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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수증의 고백’, 확실히 함량에 문제가 있다
[0호] 2017년 11월 23일 (목) 15:43:57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media@media.nodong.org

권순택 언론연대 활동가가 <한겨레21> ‘어느 영수증의 고백’에 대한 글을 보내왔습니다. 그 영수증은 LG가 2013년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가 진행한 <기적을 캐고 나라를 구하라>라는 전시에 ‘1억원’을 지원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출고되기까지 편집국 내외부에 여러 사정이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장과 발행인 편집국장 그리고 기자. 서로 입장과 차이, 사건을 보는 시각이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견해를 좁히는 과정에서 정제된 기사가 나온다고 봅니다. 이 기사는 이후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달이 됐을까요?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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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어느 영수증의 고백’, 확실히 함량에 문제가 있다

-경영진, 기자와 독자를 가볍게 보지 말아야-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한겨레21이 ‘편집권 침해’로 논란이 뜨겁다. 한겨레 양상우 사장이 편집국에 “표지 교체를 당부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한겨레마저”라는 논란이 된 한겨레21 제1186호 ‘어떤 영수증의 고백’ 편을 읽어 내려갔다. 결코 복잡한 내용이 아니다. 한겨레21에서 LG그룹이 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단체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에 1억 원을 지원한 영수증을 입수하게 되면서 벌어진 얘기다.
 

   
한겨레21 홈페이지에서 캡쳐

한겨레21의 <어느 영수증의 고백> 기사는 ‘함량’에 문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TF(이하 국정원TF)는 지난 10월 23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보수단체 지원 사업에 동원됐다고 폭로했다. 국정원이 기업들과 보수단체를 매칭(주선)해주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거다. 그 결과, 해당 기업들은 2010년부터 최소 68억 원을 보수단체에 후원했다. 이 같은 ‘기업들의 보수단체 후원 사업은 2012년 하반기 국정원의 댓글활동이 드러나면서 급하게 종료됐다’는 게 국정원TF의 조사결과였다. 이명박 정부시절에 이미 종료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겨레21이 입수한 영수증은 그를 뒤집는 증거였다. 대기업의 보수단체 지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이어졌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해당 영수증은 기업과 보수단체를 매칭해주는 콘트롤타워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또박근혜 정부에서도 국정원 매칭에 따라 기업들의 보수단체 지원이 이뤄졌음에도 국정원TF가 밝혀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될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어느 쪽이든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겨레21의 ‘어떤 영수증의 고백’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하지만 기사를 읽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기사에 군더더기가 많네’였다. 한겨레21의 기사는 아쉽게도 그랬다. LG의 해명(피해자 코스프레) 문단-문구들이 포함되면서 전체 흐름에서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기사의 핵심 맥락이 뚝뚝 끊겼다. 아마도 19매 원고가 경영진의 수정요청에 따라 29매로 늘어난 게 원인이 아닐지 ‘짐작’ 할 뿐이다.

해당기사에서 조준호 LG전자 사장과 LG그룹 회장 구본무 이름은 왜 삭제됐을까. 독자들은 궁금하다. 박근혜 정권에서 화이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1억 원을 건넨 LG. LG는 정권에 의한 피해자인가 아니면 국정농단의 동조자일까. 삼성그룹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말을 사준 것과 같은 이치에서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하지만 한겨레21의 기사는 모호하게 이 부분을 처리한다. 이것이야 말로 한겨레21 내 벌어진 ‘편집권 침해’가 불러온 진짜 비극은 아닐까. 결과적으로 한겨레21 ‘어떤 영수증의 고백’ 기사는 함량에 문제가 생겼다. 그것은 ‘함량미달’이 아니라 ‘함량초과’로 벌어진 참극이다.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한겨레21 홈페이지에서 캡쳐

 

한겨레 경영진의 ‘표지 교체’ 결론, 왜?

함량초과 기사가 나온 까닭은 이랬다. LG그룹 임원이 한겨레 경영진을 찾아가 “박근혜 정권 시절에 기업이 보수단체를 지원했다는 것은 세상이 아는 일”, “1억 원 협찬금의 계산서를 주고받은 것은 왜 문제가 되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들의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박근혜 정권 시절 기업이 보수단체 지원한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라는 주장은 맞다. 하지만 대기업이 보수단체에 ‘직접 지원’한 증거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그 대상이 LG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1억 원 협찬금을 주고 계산서를 받은 것은 하등의 문제가 될 게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LG의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후원은 ‘전시’가 끝난 시점이다. LG는 그 시기에 갑작스럽게 후원을 결정했는가. 자연스럽지 못한 후원이다. 그리고 그 후원이 지주회사를 통해 이뤄졌고 그에 따른 영수증이라면 더더욱 기사의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겨레 경영진은 LG임원에게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대신 한겨레21 표지이야기를 교체하고 관련 기사를 수정하는 데에만 골몰했다. 그들은 한겨레21 최종 기사가 작성되기도 전 1일, 이미 ‘표지 교체’라는 결론을 내렸다. 양상우 대표이사가 데스킹이 끝난 기사를 프린트해 밑줄을 그어가며 수정할 것을 지시했다는 대목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한겨레에서 이 같은 벌어지자 그에 대한 해석들도 난무하다. ‘광고주 압박’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는 지적이 우선적으로 나왔다. 실제 한겨레21일 해당 호가 나온 날 한겨레에는 LG전자 전면 광고가 실려 논란을 더했다. 해당 기사에서 우려(국정원TF가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문제를 꼬리 자르려는 듯)한 일이 한겨레에서도 벌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한겨레 경영진이 ‘국정원TF의 판단에 편승’하고자 하려는 것 아니냐는 게 그것이다. 광고주 뿐 아니라 현 정권와의 관계를 고려했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으면 한겨레에서 광고주의 눈치만을 보고 이렇게 무리하게 편집권 침해를 했겠느냐는 항변이다.
 

자칭 진보 ‘선배’들의 ‘꼰대’ 마인드도 문제

한겨레 경영진은 시종일관 ‘기사 함량 미달’이라고 고집피우며 “편집인이 기사에 대해 지적을 하고 의견을 표시하는 것이 과연 편집권 침해인가?”라며 “갈등이 생기면 햇볕에 드러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하는 것이 한겨레 정신과 전통”이라는 둥 논리를 폈다. ‘편집권 침해’ 논란을 ‘함량 미달 기사’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면서 토론하자고 한다. 그것이야 말로 커뮤니케이션을 가장한 언어폭력이다.

이 과정에서 ‘꼰대’ 마인드도 여실히 드러났다. 김종구 편집인은 “이렇게 허점 많은 기사를 생산해도 되는지 걱정스럽다”는 등 ‘한겨레21 편집국’을 어린애 취급했다. ‘선배’라는 위치를 선점한 것이다. 그는 “30여년 동안 쌓인 내공과 경험을 지닌 선배로서만 생각해도 그 조언과 충고를 귀담아들을 법도 한데 <한겨레21> 기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함량이 부족한 기사에 대한 지적을 거세게 받아치고 고집을 피운다”고 평가했다. ‘편집권 침해’ 논란에서 선배-후배라는 관계가 중요한가. “야, 너 몇 년차야”. 기자사회에서 정당한 비판을 하며 대드는 후배를 향한 선배 기자들의 저 물음과 무엇이 다르냔 말이다.

이러한 한겨레 경영진의 태도는 안타깝게도 이골이 날 정도로 많이 봐 왔다. 자칭 ‘진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행보로 비판을 받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한 부정’과 ‘본인이 한 행위에 대한 정당화’ 그리고 ‘타인에 대한 책임전가’. 한겨레 사태 또한 여기에서 벗어남이 없다. 진보인사들이 ‘장’의 위치에 올라가면 해당 사업장에는 노조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하지만 그 같은 태도야 말로 소탐대실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김종구 편집인은 한겨레21 기자들을 향해 “경영진을 너무 가벼운 존재로 보지 말라”고 경고했다. 같은 질문을 드리고 싶다. 편집인이야 말로 한겨레21 편집국 기자들고 독자들을 너무 가벼운 존재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천천히 생각해보길 권한다. 본인들의 이 같은 행보로 인해 한겨레가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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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참고

[단독]박근혜 때도 기업 보수단체 거액 지원 계속돼 (한겨레21 1186호 2017 11.6)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44406.html

[만리재에서] 부끄러운 영수증 (한겨레21 1186호 2017 11.6)

http://h21.hani.co.kr/arti/reader/together/44409.html

한겨레21 ‘LG 영수증 기사’ 사장이 직접 수정 요청했다(미디어오늘. 2017.11.17.)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9841&sc_code=&page=&total=

한겨레21 기자들 “경영진 부탁, LG 쪽 해명과 일치”(미디어오늘. 2017.11.20.)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9881&sc_code=&page=&total=

게이트 키핑 vs 편집권 침해…한겨레 표지기사 논박(기자협회보 2017.11.22.)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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