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동성애자의 인권 관련 거짓선동도 그대로 보도?>라는 칼럼을 보내왔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종북색깔론과 함께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동성애 혐오’ 발언을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재인용 확대 보도해 ‘공범자’가 되고 있다는 아픈 지적입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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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성애자의 인권 관련 거짓선동도 그대로 보도?

정치인과 극우기독세력의 성소수자혐오 논리가 단순보도 대상인가

 

명숙(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지금 대한민국의 시계는 과거로 돌아간다. 극우혐오세력의 선동은 중세유럽의 마녀재판과 흡사하다. 소수자에 대한 낙인과 선동이 판친다. 지동설이 신의 섭리를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돼 유명한 과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을 받기도 했다. 성서에 대한 문자적 해석을 기반으로, 지구가 스스로 돌며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의 주장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질서를 파괴하는 주장이었던 것이다. 종교재판에 선다는 것은 이단으로 의심받는 것이라 신앙고백을 하지 않으면 사면되지 않고 형이 확정된다. 그래서 그는 로마의 종교재판소에서 지동설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갈릴레이가 재판정을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다는 설이 퍼진 이유는 왜일까. 아마도 종교권력에 밀려 자신의 신념을 접는 처참함을 넘고 싶은 후대 사람들의 소망 때문이 아닐까.

보수정치세력이 동성애혐오에 기대는 이유

최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동성애자 인권을 짓밟는 현장이 되어 버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그 맨앞에 서있지만 국민의 당 등 다른 보수야당도 대동소이하다. 특히 박근혜 퇴진 이후 정치적 기반이 거의 동이 난 자유한국당은 극우기독세력을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자 ‘동성애 혐오’에 동참하고 있다. 반공이 먹혀드는 분단체제에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용했던 색깔론이 촛불항쟁이후에는 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그들의 주요 무기는 종북색깔론이다.)

시민들의 투표로 선출되어야 하는 정치인들에게 종교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다. 특히 현행 선거제도(소선거구제)에서는 지역구에서 당선돼야 하기에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에 있는 대형교회의 입김에 쉽게 좌우된다. 교회 목사의 발언은 신도들에게 영향력이 세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극우기독세력의 입장에 편승하며 표를 구걸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비슷하다.

일례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극우기독세력이 집회를 열던 시기에 맞춰, 문재인 정부는 “동성애를 헌법 개정을 통해 허용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동성애는 하늘의 섭리에 반하는 것”1)이라고 말한 이유도 그들의 표심을 잡고 싶어서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은 동성애에 대한 차별을 용인하고 있지 않다. 9월 20일 열린 유엔 사회권심의에서 사회권위원들의 질문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분명하게 “헌법 제11조2)에 적시된 차별사유는 예시 조항으로서, 성소수자에 대하여 적용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많은 헌법학자들도 헌법 11조는 예시조항이므로 헌법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차별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무엇보다 성경은 동성애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2015년 영국에서 목회자가 설교 도중 '동성애 혐오적'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우리 기독교는‘ 차별에 대한 인식’이 없다. 그리고 ‘동성애합법화’라는 표어는 현실 법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인권침해적인 표현이다. 한국에는 헌법만이 아니라 개별법에도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지 않다. ‘동성애합법화’는 차별행위를 감추고자 하는 욕망으로 탄생한 신조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은 김이수나 김명수를 반대하는 근거로 ‘동성애 옹호자’를 내걸었다. (동성애 옹호 또는 찬/반이라는 표현도 반인권적이다. 동성애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성애자 반대, 여성 반대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라.)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군대내 동성애자에 대한 처벌규정인 92조 6은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사실 군형법 92조 63)은 국가인권원회만이 아니라 유엔인권이사회, 유엔 자유권위원회 등 국제인권기구가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폐지를 권고한 조항이다. 이성애자들은 휴가 때든 애인이나 부인과 자도 처벌받지 않지만, 동성애자들은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게 군형법 92조6이다. 개인의 성생활 등 사생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라는 점도 문제지만 이성애자와 달리 동성애자들은 합의에 의한 관계도 처벌하고 있으니 명백한 차별이다. 김이수 전 후보자의 의견은 인권적 판단이며 헌법에 기반한 것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김이수 후보자의 낙마는 국회의 폭거다. 사실 현재 그가 헌법재판관인데 헌법재판소장으로 부적격하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헌법재판소장이라고 2표를 행사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단지 반대논리가 없으니 동성애 옹호 운운하며 여론몰이를 할 뿐이다.

동성애 비판 논리를 그대로 싣기만 해서 되겠나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몇몇 언론에서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치세력들의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그대로 싣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정치세력들은 왜 동성애 혐오에 동참하는지를 분석하거나 동성애 혐오발언이 ‘혐오표현’이자 ‘반인권적’인지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그나마 그런 보도를 실은 게 경향신문과 한겨레 정도다. 경향은 기자칼럼(기승전 ‘동성애’)4)으로 한겨레는 분석기사(극우목사들, 진보 비판 위해 동성애 활용)5)로 다뤘다. 그러나 대부분 언론은 혐오발언을 여과 없이 싣고 있어 우려스럽다.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신문방송에서 혐오발언을 그대로 싣는 경우, 시민들은 해당 발언이 혐오인지, 편견인지도 모른 채 접하게 된다. 국제인권기준에 따르면 모든 발화를 표현의 자유로 인정하진 않는다. 전쟁선동과 소수자혐오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본다. 게다가 정치인이 성소수자들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발언을 당사자들이 접했을 때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위축되고 공포스럽지 않겠는가. 엄청난 폭력이다.

따라서 공론의 장에서 발화되는 혐오표현을 그대로 기사로 싣기보다 인권침해적이거나 차별적이라는 비평-해석을 병기해야 할 것이다. 독일에서 아돌프 히틀러가 쓴 책<나의 투쟁>6)에 대한 출판금지를 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최근 출판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는데 책에 나오는 잘못된 사실과 세계관에 대해서 3500개 비판 주석을 다는 방식이다. 인종주의적, 차별적 세계관이 여과 없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대한민국 언론보도는 보수정치인들의 성소수자혐오발언에 대해 이러한 기준을 거의 적용시키고 있지 않다.

이러한 보도관행으로 우리 사회에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확산되고 성소수자의 인권이 뒤로 갈까 걱정된다. 단순 사실보도만이 아니라 진실을 보도하고 우리 사회 만연한 차별을 파헤치는 보도가 더 목마른 때다. 어느 때보다 양심적인 언론인이 그립다.

지난 5월 30일 방송된 <PD수첩> “성소수자 인권, 나중은 없다”7)는 문화방송에서 징계 받은 지 3년 만에 복귀한 이영백PD가 제작한 것이다. 그는 대통령선거 때 “(문재인 당시 후보가) 성소수자를 명시적으로 반대한다는 부분에 굉장히 마음이 아파” 성소수자 인권에 주목하게 됐다고 했다. 그런 그답게 MBC 간부들이 <PD수첩> 아이템을 묵살했다고 폭로했다. 그 덕에 대기발령을 받았고 그와 동료들은 제작거부로 맞섰다. 9월 4일부터 시작된 MBC노조와 KBS노조의 파업이 18일째다. 아직까지 경영진은 꿈적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승리하리라 믿는다. 아니 그들이 승리해야 우리사회가 한층 더 인권친화적인 사회로 갈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파업에서 승리해 돌아와 공영방송에서 정치인들의 혐오발언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보도를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힘내라! 마봉춘, 고봉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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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월21일 중앙일보, 뉴시스, 국민일보, 노컷뉴스 등 다수의 언론이 발언의 문제점이나 분석 등 없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말을 옮겼다.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70821_0000072606&cID=10301&pID=10300

http://www.nocutnews.co.kr/news/4833520

http://news.joins.com/article/21859730

 

2)헌법 제11조

①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②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③훈장등의 영전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

 

3)군형법 제92조의6(추행)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3.4.5.> [본조신설 2009.11.2.]

 

4) 기승전 ‘동성애’(경향신문 2017.9.19. 기자칼럼)

“안타깝게도 냉전·반공체제를 발판으로 함께 성장했던 수구보수체제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헤게모니를 되찾으려는 생존전략이라는 것을, 유통기한 지난 색깔론과 종북 타령을 대신해 혐오의 대상으로 삼기에 적절한 동성애를 선택했다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게 아니라면 성경에 언급된 그 수많은 죄들이 지금도 도처에서 횡행하는데 왜 동성애에만 목숨 거는 건지 이해할 길이 없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182104015&code=990100

 

5)극우 목사들, 진보 비판 위해 동성애 활용(한겨레 신문 2017.9.15.)

“개신교계 동성애 반대 운동은 보수 목사들이 ‘동성애는 반성경적’이라는 논리로 10여년 전부터 이끌어 왔다. 주로 기독교정당을 만들려는 극우 목사들이 주축이었다. 이들은 보수 교회의 수요예배나 금요기도회에서 반동성애 영화를 상영하고 책자를 유포했다.

그런데 2016년 퀴어축제 때부터 개신교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교단장협의회가 반동성애 운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후 목사들이 대놓고 설교시간에 반동성애 논리를 강조하는 일이 많아졌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811168.html

 

6) <나의 투쟁 출간>독일서 '나의 투쟁 비판본' 불티…"정치·역사 독자층 구매"(2017.1.4. 연합뉴스)

'나의 투쟁'은 나치 치하에서 1천200만부 가량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다. 그러나 나치 패망 이후 금서가 됐다. 책의 판권을 넘겨받은 바이에른 주 정부가 책 출간을 금지해서다.

이 서적은 2015년 말로 저작권 기간 70년이 만료된 데 따라 나올 수 있었다. 독일 당국은 앞서 2014년 '나의 투쟁'뿐 아니라 히틀러의 저술에 대한 '무비판적 출간'을 전면 불허했다.

독일에선 나치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인 표식 사용도 금지돼 있어 이번에 나온 비판본 표지도 별다른 디자인 없이 흰색으로 단순하게 처리됐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1/04/0200000000AKR20170104002951082.HTML?input=1179m

 

7)PD가 말하는 '성소수자 인권, 나중은 없다'의 탄생기 (노컷뉴스 2017.6.1.)

국민 다수는 자신이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소수자들은 뭔가 좀 특이하다거나 비정상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아까도 말했듯 가랑비가 돼서 사람들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걸 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http://www.nocutnews.co.kr/news/4793187

<MBC PD수첩> 1129회 - 성소수자 인권, 나중은 없다.

http://www.imbc.com/broad/tv/culture/pd/v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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