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전해지는 남북관계 보도 내용을 살폈습니다. 추측을 통한 ‘단독’ 보다는 신중하고 정확한 보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확인된 바 없다’고 하면서 계속해 관련 내용을 전하는 문제를 다룹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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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보도는 언제쯤 바뀔까?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바야흐로 남북 긴장해빙의 시대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평화분위기로 가고 있다. 북한에서 선수단과 응원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은 경의선을 타고 한국에 올 예정이며,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행사도 열린다. 북핵이며, 사드며 전쟁이 바로 일어날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에 날아간 듯 훈풍이다. 좋은 징조다. 평화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생존과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니까.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단지 동계올림픽 개최가 있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위원장이 신년사1)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용의를 밝히고,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본격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환영하며 북한과 실무접촉을 하면서 중국 씨진핑이 말한 쌍중단(한-미 군사훈련 중단, 북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 현실화가 눈앞이다. 누군가는 중단이 아니라 연기라고 할지라도 일단 경기기간동안은 중단되고 한동안 평화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변화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벗어나면 북미관계도 바뀔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일 것이다. 새 정부도 북한의 제안을 받는 것이 대북정책을 실현하기 좋은 기회니 지금의 북한의 대화요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아직 여전히 북한과 미국은 서로에게 ‘핵타격 사정권 핵 단추’ ‘쌍중단 거부’ 운운하며 적대적이고 험한 말을 쏟아내지만 이건 언제든 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지금의 한반도 해빙분위기는 우연이 아니라 양 정부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북한저널리즘은 정확성보다 선정성?

이러한 해빙분위기를 언론이 잘 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마주할 북한의 모습, 또는 우리가 바라는 평화적 남북관계를 제대로 그려낼 때 사람들은 한반도 평화의 미래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북한보도는 선정적인 추측성 보도를 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아직 남북이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고 교류하는 상황이 아니다. 공적 교류와 민간교류가 중단됐고 이를 불가능하게 하는 적대적 제도와 정책이 존재한다, 헌법은 여전히 한반도를 영토권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서슬파란 국가보안법이 있다. 게다가 북한의 실상을 쉽게 알기는 어려울 정도로 북한은 폐쇄정책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그렇다보니 북한 관련 정보를 얻는 게 어렵다. 한국정부 당국자도 속 시원히 말하지 않고 북한의 공식 발언과 입장 외에는 거의 알 수 없다. 그렇다보니 북한보도는 공정성, 정확성 등의 보도 원칙을 무시해도 쉽게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거기에 황색저널리즘과 편견이 덧붙이면 가관인 기사가 판을 친다.

최근 북한실무협상 대표단으로 참여한 현송월 모란봉악단장에 대한 보도가 그렇다. 1월 15일 현 단장의 김정은 위원장의 애인설을 보도한 일간지만 6개(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다. 하물며 종편은 어떻겠는가.
 

보도의 정확성을 고려하지 않고 ‘아니면 말고’식의 북한보도는 이미 문제된 바 있다. 2013년 8월 한 보수언론이 ‘현송월 처형’ 보도를 하자, 이후 종편과 다른 보수 매체들이 연달아 이를 보도했다. 북한 은하수관현악단 소속 예술인 10여명이 음란 동영상을 찍은 혐의로 총살됐으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애인이었던 현송월이 포함됐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2014년 북한 모란봉악단의 현송월 단장이 조선중앙TV에 나타난 것이다. “우리 군대와 인민을 위하여 예술창작 창조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 올리겠다”고 연설까지 했다. 죽은 사람이 살아났으니 창피도 이만저만한 창피가 아니다.

 

여성을 바라보는 차별의 시선

카더라식 부정확 보도에 더해 차별적 시선이 더해지면 선정성은 더 심각해진다. 성차별적 인식에 기반한 여성의 외모에 대한 보도가 많고 고위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실력보다는 성적 자원이나 인맥일 것이라는 추측이 그렇다. 젊은 여성이 고위직에 실력으로 오를 수 없다는 편견이다. 그가 어떤 실력이 있는지, 그가 어떤 정책적 비전을 갖고 있는지는 언론의 관심 밖이다.

협상에 나온 현 단장은 지난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 위원으로 뽑혔고 이번에 남북실무협상 대표단으로 한국에 왔다. 그럼에도 그의 외모와 화장스타일, 들고 나온 가방에 대한 보도를 하는 태도는 2013년과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그가 승승장구하는 것은 김정은이나 김정일의 애인이거나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와 친하기 때문이라는 추측보도까지 나왔다. (MBN 현송월은 누구 https://goo.gl/JGeRSN)2)

 

동아일보 기자를 지낸 신석호 씨는 북한보도는 알 수 없기에 정확성보다는 신속성이 중요하다며 영상을 바탕으로 추론하라고 권한다. (<“신속보도가 생명……불확실하면 추론이라도 전하라”-분단저널리즘 뛰어넘기, 신석호, 리북, 241쪽>) 그러면서 채널A가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실체를 모르고 보도한 것을 당당하게 예로 들었다. “김정은 바로 옆에 젊은 여성이 앉았다. 무조건 기사가 될 것 같았다.” 먼저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을 추측해 먼저 보도한 것이 훌륭하다고 보는 접근이다. 전형적인 선정적 보도다.

한동안 선점보도, 단독보도가 부추기는 북한보도의 선정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거 같다. 주목을 받기 위해서라면 ‘아무말대잔치’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이 있어서다. 국제경기에 대한 이해조차 없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의) 인공기 입장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한다"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발언이 우프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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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대표단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수도 있을것입니다. 한피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것은 응당한 일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민족자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모든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해결해나갈것이며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내외반통일세력의 책동을 짓부시고 조국통일의 새 력사를 써나갈것입니다.” (北 김정은 신년사 전문, 올해 북한은 어디로? CBS노컷뉴스 2018-01-01)
http://www.nocutnews.co.kr/news/4900442#csidx4ef22b8b2c6f60a8d09fb2f6f80048f


2)【 질문3 】 그런가하면 현송월을 둘러싼 갖가지 염문설이 있는데, 먼저 '김정은의 옛 애인 중 한 명이다'는 이야기, 맞습니까.
【 기자 】 글쎄요, 당사자들만 알겠지만, 대북 소식을 잘 아는 인사는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히려 김정은과 현송월보다는 김정은과 현송월 남편이 가깝다고 말했는데요.
2000년대 초 김정은이 잠시 군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상관을 현송월에게 소개해줬다는 겁니다. 이 밖에도 현송월은 김정은이 아닌 김정일의 애인이다, 또 김정은 부인 리설주와 은하수관현악단에서 만난 친분 덕분에 김정은의 신임을 얻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MBN뉴스 1.14 뉴스추적 중 https://goo.gl/JGeRSN)

3)안철수 "평창 입장 때 우리나라 상징 보여야…인공기 절대반대"(연합뉴스 2018.1.14.)
“안 대표는 "평창올림픽은 우리가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힘들게 전국민적 열망을 모아 유치한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상징을 반드시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아가 인공기 입장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1/16/0200000000AKR20180116087800001.HTML?input=117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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