시일 안에 회사가 정상화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고 사장의 총파업 관련 보고에 대해 “굉장히 느긋한 마음 같은데, 적어도 내가 느끼는 건 안 그렇다”며 “회사 안에 분규가 심각한 상황이고, 회사가 비정상이란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도 고 사장의 사퇴 문제에 대해 “(이사회의) 의견이 갈린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이사장은 “고 사장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의견이 이사회에서 절대 다수로 나오면 모를까. 사장의 결원이 KBS에 도움이 될까 싶다”며 “큰 틀에서 (노조에게) 헤아려 달라고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또한 “만약 고 사장이 나간다고 해도, 사장은 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자리”라며 “야당이 호락호락하게 응할 리가 없는데 새 사장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겠나”라고 했다.

이어진 이사들의 질의에 고 사장은 '국정원 문건'에 대해 모른다고 했고, 취임 후 보도제작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권태선 이사가 고 사장에게 “국정원 문건에 KBS의 인사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지적하자, 고 사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며 “사장으로 임명된 이후에 정치권으로부터 인사 청탁을 받은 적도 없고, 거기에 따라 인사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KBS 사장은 청와대에서 지시를 받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KBS 사원들은 고 사장이 보도・조직・편성제작에 문제를 발생시킨 부분이 있다고 주장한다”는 김서중 이사의 지적에는 “계속 일부 이사들은 제가 보도・제작에 개입했다고 하는데, 취임 후에 개입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총파업 17일째를 맞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이사회에 출석하는 이 이사장과 이사들을 향해 이사회 해체를 촉구하며 선전전을 펼쳤다. 

특히 전날 명지대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조합원 옆에 서서 인증샷을 찍는 등 기행을 일삼은 강규형 이사(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는 이날 이사회 출석을 위해 본관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에 맞닥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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