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KBS MBC 정상화 시민문화제’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노동의 권리 진일보 하는 계기 돼야”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 문건’ 실제 피해자들 증언도

최종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직무대행이 22일 “1,0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는 언론을 만드는 데 언론노조 KBS・MBC본부 조합원들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저녁 서울 종로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인도에서 열린 ‘KBS・MBC 정상화와 언론적폐 청산을 위한 시민문화제(이하 시민문화제)’에서 “언론이 정상화 되는 것을 무엇보다 이 땅의 인권과 노동의 권리가 진일보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위원장 직무대행은 “자신들이 MBC에 돌아오지 못해도 MBC는 반드시 정상화 돼야 한다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을 기억해야 한다”며 “고(故) 이한빛 PD가 목숨을 끊을 수 밖에 없었던 노동환경을 조명하는 KBS・MBC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 15일까지 아홉 차례 진행된 ‘돌마고 불금파티’의 이름을 바꿔 시민문화제로 진행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와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의 조합원을 비롯해 주최측인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 회원, 언론・노동 관련 시민사회단체 회원, 일반 시민 등 1,000여 명이 행사장에 운집했다.

이명박 정부가 국정원을 동원해 작성한 ‘공영방송 장악 문건’의 내용대로 KBS와 MBC 내부에서 탄압을 받은 지성찬 KBS라디오 PD와 최승호 뉴스타파 PD(전 MBC ‘피디수첩’ PD)의 증언도 이어졌다.

지성찬 PD는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까’를 연출했다. <한겨레>의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은 그를 ‘사원행동(언론노조 KBS본부의 전신)의 핵심인물’이라 평하고 관리 대상으로 지목했다.

지 PD는 “사내에서 회사 간부에게 보고하는 성향분석 자료 정도만 돼도 끔찍한데, 국정원에 넘어갈 것을 알고 선배 PD 중에 한 명이 이런 악의적인 평가까지 달아 문건을 작성했을 거라 생각하니 배신감이 컸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국정원이 저를 ‘손석희 따라잡기에 혈안’이라 그랬는데 그건 사실”이라며 “MBC라디오의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그랬듯이 성역이 없고, 직격 인터뷰를 하고, 논란의 당사자가 출연해 아침 출근길 라디오가 청취자가 궁금해 하는 것을 질문해야 좋은 프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손석희의 시선집중’ 같은 프로그램이 MBC에 등장하고, KBS에서도 선의의 경쟁을 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많은 시민 분들께서 여기서 함께 투쟁해주시는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최승호 PD는 “국정원의 문건이 처음 나왔을 때 저는 ‘내가 그동안 찾던 시나리오가 드디어 나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최 PD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 그래도 30년 동안 자신이 있었던 직장을 완전히 짓밟고 무너뜨리는 게 과연 스스로의 계획이었을까라는 일말의 의문이 늘 있었다”며 “이제 그 의문을 해소시키는 증거가 나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국정원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 PD는 자신이 연출한 영화 ‘공범자들’이 고발한 방송장악의 공범자들이 반드시 처벌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공범자들의 리스트 중에서도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은 아마 찬바람이 불기 전에 더 차가운 곳으로 가시게 될 것”이라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다.

‘이런 공영방송이 보고싶다’를 주제로 한 시민발언에는 고희영 씨가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고 씨는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100분 토론’에 방청객으로 참석하고 싶어 MBC에 전화를 했더니 ‘그거 돈 받고 하는 아르바이트로 채워진 지 오래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MBC와 KBS가 언제부터 망가진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고 절망적이었다”고 말했다.

고 씨는 또한 “KBS와 MBC의 옴부즈만 프로그램들이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 프로그램으로 전락한 것도 속상하다”며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시청자의 프로그램들을 되찾아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출신 ‘언론적폐 인사’에 대한 카드뉴스를 만든 한국외대 독립언론 ‘외대알리’의 두 학생(전병수・안중헌 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전병수 씨는 “작년 가을과 겨울에 우리 국민은 빼앗긴 주권을 되찾았고 오늘도 그런 날이 돼야 한다”며 “나라다운 나라가 언론다운 언론을 만들도록, 아니면 언론다운 언론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도록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안중헌 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쓰는 말 중에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져야 할 땐 빠져라)’라는 말이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 된 마당에 적폐 사장들이 어느 안전이라고 자리를 꿰차고 있는지, 이제 제발 ‘낄끼빠빠’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신준희 씨는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취재를 나온 KBS의 기자에게 면박을 준 것을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신 씨는 “영화 ‘공범자들’을 보고서야 언론이 정권에 의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시민의 친구가 되는 ‘마봉춘’과 ‘고봉순’이 하루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응원하며 함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는 총파업을 19일째 이어가고 있는 언론노조 KBS본부의 성재호 본부장과 MBC본부의 김연국 본부장이 파업 보고를 하면서 마무리됐다.

성재호 본부장은 “다음주까지 승리하지 못하면 추석을 맞아야 한다”며 “많이들 걱정하지만 저희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고 외쳤다.

이어 “혹시 추석 전에 파업이 안 끝나더라도, 저희는 더 단단해져서 돌아올 것”이라며 “이번 파업은 국민이 주신 마지막 기회다. 이길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연국 본부장은 “국정원의 문건에서 MBC의 단협을 폐지하란 말이 3번이나 나온다”며 “당시 MBC의 단협은 임원의 압력이나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프로그램 제작자율성을 지키고, 공정방송협의회를 통해 노조가 공정성 문제를 발생시킨 사람의 문책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또한 “2011년에 이 단협이 해지됐고, 지금은 단협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조합이 파업에 나선 것”이라며 “국정원과 청와대가 총동원 돼 MBC를 장악하려 했을 때도 파괴하지 못한 노조가 국민 여러분께서 주신 절호의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고 MBC를 신뢰 받는 방송으로 돌려놓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주최한 시민행동의 김언경 상황실장은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26일 오전 국정원 앞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줄 것 △’돌마고 닷컴’(www.dolmago.com)에서 시민 발언 신청을 해줄 것 △다음주의 시민문화제 행사에도 참석해 줄 것 등을 당부했다. 

다음주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 29일이 아닌 28일 목요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시민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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