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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왜 안 갔냐고요?
[0호] 2017년 11월 02일 (목) 11:49:06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 media@media.nodong.org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지난 10월24일 청와대 주최 노동계 간담회에 민주노총이 불참 내용과 관련한 칼럼을 보내왔습니다. 청와대에 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오만’ ‘독선’ ‘귀족노조’ 등의 비난을 쏟아내는데 합류하시겠습니까? 노동 기본권 침해 문제는 바로 잡아야할 사안이고 정부는 지켜야 하고, 노동조합은 관철시켜야 할 사안입니다. 노동의 권리가 후퇴된 배경에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언론의 잘못은 없을까요? 아 하나 빠졌군요. 자꾸 ‘민노총’이라고 쓰는데 정확한 줄임말은 ‘민주노총’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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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왜 안 갔냐고요?

 

박장준(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

사실은 단순하다. 민주노총은 10월 24일 청와대가 주최한 간담회에 불참했다. 그리고 청와대가 개별 접촉한 소속 노동조합들에게도 불참 지침을 내렸다.1) 이후 결과는 복잡하다. 민주노총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선의를 무시하고 노사정 대화 테이블을 깨버린 수구좌파, 적폐세력이 됐다.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순위권에 올랐다. 시민들의 항의전화에 업무가 마비됐다. 팩스에 탈퇴 서류들이 꽂혔다. 홍준표의 막말(“역시 민주노총은 제대로 된 애국보수”)은 민주노총을 비난하는 데에 활용됐다.

언론도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대다수 언론이 ‘문재인 정부가 노사정 대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민주노총이 불참으로 반쪽짜리 대화가 됐다’, ‘민주노총이 노정대화의 물꼬를 막아버렸다’, ‘민주노총은 과도하게 경직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사진 중에서

보수언론은 잔뜩 힘을 줬다. 동아일보는 “민노총은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진보세력으로 포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특권을 유지하려는 수구세력이나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2) 조선일보는 김대중 정부가 정리해고제를 도입하고 노무현 정부가 다양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편 사실을 복기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조의 무한 이기주의 본질을 직시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한 노동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3)
 

   
 2017.10.25. 동아일보 사설 캡쳐

 

 

   
2017.10.25. 조선일보 사설 캡쳐 

이견이 없을 판단부터 정리하자. 문재인 정부의 경제, 노동정책은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노동의 위기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관리·해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장기저성장 국면에 지속가능한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양대 지침을 폐기하고,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노동시간을 줄이고,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려는 이유는 ‘노동의 위기’와 관련이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같은 자유주의 정권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같은 보수주의 정권이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의 위기는 임계점을 넘었다. 격차와 불평등이 심화됐고, 간접고용·특수고용 같은 권리 없는 노동자가 급증했고,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일반화됐으며, 감정노동자들은 일회용품마냥 소모돼 버려졌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친 노동 정책은 관리자계급이 노동자들에게 베푼 ‘선물’이 아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체제를 유지할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장기저성장 시대에 맞는 성장전략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의 핵심이 ‘일자리’다. 지금 정부는 자본과 노동을 모두 정책파트너로 삼아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고 싶어 한다. 정부가 노사정위원회를 다시 가동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짚어야 할 것이 바로 그 사이에 있다. 이른바 친노동 정책은 신자유주의 질서 20년의 적폐가 만든 노동의 위기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노동계를 포섭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민주노총이 문재인 대통령을 길들이려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반대다. 문재인 정부, 그리고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자들은 친노동 정책과 노사정대화를 패키지로 ‘정치적으로’ 묶어냈고(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는 얼토당토않은 언설들), 민주노총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정치적 효과를 최대한 누리고 있다.

정부의 선의를 무시한 것이 아니다. 간담회의 정치적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거절했을 경우 상당한 후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을 터다. 그럼에도 불참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가 많다. 민주노총은 김대중 정부 시절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참여했다가 ‘정리해고 도입’과 ‘파견노동 허용’이라는 뒤통수를 맞았다. 노사정위원회에 비판적이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 언론이 지적해야 할 문제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노정교섭이 필요한지, 노사정위원회가 필요한지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렇지만 잊지 말아야 원칙이 있다. 역대 정부가 삭제한 노동권을 복원하는 문제는 노사정위원회에서 교섭할 것이 아니다. 어떤 수준에서 양보하고 타협할 것이 아니라, 관철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민주노총에게 얼마나 잘 해주는데 민주노총은 왜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구느냐’는 식의 비난은 우리 사회와 노동권을 한발자국 내딛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쟁취한 권리를 자유롭고 평등하게 전개하고 또한 새로운 권리를 발명하려고 광장에 나왔다. 지금은 민주노총을 비난할 때가 아니라 민주노총과 함께 요구할 때다. 언론도 역할을 해야 한다. 비난을 중계하는 것만 한다면 ‘반쪽’ 언론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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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속한 희망연대노동조합은 청와대가 개별접촉한 노조 중 하나다. 민주노총 지침과 관련 진지하게 논의한 끝에 ‘불참’을 결정했다. 많은 언론이 접촉했다. 나는 몇몇 언론에 아래와 같은 취지의 멘트를 줬다. 그런데 언론에 실린 것은 “아쉽다”는 한마디뿐이었다. “개별 노조 입장에서 우리 문제를 알리고 해결에 도움이 될 행사에 불참하게 된 것은 아쉽다. 그러나 총연맹이 불참 결정을 내리며 밝힌 그간의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 희망연대노조는 총연맹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따르기로 결정했다. 노정 간 대화는 청와대가 아닌 어디서든 열릴 수 있다. 우리가 일하고 싸우는 곳에서 방송통신업계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노조 할 권리에 대한 간담회를 하는 것은 어떤가. 당장 우리 노조는 국회 앞 등에서 노숙농성을 진행 중이다.”

2)‘민노총의 오만과 독선, 도를 넘었다’ 2017.10.25. 동아일보 사설

3) ‘문 대통령 노조 본질 직시하고 나라 위한 개혁 해야’ 2017.10.25. 조선일보 사설

*청와대 브리핑 http://www1.president.go.kr/articles/1307

오늘 노동계와의 대화 자리에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박대수 한국노총 부위원장,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등 한국노총 지도부와 영인 핸즈식스.고암에이스 화성지역노조 위원장, 김영숙 국회환경미화원노조 위원장, 허정우 SK하이닉스 이천 노조 위원장, 류근중 자동차노련 위원장,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 안병호 영화산업노조 위원장,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준이 사회복지유니온 위원장 등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들이 함께했습니다.

청와대는 ‘평창의 고요한 아침’ 이라는 차로 손님맞이를 했는데요,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특별히 다섯 가지 꽃으로 제작된 블렌딩 차로 중국표현으로 ‘병배(倂配)’라고 한다고 합니다. 서로 다른 차가 섞여 좋은 맛과 향을 풍기는 차로 거듭난 것처럼 오늘 대화가 우리 노사 문화에 ‘새로운 병배차’가 되는 시작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년 노동이 어떤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했다”면서 “노동계와 함께 하고 노동계의 협력을 얻어야만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국정 목표에 대해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면서 함께 노력해 나가자는 당부를 전했습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행복하다”며, 정말 어려운 여건 속에 있는 레미콘을 비롯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좀 더 힘내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됐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덧붙여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운수업계, 우정 노동자들, 그리고 특례에 묶여 있는 업종에 있는 분들의 근로시간이 줄어들어서 저녁이 있는 삶들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했습니다.

김주영 위원장은 “노동자가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는 뜻으로 ‘노발대발’을 건배사로 외쳤는데요, 오늘의 대화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한 걸음 다가가는 힘찬 출발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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