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연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이 여전히 남녀 성 역할을 고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 결혼했어요>, <동상이몽 2>에 이어 이번에는 <미운우리새끼>입니다. 지난해 예능상을 받은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성 중심적인 여성 외모 평가’ ‘여성 배우를 놓고 펼쳐지는 이상형 월드컵’ ‘아기 잘 낳고 살림을 잘 하는 것’이 여성의 역할이라는 가치관이 반복됩니다.  황 활동가는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해왔습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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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우리새끼>의 '신붓감' 구하기

 

SBS 예능인 <미운우리새끼(이하 미우새)>의 주인공은 모두 남성이다. 이 프로그램은 결혼하지 않은 남성들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함께하는 모습을 관찰카메라 형태로 보여준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함께 강조되는 것이 이들의 나이이다. 인물별 VCR이 재생되기 앞서, 이들의 이름 앞에는 ‘생후 OOO개월’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이를 통해 철들지 않는 모습을 강조한다. 스튜디오에 패널로 나오는 아들들의 어머니들은 주인공들을 애증의 시선으로 보면서 그들의 ‘짝’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한다.
 

MC와 어머니들이 결혼 혹은 연애를 성사하고자 하는 노력 속에서 여성은 어떻게 등장할까? 결혼생활에 대한 이슈가 남성과 여성 모두를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미우새>는 안타깝게도<우리 결혼했어요>나 <동상이몽2>와같은 프로그램에서 재생산되는 전통적 가치관을 그대로 답습한다. 게스트로 등장한 여성의 ‘살림 실력’을 궁금해하거나, 특정 여성의 ‘실물’은 어떤지 궁금해 하는 모습이 그 예이다. 특히 평가의 위치에 있는 ‘미운 우리 새끼’의 어머니들과 남성 MC들이 여성들을 이미 ‘예비 며느리’로 상정하는 발언들이 반복된다. VCR 속 여성을 '금발머리의 여성'으로 묘사하거나, 친구사이인 남성과 여성이 만나는 장면을 파파라치 구도로 촬영하는 것 역시, 두 사람이 애정관계에 놓여있기를 바라는 MC와 패널, 출연진의 의도가 반영된 듯 하다.

 

 

또한 프로그램의 주인공 격인 남성들의 결혼이나 끼니, 생활을 걱정하는 것이 모두 어머니라는 것은, 사회인이 되고 독립한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이 여전히 여성의 역할임을 강조한다. 실제로 출연 남성이 혼자 거실에서 라면을 먹는 모습을 딱하게 바라보고 연출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이러한 장면은 <미우새>라는 프로그램 전체의 맥락 안에서 ‘결혼하지 못하고 혼자 라면이나 끓여먹는 남성’을 연민의 시선을 받을만한 모습이 된다. 그리고 이 빈 부분을 채워주어야 하는 신붓감이나 며느릿감이 게스트 등으로 계속 등장한다. ‘아기를 잘 낳고 살림을 잘 하는 것’이 여성의 역할이라는 과거의 가치관이 예능이라는 형식을 만나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특히 술자리에서 지인인 여성들을 언급하면서 외모를 평가하거나, 이들에게 실제로 전화를 걸어 술자리로 불러내고자 하고자 시도하는 모습 속에서 남성중심적인 말들도 자주 등장한다. 남성 MC가 ‘술자리에서 여성을 많이 부르는 남성이 리더 역할’ 이라고 말하거나, 여성 연예인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전화하고자 하는 남성에게 ‘니가 그 사람 번호를 어떻게 아냐’는 등의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언뜻 여성의 존재를 띄워주고 치켜세우는 듯 보이지만, 젊음과 아름다움을 가진 여성을 남성이 선택하고 불러낸다는 차별적인 고정관념의 반복이다.

 

<미우새>가 묘사하는 결혼생활

이러한 고정관념은 <미우새>에 여성게스트가 등장할 때의 구도와 겹쳐지게 된다. 특히 토니와 그 친구들이 여성 배우들을 놓고 이상형 월드컵을 펼치거나, 해당 배우의 촬영장에 간식 차를 보내는 등의 행동, '장가보내기 위원회' 같은 말로 포장되는, 주변 여성들에게 전화를 걸어 호감을 확인하는 것 등은 상대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일방적 행동이지만, 남성이 구애하거나 커플로 연결하고자 하는 것이 프로그램 안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어버린다.

결혼하지 않은 남성 게스트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머니인 패널들에게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한다. 또, 결혼한 남성은 패널들에게 아들과 이어줄 ‘색시’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심지어는 특정 여성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신붓감 고르기 토크’를 이어가기도 한다. 결국 이런 이야기의 결론은, 적당한 때가 되면 짝을 만나 결혼을 해야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야 정상적이고 행복한 삶이라는 환상으로 이어진다.

갖가지 과정을 거쳐서 결혼하더라도 남성은 결혼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 역시 <미우새>에서 반복되는 예능 속 클리셰이다. 예를 들어 '아내가 보고 있을 때 유부남은 어떻게 말해야하는지‘를 두고 농담을 한다거나, 유부남이라면 응당 결혼을 후회해야 한다는 프레임이 반복된다. 물론 모든 방송에서 이러한 ‘정상가족’ 관념을 깨는 것은 힘들겠지만,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이렇게까지 반복할 필요가 있을지 궁금하다.

마치 ‘애처가’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두고 그 남성을 ‘남자들의 공공의 적’ 이라는 자막을 사용하는 것이나, 길을 지나가는 여성 혹은 결혼식장에서의 신부를 향해 ‘예쁘다’고 외모평가를 하는 장면들이, 지상파의 친근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흔한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정말 괜찮은 것일지,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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