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면세점 쇼핑때도 법인카드 … 해외 시찰 중 ‘메이저리그 관람’도

KBS본부 “타 이사들 자료 확보 및 사실 확인 중…필요하면 검찰 고발”

강규형 KBS 이사가 KBS 법인 카드를 애견 행사 뒤풀이 비용에 사용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KBS는 이사들에게 업무 추진비로 월 100만원에 한해 법인카드를 쓸 수 있게 했고, 자료조사비로 월 252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파업뉴스팀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규형 이사가 사생활에 KBS 법인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강규형 이사, 개 키우는 데 법인카드 사용

 

파업뉴스팀에 따르면 강 이사는 지난해 1월2일부터 올해 2월14일까지 법인카드로 34회에 걸쳐 총 36만6,000여원을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처는 주로 경기 성남에 위치한 애견카페들이다.

강 이사는 또한 자신이 소유한 개가 경연대회의 일종인 ‘도그 쇼(Dog Show)’에 나가 입상하거나 좋은 성적을 거둔 날, 법인카드로 다른 애견인들과의 식사비를 결제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올해 2월, 4월 등 모두 3차례였으며 총 결제 금액은 80만원 가까이 됐다.

강 이사가 KBS로부터 받은 또 다른 돈으로 고가의 개를 수입해 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파업뉴스팀에 따르면 한 애견인은 강 이사가 연이어 고가의 개를 수입하자 돈의 출처를 물어본 적이 있으며, 강 이사는 “아내도 모르게 KBS에서 받는 돈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사실은 강 이사와 같은 애견카페를 다니는 애견인들이 파업뉴스팀에 제보를 하면서 드러났다. 애견인들은 당초 강 이사가 KBS 이사라는 사실을 몰랐지만, 최근 강 이사가 파업 중인 KBS본부 조합원의 1인 시위 현장에서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제보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제보에 나선 애견인 중 1명이 함께 자리했다. 애견인 A씨는 “강 이사의 개가 애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날, 강 이사가 KBS 법인카드를 건네며 뒤풀이 비용을 결제하도록 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당시엔 강 이사가 KBS와 관련된 사람일 거라는 생각도 못 했고, 그 카드가 법인카드인 줄도 몰랐다”며 “카드에 KBS의 로고가 있어 ‘KBS와 제휴한 카드일 것’이라 생각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야 그 분이 KBS의 이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카드를 사용한 것도 결국 공금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백화점, 면세점에서도 법인카드 사용 …  해외 시찰 때 메이저리그 관람도

강 이사는 주말과 공휴일에 백화점에서도 법인카드로 80만원 가까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경기도 성남 인근의 백화점에서 결제했다. 개인적으로 일본을 방문하면서도 간사이공항 면세점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해 물품을 구입했다.

해외 시찰 중에는 일정에 없던 공연 관람과 메이저리그 경기 관람에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강 이사는 지난해 4월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 일정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방송기자재 해외 시찰을 떠났다. 해당 일정에는 KBS 이사회 사무국 예산이 집행됐으며, 시찰 일정에는 공연과 경기 관람 일정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강 이사는 국내에서도 ‘문화 관람’ 명목으로 200만원이 넘는 돈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이사가 명지대학교에서 ‘음악감상론’을 강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KBS 이사 업무와는 관련이 없는 본인의 생업 활동으로 보인다는 것이 KBS본부의 설명이다.

강 이사는 이사회 사무국에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KBS본부가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에 대해 강 이사에게 따져 묻자 ‘이사회 사무국에서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로 커피와 같은 음료와 주류, 식사비, 책 구입, 음악회 등 공연 관람비를 결제해도 무방하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KBS본부 “방통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조사해야”

KBS본부는 “KBS 이사를 추천했던 방송통신위원회가 즉각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대한 면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재호 KBS본부장은 “KBS 이사들이 국민의 혈세와도 같은 수신료를 마음대로 쓰는 동안 이를 책임져야 할 방통위는 뭘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며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사용처는 엄연한 공적 영역이고 영국의 BBC의 경우 국장급 이상이면 1파운드 단위까지 사용처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에 법적 권한이 부족하다면 감사원이라도 나서야 한다”며 “이사회와 이사회 사무국의 이런 비리를 감사원이 제대로 감사하고 있지 않다면, 이는 엄연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KBS본부는 강 이사 뿐만 아니라 타 이사들에게도 유사한 법인카드 유용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자료 확보와 사실 확인에 나선 상태다.

KBS본부는 “동일한 문제가 타 이사들에게도 확인될 경우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이 KBS 사측의 공모 또는 묵인 하에 이뤄진 조직적인 위법행위라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하고, KBS 이사들이 소속된 각 기관에 내용을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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