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도급 문제에 카톡 등 단체 SNS 운영 중단 지침

본사가 ‘현장 대리인’ 지정, “지휘 감독 크게 변하지 않아”

“사장이 누구인가요?”

“이남기 사장이요.”

“KT스카이라이프 말고 KTis의 사장은 누구인가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KTis와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는 KT스카이라이프에서 5년 이상 일했다는 컨설턴트 A씨는 결국 KTis의 ‘사장’ 이름을 대지 못했다.

“일 년에 한 번 와요. 계약서 때문에. 사무실은 물론 KT스카이라이프죠. 누가 오냐구요. 자기가 케이티스라고 해요. KT스카이라이프 직원이 우리에게 쓰라고 하죠. 그리고 케이티스에서 수거해 갑니다. 이름은 몰라요? 사실 그 때 한 번 보고, 다시 일 년이 지나면 사람이 와서 똑같이 반복합니다. 임금 역시 매년 비슷하죠. 단지 항목만 바뀌죠. 케이티스가 영등포에 있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전 출근을 KT스카이라이프로 합니다”

A씨는 또 이제껏 출근도 KT스카이라이프로 해 온 탓에 KTis 사무실의 정확한 위치도 모른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현장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두 번 울게 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번 환노위 정기국감에선 위장 도급과 관련해 KT계열사의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10월 23일 서울지방노동청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에 따르면, KT스카이라이프가 상시 지속 필수 업무 인력인 ‘CS컨설턴트’를 직접 지휘 감독하면서도 지난 10여 년간 간접 고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CS컨설턴트의 주요 업무는 위성 안테나의 준공 검사, VIP고객 대응, 대량 장애 AS 등 KT스카이라이프 서비스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러나 현재 KT의 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엔 A씨와 같은 비정규직 컨설턴트 인력 24명만이 근무 중이다. 이들은 각각 KT의 또 다른 계열사인 KTis(10명)와 KTcs(14명) 소속이다.

28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이 가운데 KTis 소속 컨설턴트인 A씨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저희는 사원증도 2개예요. KTis와 KT스카이라이프 이름으로 된 것이죠. 이 가운데 KT스카이라이프 사원증은 VIP고객 업무 등을 할 때 패용합니다.”

A씨는 또 VIP고객의 민원 전화가 오면 정규직 담당 직원이 “본사 직영 기사(컨설턴트)를 보내겠습니다.”라며 자신들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저희는 미리 교육받은 대로 당연히 KT스카이라이프 사원증을 목에 걸고, ‘본사에서 왔습니다.’라고 말해요.”

 

이 밖에 중요한 행사가 진행될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KT스카이라이프는 SLT(스카이라이프 엘티이 티브) 상품을 선보였다. 그때도 컨설턴트들은 본사 정규직 소속인 것처럼 일했다. 접시 안테나와 셋톱박스를 설치하고 시뮬레이션 진행과 철수 작업을 도맡아 했다.

“항상 KT스카이라이프 사원증을 패용하고 다닌다고 보면 돼요. KTis 사원증은 서랍에 넣고 다니지요. 사실 이 사원증은 도급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나중에 일괄적으로 만들어졌어요.”

최근 전국에 흩어진 컨설턴트들이 모였다. 이들은 자신의 노동조건을 이야기한 결과 평균 연봉이 약 2천6백 만원 정도로 정규직과 약 3배가량 차이가 났다. 또 복지 포인트 등 노동조건에 대한 처우도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2015년 모였을 때도 비슷한 처지였고, 노동조건은 나아지지 않고 제자리걸음이었다. 컨설턴트들은 노동의 권리를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노동 조건을 보여주는 웹툰을 제작했다.

“2007년 한국디지털위성방송 당시 계약직 2명으로 시작해 2008년부터 수차례 아웃소싱 위탁업체가 바뀌었다. (중략) 현재까지 스카이라이프에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받으면서 사실상 도급계약 자체가 무색할 정도입니다. 유통망 지원 및 악성 클레임 고객 미원처리, 준공검사 및 스카이라이프 직원이 해야 할 업무까지 불철주야 궃은 일을 다해오면서 많은 기여를 했지만 컨설턴트에 대한 처우는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중략) 컨설턴트 도급계약 신분에서 벗어나 KT스카이라이프 직원으로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7.19. 수도권, 동부, 서부 영업단 소속 컨설턴트 성명)

 

성명 발표 후 이용득 의원실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KT스카이라이프는 도급업체를 바꿔가면서 컨설턴트들에게 일을 시킨 것으로 되어 있다. 2007년 서울 지역 컨설턴트 2명을 개별 계약했고, 2008년부터 하도급으로 수도권과 수도권외 지역에선 각각 다른 업체에게 도급을 줬다.

구분

수도권

수도권 외 지역

2008 ~ 2009

엔피플

코이드

2010

엔스탭

EK맨파워

2011

엔스탭

유니에스

2012 ~ 현재

KTis

KTcs

지난 10월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지방고용노동청 국정감사에서도 KT 스카이라이프 불법 도급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참고인으로 나온 10년차 컨설턴트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저희들은 스카이라이프 지사 직원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매일아침 함께 업무회의를 하고, 업무지시를 받고, 직접 관리 감독을 받고, 워크샵 같은 행사도 함께 참여해 왔습니다. 얼마 전부터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스카이라이프가 채용부터, 업무지시와 관리감독까지 모두 직접 했고, 현장 관리인조차 없었습니다. 약 4년 전부터는 컨설턴트 중 1명을 현장관리인이라고 형식적으로 선정해두긴 했으나, 그 컨설턴트 역시 스카이라이프의 업무지시 중 일부를 단순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정도여서 사실상 스카이라이프의 업무지시와 지휘감독의 실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제기되자 KT스카이라이프는 가장 먼저 게시판에서 비정규직의 접속을 차단시켰다.

“스카이라이프 사번으로 사내 오피스 전산망에 접속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환노위 국정감사가 있기 일주일 전 전산망 접속이 차단됐습니다. KT스카이라이프 비정규직 직원들은 더 이상 사내 전산망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업무 지시를 해 왔던 카톡방도 없어졌습니다. 정규직 직원들이 저희와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피했습니다. 저 역시 오래 근무했지만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직원들이 전화 연락조차 하지 않았습니다.”(KTis 소속 컨설턴트)

KT스카이라이프가 ‘위장 도급’이란 문제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는 이뿐이 아니다. 같은 사무실 안에서 일했던 컨설턴트를 구분하기 위해 칸막이를 설치했다가 나중엔 다른 공간에서 업무를 보도록 했다. 사내 전산망 접속을 막은 뒤엔 컨설턴트 중 한 명을 지목해 ‘현장 대리인’으로 만들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KT스카이라이프 직원들도 컨설턴트들을 피했다. 최근에야 그 이유가 드러났다.  ‘도급 운영과 관련한 실무부서 행동 매뉴얼’이란 문건이 회람됐기 때문이었다.  
 

이 문건에는 △약정된 도급 업무 외 과업 지시 금지 △업무 지시와 보고는 반드시 현장 대리인 통해 진행 △도급 직원과 업무 관련 개별적인 문자 카톡 전화 금지 △도급 직원이 포함된 단체 SNS 운영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문건에 ‘위장 도급 시 리스크 사항’이라며 대표 이사 형사 처벌 및 도급 사원에 대한 직접 고용 의무 발생, 정규직과 차별적 근로조건이 있는 경우 차별에 대한 시정 명령이 있다고 적시해 놓고 있다.

또 ‘해야 할 것’(Do)과 ‘하지 말아야 할 것’(Do not)을 상세히 구분하고, ‘중요’란 표시도 해 놓았다.

‘중요’ 항목에는 △도급 직원과 메일, 카톡, 문자, 전화 등 개별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말 것 △도급 직원에 대한 지각과 휴일 및 휴가 관리를 하지 말 것 △도급 직원에게 직접 받던 일일보고, 주간 보고 형태의 자료 수신을 하지 말 것 등이 포함되었으며, 보다 구체적인 금지 사례도 적혀 있다.

- 근태와 관련 하여서는 단순 통보조차 받지 말 것.

예) “팀장(지사장)님 저 내일 휴가 입니다. 휴가 다녀오겠습니다”

-업무 수행과 관련되어서는 교육은 물론 간단한 조언조차 지양할 것

-정규직 또는 계약직 전환에 대한 언급

예)열심히 하면 SKY정규직(계약직) 될 수 있고, 그런 사례도 있다 등
 

이 같은 ‘숙지 사항’의 문건은 KT스카이라이프에서 일상적으로 직접적인 업무 지시가 있어 왔다는 것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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