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개혁? 오탈자 잡아드립니다>라는 칼럼을 보내왔습니다. 고용노동부가 폐기한 이전 정권의 노동개악 양대지침을 보수언론들은 ‘노동개혁’ 조치라 일컬으며, 일제히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와 사설을 쏟아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먼 대한민국의 노동은 이제 겨우 첫 발을 내딛었을 뿐인데, 말장난이나 할 시간이 있을까요? /편집자주


노동개혁? 오탈자 잡아드립니다

-노동개악 양대지침 폐기, 그리고 보수언론의 신경질

 

박장준(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

  고용노동부가 양대지침을 스스로 폐기했다. 이 지침은 ‘노동개악’으로 불렸다. 왜냐하면 사용자가 성과로 노동자를 줄 세워 성과가 낮은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고, 사용자가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명분으로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정리해고가 쉽고 노조 조직률이 낮은 사회에서 사용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이었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바로잡은 것이다.

  복기해보자. 노동개악 양대지침은 무엇인가. 양대지침은 ‘법 위의 지침’으로 노동을 개악해버렸다. 근로기준법과 노동관계법에 정면으로 충돌했지만 정부는 강행했다. 성과주의로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마냥 만들고, 사용자의 권한을 강화해 현장을 쥐어짜려는 의도였다. 그렇게 지침은 시행됐고, 노동조합이 없어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현장부터 파고들었다. 그리고 세대 간 일자리전쟁에 불을 붙였다.

  정부의 양대지침 폐기를 두고 보수언론은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조선일보는 노동부 발표 이튿날인 9월 26일 ‘정부, 노동유연성 위한 최소한의 장치도 없앴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신문은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엄격하게 제한한 것에 이어 양대지침까지 폐기했다며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노동시장 개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썼다. 사설은 더 노골적이다. 조선일보는 ‘고용부 ‘노동 폭주’ 구경만 하는 경제 부처들’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과도한 친노동 정책이 정부 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율되지 못 하고 균형을 잃은 채 고용부 독주로 일방 추진되고 있다”며 경제 부처들이 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할 것을 촉구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일자리 책임진 고용장관이 노동개혁에 재 뿌리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양대지침은) 꽉 막힌 고용구조에 숨통을 틔워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정부가 노동개혁에 눈감은 채 개혁 정책에 대못질까지 한다면 국가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기사 제목은 ‘후퇴하는 노동개혁…정책도 담당 직원도 뒤엎은 고용부’이고, 기사의 대부분이 정부의 노동정책을 우려하는 내용이다.

  이 언론들과 이 기사들은 최소한의 균형마저 없다. 노동개악을 노동개혁으로 쓰고, 양대지침 폐기로 노동시장이 경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도대체 무엇이 개혁이고 무엇이 경직된다는 말인가. 보수언론의 말마따나 노동시장 유연성 조사 결과1) 한국은 139개국 중 83위다(2016년 1월 기준). 순위권에 있는 미국과 영국마냥 ‘0시간 계약직’이라도 만들어 우리 사회를 거대한 인력사무소로 만들고 싶다는 것인가.

  정작 문제는 따로 있다. 유력언론들은 한 목소리로 ‘노동시장이 경직됐다’고 하고 걸핏하면 ‘강성귀족노조가 나라 경제를 망친다’고 할 정도로 노조의 힘이 강한 사회인데, 이런 우리 사회의 노조 조직률은 10.2%2)밖엔 안 된다(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7.8%의 절반도 안 된다. 29개 회원국 꼴찌에서 네 번째다. 이상하지 않나. 고용안정과 고임금을 지켜내려면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숫자들에 대한 분석은 하나뿐이다. 바로 ‘자본과 정부가 노조 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그리고 기자라면 한국사회의 노동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 알 것이다. 노동은 위기다. 낮은 노조 조직률, 저임금-장시간-성과중심 노동, 외주화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고 노동과 자본의 관계는 자본에 기울대로 기울었다. 노조 할 권리는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남아 있는 게 지금 노동이 처한 현실이다. 사회의 관리자들은 이런 노동을 벼랑 끝으로 몰고 밀쳤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양대지침을 폐기했다. 아주 작은 교정이다.

  노조 할 권리를 포함한 ‘노동권’을 확장하고 재-발명하는 중요한 시기다. 상시지속업무를 직접고용 정규직화해야 하는 고용의 원칙을 복원하고,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할 제도들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이 많다. 노동개악을 ‘노동개혁’으로 잘못 쓰거나, 철지난 강성귀족노조 타령이나 할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경직된 노동관으로는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없다. 반성과 건필을 바란다.


1) 스위스 은행 UBS 세계경제포럼(WEF)( 2016. 1.) 연차총회 보고서

2) 고용노동부가 2016년 발표한 ‘전국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노동조합조직률은 10.2%다. 노동조합조직률은 전체 임금노동자 중에서 노동조합 조합원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2015년 노동조합 조직대상 노동자는 1,902만 7,000여 명에 달했지만 조합원인 노동자는 193만 9,000여 명이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