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호]조직대상 확대-지역본부 설치 급선무

2001-09-26     언론노련
산별, 1년을 돌아보며<2> 산별의 조직원칙비정규직 배제는 자본의 전략...산별답게 가자조직의 기초단위는 지역, 기업별노조 한계 깨야 "상반기 진행 사업을 개략만 해도 너무나 많은 일들이 터졌고 또한 벌였다. 산별 조직으로 전환했다고는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여전히 기업별 조직인 언론노조가 감당하기는 무리였던 측면도 있다. 상반기 사업은 신문개혁투쟁에 거의 모든 역량을 쏟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언론노동운동 이래 초유의 싸움을 진행한 부분은 당연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급속도로 쇠퇴하거나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있던 신문 조직을 이끌어낸 것은 신문 노조의 역할과 위상을 제고한 것은 물론 안으로부터의 개혁을 추동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언론개혁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된 것은 우리 사회 민주화의 큰 진전을 의미한다. 여기서 언론노조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언론개혁투쟁에 언론노조 대부분의 역량이 투입되면서 산별체제의 정비나 임·단협은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산별체제 정비 문제는 언론노조의 장기적 발전을 전제한다면 출범 후 1년의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이와 관련한 상반기 활동은 거의 전무했다. 하반기 사업은 산별체제의 정비 문제에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 …" (언론노조 상반기 사업평가 중, 9.7∼8 사무처 워크숍) 먼저 조직대상에 대한 문제입니다. '전국의 언론산업 및 관련 사업 노동자는 조합에 가입'(제7조, 조직대상)할 수 있습니다. '관련 사업 노동자'까지 명기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부문의 노동자가 언론노조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막 말로 금속노동자도(실제로 미국의 경우 출판사 편집자나 기자들 일부가 자동차노조에 가입)가입할 수 있는데, 사실 언론 '관련' 산업 아닌 데가 어딨습니까. 다만 산업별로 노조가 나뉘는 것은 노동의 동질성, 요구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묶는 것이 노조의 단결력과 교섭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산별노조의 조직대상은 제한이 없습니다. 기업과 직종, 정규직과 비정규직, 퇴직자, 실업자, 예비노동자 등의 구분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 가입 자격을 완전히 개방하고 가능한 최대 규모로 조직하는 것, 바로 산별노조의 가장 중요한 조직원칙입니다. 비정규직 문제로 곤혹스러운 노조 간부들이 많습니다. 산별이 되면 이 문제도 빠른 시간 안에 해결될 것으로 많은 조합원들이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산별노조가 기업별노조에 비해 많은 부분 유리한 조건이지만 비정규직의 조직화나 정규직화는 대단히 어려운 사업입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노조 간부들의 의식전환, 상식적인 노사관계의 형성, 정부의 정책적·법적 배려 등이 함께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비정규직노동자 보호를 위한 지속적 노력(Campaign)과 파급력이 큰 몇몇 사업장의 조직화 등이 중요하며 그 출발은 노조 간부들의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전환입니다. 원칙과 현실의 괴리가 분명히 있지만 노조간부들의 인식전환과 의지 없이는 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 조합원'만 생각하면 노조는 기득권을 추구하고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조직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백 년 전 유럽 노동운동이 가르쳤던 것도 다름 아닌 이 부분입니다. 비정규노동자는 전체 천 삼백만 노동자 중 칠백만 명을 넘어 섰습니다. 내 한 몸 상관없다고들 말하는데, 그렇지도 않은 게, 결국은 자본측의 물귀신 작전에 놀아나게 됩니다. 저 사람들은 저렇게 일하고도 이만큼만 받는데 너희는 뭐냐, 더 일하고 임금도 줄이자, 이런 식입니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말도 있지요. 비정규노동자를 앞에 세우고 정규직노동자가 뒤에 섰지만 자본측의 포화에 구멍 뚫리는 민주노총의 포스터는 섬뜩하지만 가감 없는 진실입니다. 비정규직을 말했지만 중소사업장노동자, 다양한 계약직노동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으로 조직체계 문제입니다. 산별노조 조직체계의 원칙과 방향은 지역을 근간으로 한 수직체계로의 재편입니다. 조직의 기초 단위는 지역인 것입니다. 이럴 경우 단체교섭은 보통 독립적인 교섭위원회가 지방본부 차원에서 행하기 때문에 지방본부(광역 단위)는 특히 중요합니다. 중앙본부는 전국 단위의 임금교섭, 주요 공통 사안들에 대한 단체교섭의 주체가 되고 법률지원, 정책대안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이 체계로 재편하면, 현재의 기업지부는 모두 지방본부로 편재되고 지방본부 중심의 활동을 펼쳐나가게 됩니다. KBS나 MBC의 지역지부는 지방본부로 편재되지만 임·단협은 별도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국금속노조가 이 조직체계로 출발했고, 언론노조 또한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이렇게 바꾸는 게 맞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중앙본부가 80∼90개 지부를 직접 관장(뿐만 아니라 개인 가입자가 점차 늘어나는데 이의 조직 관리 문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현재의 '중앙-기업지부 체계'는 변형된 기업별 체계로 혹평할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조직강화·확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중앙-기업지부 체계'에서는 자기 회사만 신경쓰기 마련입니다. 회사 밖의 문제나 조직화는 남의 일입니다. 언론노조의 고민도 있습니다. 현재의 조직체계가 기형적 체계임은 분명한데요. 절대적인 조합원 수의 부족(최소 십만 명은 되야), 서울에 집중된 사업장과 조합원, 기업별노조의 관성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부산·경남 지역 정도가 최소한의 지방본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그 밖의 지방은 조합원 수나 사업장 수에 있어서 아직은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매체별협의회, 직종별협회(기자협회, PD협회 등)의 문제가 있는데요, 이 사안은 의외로 예민하고 큰 문제라서 별도로 다루겠습니다. 다만 회의 관련 내용은 한 번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령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리면 회의의 내용이나 결정사항이 조합원들에게 전달되느냐의 문제입니다. 중앙집행위원은 자기만 알고 있지는 않은지, 또한 회의 결과를 전달받은 각 지부는 지부회의에서 공유하는지 등은 지나치기 쉽지만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노조의 회의 결정 사항을 조합원들에게 공지하는 것은 간부들의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박강호(언론노조 부위원장)/ 언론노보 313호(2001.9.26)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