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tvN 드라마 <화유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리는 칼럼을 보내왔습니다. 주연, 줄거리, CG 등이 아니라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지는 데 함께 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휴식 그리고 대가는 어떠했는지 따집니다. 행복한 노동에서 행복한 드라마가 나옵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tvN <화유기> 사태,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원하십니까?

 “안전과 휴식, 정당한 대가… ‘공정노동’으로 제작된 드라마인가요?”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tvN <화유기>가 CG로 인한 ‘방송사고’로 논란에 휩싸였다. 악귀가 등장해야 하는 신에 와이어에 매달린 ‘스턴트맨’이 등장됐다. 액자가 넘어지는 장면에서는 ‘실’이 노출됐다. CG작업을 위한 ‘블루스크린’ 또한 그대로 방영됐다. 한 시청자는 “우리나라 CG기술이 이 정도는 아닌데…”라고 일갈했다. 맞다. ‘우리나라 CG기술이 헐리우드를 넘본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던 게 아닌가. 당장 포털에서 몇몇 검색어만 넣어도 <할리우드 제작자도 인정한 위지윅스튜디오, CG기술 고도화 몰두>, <자이언트스텝, CG로 ICT 융합의 시대를 열어… 해외서도 관심>, <디지털아이디어 “규모의 차이일 뿐, CG기술 할리우드 못지 않다”> 등의 최근 기사들이 쏟아진다. 결국, CG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생각해보면, 허접한 ‘CG’ 논란을 겪은 드라마들이 꽤 있었다. KBS <꽃보다남자> ‘수영장 오리’ 씬이 대표적이다. 재밌는 사실은 남자 주인공 구준표가 여자 금잔디에 경제력을 과시하기 위한 장면이었다는 사실이다. 과연, 드라마 상 그 같은 효과가 있었을까? 논란이 커지자, 관계자들은 “시간이 부족했다”고 그 배경을 털어놨다. SBS <연개소문>의 경우, 낙화암에서 삼천궁녀가 떨어지는 장면은 가히 ‘전설’로 남을 정도다. KBS <최강칠우>가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가짜 말’을 쓴 것도 화제가 됐다. 한국사회의 CG기술의 영광과는 참 먼 한국드라마의 현실이다.

tvN <화유기> 사태, 문제는 CG기술이 아니다

결국, tvN <화유기> 사태는 ‘환경’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시간에 쫓기는 노동 말이다. 누군가는 ‘완성도 떨어지는 작품을 내놓을 바엔 차라리 방영 시점은 늦추지’라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실질적 촬영-제작이 들어간 시점에서 종영까지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제작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마도 드라마 방영 도중 후반부 CG작업 마무리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이미 한국 드라마들은 그렇게 제작-방영돼 왔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과연, 그 시간 후반부 CG작업을 하고 있던 노동자들은 어떤 심경으로 일을 하고 있었을까.1) ‘방송 스태프들의 노동’에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사태에서 무엇보다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은 ‘tvN’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tvN은 이미 드라마 <혼술남녀> 이한빛 PD의 사망으로 인해 열악한 스태프들의 노동환경이 드러난 방송사이기 때문이다.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이 농담 반 진담 반 건네는 ‘노동 착취’라는 단어가 가슴을 후벼팠어요. 물론, 나도 노동자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그네들 앞에선 노동자를 쥐어짜는 관리자 이상도 아하도 아니니까요.…(중략)…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_고 이한빛 PD 유서 중

<혼술남녀> 조연출을 맡았던 이한빛 PD는 드라마 촬영 기간이었던 52일 중 단 이틀 만 쉴 수 있었던 강행군을 펼쳐야 했다. 어디 조연출뿐이었겠나. 그런 이한빛 PD 죽음으로 한국사회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과 그 속에서 저임금-고강도 노동을 강요받았던 스태프들의 삶이 조명받기 시작했다. tvN <화유기> CG사태가 발생하자, 몇몇의 네티즌들은 ‘이 정도의 CG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라면 그 안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쉬지도 못했겠다’, ‘방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얼마나 재촉을 당했을까’라는 안타까움을 드러낸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혼술남녀> 이한빛 PD가 남긴 것…결국, 질문을 바꿔야 한다

궁금해졌다. 퇴마사와 요괴들이 등장하는 <화유기> 드라마 특성상 CG작업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방송사와 외주제작사는 이 같은 작업환경을 충분한 고려해 방영 날짜와 촬영 일자를 잡았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는 <방송중단 tvN ‘화유기’, 스태프 추락사고 있었다>2) 기사를 통해 “‘화유기’ 촬영 현장에서 세트작업을 하던 스태프가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방송사(tvN)와 제작사(스튜디오드래곤 JS픽쳐스)는 방송을 강행했다. 한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사람이 죽다시피 했는데 촬영이나 후반작업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느냐”며 “2회 방송중단 사고는 당연한 일”이라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또 CJ다. CJ 측은 이한빛 PD의 사망 후 <고 이한빛 PD 유가족과 대책위에 드리는 사과의 글>을 통해 “이한빛 PD가 겪었을 고통을 무겁고 엄중하게 받아들였다”, “그가 처한 제작환경과 일하는 방식의 문제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인사 조치 단행” 등 ‘관행적 제작 시스템 선진화’를 약속했다. 또, “외부업체 및 비정규직 제작인력 포함 제작 스태프의 근무 환경 개선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제작 과정에서의 고충과 부당행위를 청취하고 개선할 수 있는 본사 차원의 창구를 마련하겠다”라는 문구를 통해 ‘본사의 책임성’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tvN <화유기> 촬영 도중 한 명의 세트작업을 하던 노동자는 3m 높이서 추락했고, 방송사고로 이어졌다. 과연, CJ는 이한빛 PD 사망에서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고치려고 노력했는가. 왜 또 사고는 반복되고 있는가. 드라마 스태프들은 오늘도 이야기를 한다. “<화유기> 뿐이겠냐”라고. ‘방송제작인력 안정강화 및 인권보호’, ‘근로환경 개선’이 담긴 정부의 종합대책은 이 같은 사고를 막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tvN <화유기> 사태는 ‘방송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드라마가 주 67편, 월 268편이 제작되는 한국방송의 현실은 이미 비정상적이다. 제작비 절감을 위서는 제작기간을 단축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 노동자들을 안전장치도 없이 일터에 24시간 내모는 상황. 그래도 불법이 아니라는 법조문. 이 같은 상황은 건물의 부실공사를 떠올리게 한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층층이 올라가는 건물들.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철골의 수와 사람들의 안전을 바꿔치기하는 범죄. 이제 질문은 바꿔야 한다. ‘고퀄리티’라는 드라마의 완성도에서 질문을 끝내지 말아야 한다. “안전과 휴식, 정당한 대가, ‘공정노동’으로 제작된 드라마인가요?”라고 묻자. 이 같은 물음에 방송사들은 뭐라고 답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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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락사고 ‘화유기’ 스태프 두달 간 하루 17시간씩 일해”(2017. 12.28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a130ff2750734d24b37e199e4e419570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세트비용은 드라마 한 회당 100만원 미만이지만, 계약 방식에 따라 30만원 이하도 가능하다. 세트비용이 내려가니 하청업체는 값싸고 질 낮은 자재를 쓰게 되는 구조다. MBC아트 관계자는 "3m 높이의 얇은 천정합판 위에서 작업하던 A씨는 이를 지탱하던 부실한 자재(스프러스)가 부러지면서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2) 방송중단 tvN '화유기', 스태프 추락 사고 있었다 (2017.12.26.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ad9094f90c39451eacb36a65462bc0ec

“26일 ‘화유기’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3일 새벽 1시께 경기 용인의 ‘화유기’ 세트장에서 천장에 샹들리에를 매달기 위해 작업하고 있던 A씨가 3m 이상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허리뼈와 골반뼈가 부서지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사고 당시 ‘V자’ 형태로 추락해 허리부분이 1차 충격을 받은 뒤 곧바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2차 충격이 가해져 뇌출혈 증세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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