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2009년 고대영 보도국장에게 200만원 주고 불보도 협조요청”

국정원 개혁위 ‘예산신청서, 자금결산서, 정보관 진술’ 확보

KBS본부 24일 ‘기사 삭제 대가로 국정원 돈 수수 의혹’ 기자회견

“고대영 KBS 사장이 보도국장 때 정말 국정원에게 200만원을 받았는지? 그리고 어디에 사용했는지? 무엇을 더 받았는지? 어제 KBS 회사가 아니라고 한 입장을 담은 종이 쪼가리로는 진실을 덮을 수 없다.”

성재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이 24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본부 노조사무실에서 참담한 심정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어제(23일) 저녁 국정원 개혁위가 2009년 국정원 정보관이 당시 고대영 KBS보도국장에게 현금 200만원을 주고 <국정원 수사 개입 의혹> 관련 불보도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개혁위는 예산 집행 관련 예산 신청사와 자금 결산서 그리고 담당 정보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10년 이상 KBS를 담당한 국정원 직원의 말이다. 고대영 사장이 떳떳하다면 기자들 앞에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며 “고 사장은 자신의 비리 감싸는데 KBS 보도를 동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성 본부장은 KBS 담당 국정원 정보관의 이름을 밝히기도 했다. KBS본부측은 국정원 정보관의 전화번호가 바뀌어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전했다.

23일 KBS는 뉴스9 <‘채동욱 혼외자 사건’ 수사 의뢰 권고>라는 제목의 꼭지에서 “이에 대해 KBS는 고대영 당시 보도국장이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협조를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또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을 당사자에게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언론에 공개한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법적 대응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라고 전했다.

고 사장의 저널리즘 윤리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되는 사건은 해설 위원 시절인 2007년 미국 대사관측에 이명박 당시 후보 등과 관련한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이는 위키리크스 문서에 나온다.

2008년 9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보도국장을 한 고대영 사장은 2009년 보도국장 신임투표에서 93.4%로 불신임되기도 했다.

KBS본부에서 작성한 ‘고대영 사장의 편파보도 논란’ 일지에 따르면 △용산 참사 당시 강호순 사건 과잉 보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축소 보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특종 누락 △정운찬 총리 후보자 논문 검증 축소 보도 △김인규 사장 임명 반대 기사 누락 △신재민 문체부 차관 수뢰 혐의 축소 보도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실 보도 △위키리스크 취재 기자 비보도부서로 발령 등 고 사장은 보도국장 및 보도본부장을 하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성재호 KBS본부장은 국가 권력의 방송장악에 전면적인 조사를 펼쳐야 하며, KBS이사회는 고대영 사장을 해임시키거나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이사들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재호 “고대영 사장을 현 이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일상적으로 국정원 정보관과 접촉하고 돈 받았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 검찰 수사도 불가피하다”며 “해임 사유는 차고 넘친다. 그리고 청문회에서 고 사장을 통과시켜준 국회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25일 KBS정기 이사회,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 등에서 고대영 사장의 국정원 돈 수수 의혹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돈 200만원에 KBS뉴스를 팔았다는 뉴스를 보는 KBS 구성원들이 얼마나 참담한 심정일까”라며 “국정원은 예산 신청서, 자금 결산서, 진술서 등을 공개해야 하며, 이 같은 예산 집행이 이뤄진 것을 보면 단순하게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집행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KBS 임원이 대가성 금품을 받았다면 법률적으로 공무원으로 의제되어 뇌물죄 처벌되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이며, 업무상 배임죄와 국정원법과 방송법 위반 혐의가 있으므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KBS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관련 국정원 개입 의혹을 보도하지 않았다. KBS본부가 리포트들과 내부 보도정보시스템 등을 살펴본 결과 2009년 5월7일 MBC 뉴스데스크는 <장고 끝 고심>(2009. 5.7)이란 제목으로 4번째 꼭지에서 다뤘지만 KBS는 보도하지 않았다.

KBS본부에 따르면 “해당 의혹에 대해 언급한 정치권 반응에 대해 단신이 작성됐지만, 소속 부서장은 기사를 승인하지 않았고, 사회부에서도 관련 내용의 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국정원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9년 4월 원세훈 전 원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를 부각하라’는 방침에 따라 일부 언론 담당 정보관이 방송사에 수사상황을 적극 보도해 줄 것을 요청했고, 국정원 직원 4명이 SBS 사장을 접촉해 노 전 대통령 수사 상황을 적극 보도해 것을 요청했다.

또 KBS 담당 정보관이 2009년 5월 7일자 조선일보 <국정원 수사 개입 의혹> 기사에 대한 불보도를 협조 요청한 사실을 확인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KBS 담당 정보관이 당시 보도국장을 상대로 불보도 협조 명목으로 현금 200만원을 집행한 것에 대한 예산신청서 자금결산서 및 담당 정보관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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