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호]사직서는 최후의 보루...

2001-10-17     언론노련
일괄사표라도 선별수리하면 효력 인정<> 강을영의 노무상담A는 회사가 정기인사일에 차장급 중에서도 유독 자신만을 기존 부서와는 동떨어진 한직으로 발령내자 이에 항의하는 뜻에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처음에는 회사측에서 '미안하다' '인원배정상 어쩔 수 없었다' 라고 하더니 며칠이 지난 어느 날 A에게 사직서를 수리했다는 내용증명 우편이 배달되었다. 이에 당황한 A는 진정으로는 사직할 의사가 없었고 단지 항의의 뜻이었다며 비진의의사의 사직서라고 주장해 보았으나 회사는 사직서 철회를 거절했다. 현재 법원의 입장으로는 이 경우에 사직서의 비진의를 주장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최근 판례는 근로자가 스스로 제출한 사직서의 효력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IMF를 겪으면서 회사가 특정인을 지정하여 권고사직을 강요하거나 특정부서를 대상으로 일괄사표를 제출 받아 선별 수리하는 사례들이 빈번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회사가 근로자에게 사직의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직서를 수리한 것이므로 비진의의 사직으로서 무효라는 내용의 판결을 주로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직서의 효력을 넓게 인정하고 있으며 특히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사직서를 요구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그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있으므로 사직서 제출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판례는 명예퇴직 과정에서 다소 위협적인 언사를 사용하거나 명예퇴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있음을 고지하는 정도의 강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가 대체로 사직이 여러 방법 중 가장 낫다고 판단하여 자필로 된 사직서를 제출하였다면 이를 비진의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대부분 보이고 있다.특히 회사가 근로관계 종료 이외에 다른 용도로만 사용하겠다며 사직서를 요구하는 경우에도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였다면 추후 불행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당시 사직서를 요구했던 경영진이 퇴직하거나 입장이 돌변하여 원래의 사실을 부인한다면 근로자로서는 이를 입증할 방법이 궁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퇴직의사가 없는 한 회사가 위협을 가한 경우이거나 항의의 표시를 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근로자로서는 사직서를 쓰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할 것이다./ 언론노보 314호(2001.10.17)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