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청와대 만찬 중 음식을 부각시키는 보도에 주의를 기울이자는 내용의 원고를 보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노동계와 만찬 등에서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기자들도 국민들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독도 새우’와 ‘전어’가 주요 기사로 올라오는 이유는 뭘까요?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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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만찬, 음식정치? 긴장이 필요하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11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다. 한반도 전쟁위기를 조장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어 전 세계가 그의 언행에 주목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의 방한은 의례적인 외교방문으로 보긴 어렵다. 대북제재와 북핵 억제라는 명분으로 한국정부에 무기를 강매할 것이고, 미국의 이익만을 강조하는 통상압력을 행사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보니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규탄했다.

트럼프가 국회에서 한 연설은 예상대로 대북 제재를 강조하며,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힘을 통한 평화유지라! 형용모순처럼 보이는 이 말은 현실에선 ‘힘을 통한 압박’일 뿐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입장과 거리가 멀다. 현 정부는 ‘사드 추가배치를 반대하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에 참가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에 반대한다(3NO)’는 입장을 내놓았다. 어떤 이는 이러한 3NO만으로도 트럼프의 동북아 패권전략을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한국정부가 미국의 군사전략을 반대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적극적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기에 그 효과가 언제까지 가능할지 미지수다. 문재인대통령이 트럼프 방한에 엄청난 호의를 표현한 것이나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인 사드를 철회하고 있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미군사동맹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보수적 안보이데올로기에 휘둘려 평화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정부정책의 모호함은 언제든 트럼프의 군사정책 강행에 무력질 수 있다.

평화에 대한 권리는 기본적인 인권인 생명권과 연관된 중요한 권리이다. 평화권은 1948년 세계인권선언의 탄생 배경인 1,2차 세계대전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전쟁과 학살은 최소한의 생명도 유지할 수 없게 만들며, 생명을 겨우 건지더라도 전쟁 후의 건강권, 식량권을 비롯한 사회적 권리를 박탈하고 전쟁을 빌미로 한 정부의 시민에 대한 자유권 침해를 손쉽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평화란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갈등을 어떻게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대화로 풀려는가에 있다. 적어도 전쟁과 같은 폭력으로 갈등을 풀지 않겠다는 것이 평화다. 그런데 힘을 통한 평화유지는 결국 존중과 대화를 뒤로 한 압박이기에 그걸 제대로 된 평화라고 할 수 없다.

아쉽게도 트럼프가 한국을 떠난 후, 언론보도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평화적 권리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찾기 힘들었다. 이상한 기준에 의한 이상한 손익계산서만 난무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문에서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3년간 한국정부가 구매한 미국산 무기가 130억불 이상인데 더 사기로 했으니 미국은 밑질 게 없다, 한국도 한미동맹을 재확인했으니 안전하다 등의 보도였다. 이렇게 우리가 마주한 것은 물신화된 한미(군사)동맹뿐이었다.
 


청와대 만찬, 음식정치?

그 외에 많이 나온 보도가 청와대 만찬음식이다.1) 전남 전통 장류가 만찬에 쓰였다는 보도에서부터 독도 새우까지. 특히 독도 새우는 일본정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더 이슈가 됐다. 일부 언론들은 독도 새우를 만찬 메뉴에 올림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에게 ‘독도는 한국 땅’임을 은근히 상기시켰다며, 음식정치의 센스를 칭찬했다.
 

 

 

이러한 청와대의 태도나 언론보도가 유쾌하지만은 않다. 지난 10월 24일 노동계와 만남이 투명하게 추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음식메뉴를 공개하며 언론 플레이를 한 전력이 있어 더 그렇다. 노동계와의 만찬이 성사되기 전부터 만찬음식이 무엇이 있는지 소개됐고,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말이 있는 만큼 노사정 위원회로 노동계가 복귀하기를 요청하는 것이라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노동계가 만나서 어떤 의제를 주로 논의할 것인지는 없고 음식 메뉴 이야기만 보도되는 현실이라니!

노동계와의 대화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만찬음식에도 신경을 쓰는 세심함만큼 간담회 내용과 방법에 더 심혈을 기울였어야 했다. 새 정부가 노동계와의 간담회 내용과 만찬 참석자 구성을 협의하는 데 힘을 기울이기보다 ‘만남’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건 왜일까? 내용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일단 만났다는 이미지가 중요해서일까. 그렇게 준비하다보니 민주노총이 불참하게 된 것은 아닐까. 적어도 새 정부가 노동계를 길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간담회나 만찬을 기획한 게 아니라면 최소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사면정도는 표명했다면 어땠을까. 민주노총이 정부의 노동친화적 태도에 신뢰를 보이지 않았을까. 온갖 질문이 머리 위를 떠돈다.

이미지로만 노동친화적 정부임을 드러내는 건 실체로 다가오기 어렵다. 그래서 서로 뒷담화만 무성한 것이 아닐까. 민주노총의 청와대 만찬 불참이후, 몇몇 언론에서는 ‘전어가 마음에 안 들어서냐’는 비아냥을 가능하게 한 것도 내용보다는 만찬음식을 소개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이 아닐까.

 

음식보도에 긴장해야 하는 까닭

 

물론 정치란 굳이 말로만 의사를 전달하지 않는다. 다양한 수단으로 정치와 정책의 방향을 드러낼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이미지정치가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정치의 내용이 부족할 때, 언표나 정책발표가 아닌 이미지로, 알맹이보다는 포장지에 눈을 돌리게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판단을 흐릿하게 하기 때문이다. 주객이 전도돼 간담회나 만찬의 내용보다 ‘음식’이 강조되는 현실에서 시민들의 노동정책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언론보도에 긴장이 필요한 때다.

박근혜 씨가 대통령이던 시절, 언론에 빠짐없이 나오던 게 바로 ‘패션정치’였다. 미국이나 중국, 베트남 등 해외순방 때 대통령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온갖 분석보도가 지면을 차지했다. 어떤 옷은 ‘당당함’이나 ‘한국 전통 홍보’를, 어떤 옷의 색은 ‘평화를 상징’하거나 ‘(중국인)방한하는 나라 국민이 좋아하는 노란색’ 이라며 치켜세웠다. 대통령이 해외순방 때 가져간 정책이나 입장, 정상 간 나눈 논의와 결과보다 대통령의 옷이 더 회자되는 것을 보며 우리는 ‘패션정치’보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 만찬음식 보도에서 패션정치 기시감이 드는 건 너무 예민한 것인가!

사람들이 이미지 정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불투명성 때문이다. 투명하게 정부의 입장을 밝혀야할 때 밝히지 않고 이미지로 숨는 경우가 많아서다. 청와대가 만찬음식을 투명(?)하게 설명하기 전에 만찬에서 다룰 내용이나 만찬 후의 정책 변화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주기 바란다. 그리고 언론들도 만찬음식보도가 왜 이리 많이 나오는지 돌아보면 좋겠다. 그러한 보도가 자칫 시민들의 비판의식과 참여를 떨어뜨리지 않는지 고민하며 펜을 움직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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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청와대 트럼프 대통령 초청 국빈만찬 관련 서면브리핑 http://www1.president.go.kr/articles/1413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저녁 8시부터 10시25분까지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를 영빈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하는 국빈만찬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영빈관 1층에서 영접하는 것으로 시작하였고, 만찬장 입장곡은 미국 대통령 전용 공식 입장곡인 ‘Hail to the Chief’가 연주되었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순으로 만찬사와 건배 제의가 있고, 이후 본격적인 만찬이 진행됐습니다.

만찬 메뉴는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로 우리만의 색깔을 담으면서도 미국 정상의 기호도 함께 배려하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특히 음식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 우리의 문화를 전하면서도 첫 국빈을 위한 정성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양국 정상의 건배 제의에 사용된 만찬주는 ‘풍정사계(楓井四季) 춘(春)’으로, ‘풍정사계 춘’은 청주시 청원군 내수면 풍정리에 위치한 ‘풍정사계’라는 중소기업이 제조한 청주로, ‘2016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대축제’ 약주?청주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전통주입니다.

국빈만찬 메뉴는 ‘옥수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 ‘동국장 맑은 국을 곁들인 거제도 가자미 구이’,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의 한우갈비구이와 독도 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돌솥밥 반상’, ‘산딸기 바닐라 소스를 곁들인 트리플 초콜릿 케이크와 감을 올린 수정과 그라니타’로 구성됐습니다.

만찬을 마치고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념 문화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영빈관 1층으로 이동하는 동안 만찬 퇴장곡으로 지난 9월 김형석 작곡가가 작곡해 문 대통령에게 헌정한 곡인 “Mr. President”가 연주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념 문화공연의 처음은 지휘자 여자경 씨의 지휘로 KBS 교향악단이 프란츠 폰 주페(Franz von Suppe)의 ‘경기병서곡(Leichte Kavallerie)’이 연주됐는데, 첫 공연을 클래식으로 한 것은 동서양의 정서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연주자 정재일 씨와 국악인 유태평양 씨가 ‘축원과 행복’을 기원하는 ‘비나리’를 사물놀이 가락 위에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연주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현대식으로 재구성한 우리의 음악을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세 번째로 연주자 정재일씨의 연주로 가수 박효신씨가 자신의 곡 ‘야생화’를 불러, K-POP에 우리만의 특색이 있는 발라드를 소개하고자 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KBS 교향악단이 레오나르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메들리(Westside Story Medley)를 연주했는데, 올해는 미국의 대표적인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레오나르드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위한 만찬 선물로 한국을 대표하는 공예품인 놋수저와 돌그릇을 준비했는데, 돌그릇은 큰 공을 세운 분에게 주는 선물로서 의미가 있고, 놋수저는 뒷면에 한미동맹의 캐치프레이즈인 “2017.11.7. We go together”를 새겨 한미 두 정상의 긴밀한 유대감과 끈끈한 한미 동맹을 표현했습니다.

국빈만찬장과 공연장의 디스플레이는 궁중채화(宮中綵花)를 중심으로 디자인되었는데, 궁중채화는 만찬장과 공연장 곳곳에 조선시대의 아름다움을 더하였습니다.

오늘 만찬의 우리 측 참석자는 △정세균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이낙연 국무총리 등 3부 요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주요 정부부처 장관 △정경두 합참의장, 김병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 군 관계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대표 등 5당 당대표 및 원내대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재계인사 △지방자치단체장 중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실제 주인공 이용수 위안부 할머니, 모델 한혜진씨, 국제영화제 수상자로 세계에 한국 영화를 알린 이창동 감독과 영화배우 전도연씨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 이태식 전 주미대사 등이 70여명이 참석했고, 미측에서는 △틸러슨 국무장관 △켈리 대통령 비서실장 △맥 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쿠슈너 특별보좌관 △내퍼 주한미대사대리 등 5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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