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호]영화이야기
2001-11-14 언론노련
임순례 감독 <와이키키 브라더스>몰락하는 삼류밴드를 통해 바라보는 행복의 의미'삼류인생이지만 삶은 계속되고 희망은 있다''고양이를 부탁해 살리기 시민모임' '와사모'(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코미디영화가 폭발적 호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저예산영화, 오락성보다 작품성에 역점을 둔 영화에 대한 지지운동이 잇따르고 있다.이런 가운데 '와이키키 브라더스' 제작사인 명필름은 좌석 점유율 40% 조건(일주일에 5,000명)으로 서울 시네코아 극장의 한 관을 임대했다. 3천만원에 먼저 2주간 임대하고, 40%를 넘으면 2주간 연장한다는 조건이다. 제작사가 극장을 임대해 영화 상영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뮤지컬적 '넘버3'다. 한국판 '모베터 블루스'이다. 시류에 밀려난 밤무대 밴드 일원들의 삶을 흥겹고 슬픈 노래 속에 버무려 놓았다. 웃음속에 눈물이 묻어나고 울다가 웃게 만드는 묘한 영화다. 고교시절 세계적 록그룹을 꿈꿨던 성우(이얼)는 삼류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싱어이자 리더이다. 밤업소에 불경기가 닥치면서 밴드는 지방 향토축제와 주민의 회갑잔치 반주로 명맥을 유지한다. 그런 끝에 성우의 고향 밤무대에 또아리를 튼다. 한때 멤버가 7명이었지만 이제는 3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야기는 밴드의 몰락 과정을 따라간다. 우직하고 순박한 드러머 강수(황정민), 약삭빠른 오르간 주자 정석(박원상)도 떠나면서 성우는 자신에게 기타를 가르쳐줬던 은사 병주(김영수)를 영입하지만 결국 혼자 남게 된다.닮은 꼴 가수 너훈아와 나윤아, 이영자 흉내로 사고 코너를 땜짐하는 식당 아주머니, "세상만사 모든 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 그런대로 한세상/ 이러구러 살아가고…"라는 노래는 성우의 현재 모습에 다름 아니다. 화려했던 봄날을 탕진하고 이제는 소주에 기대 사는 병주는 그의 미래, 음악을 하겠다는 웨이터 기태(류승범)는 그의 과거 모습에 해당된다. 다큐 드라마를 연상시키던 영화는 성우와 인희(오지혜)를 거듭 만나게 하면서 멜로드라마 색채를 띈다. 여고시절 '아이 러브 로큰롤'을 신나게 불러대던 인희의 삶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다. 남편을 잃은 그는 로큰롤 대신 트럭을 몰고 야채를 팔아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인희는 자신의 처지를 알고 속내를 감추는 성우를 따라 나서 밤무대에 선다. 인희가 자신의 아파트로 성우를 초대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성우가 룸살롱에서 취객의 강요로 옷을 벗고 윤수일의 '아파트'를 반주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정점을 이룬다. 호스테스도 손님도 벌거벗고, 수영복 차림의 금발 미녀가 나오던 비디오 화면은 고교시절 벌거벗고 해변을 달리던 성우 등의 모습으로 대체된다. 퇴출당한 공무원인 성우 동창생의 "우리 중에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놈은 너밖에 없는데 정말 행복하냐"는 물음에 이어지는 이 장면은 사람들이 꿈꾸는 삶과 혹독한 현실의 간극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되묻는다. '라밤바' '불놀이야' '내게도 사랑이' 등 30여 삽입곡 가운데 유일하게 전곡이 불려지는 마지막 장면의 '사랑밖엔 난 몰라'는 삼류 인생이지만, 그머저 막다른 길에 이르렀지만, 삶은 계속 된다고,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지난 4월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을 장식했던 작품으로 '세친구'의 임순례 감독이 연출했다. 그는 극의 사실감을 위해 연기력과 이미지 위주의 무명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이들은 물론 오지혜, 류승범, 민중사진작가협회 김영수 회장의 연기도 빼어나다. '세친구'와 마찬가지로 소외받는 인물의 삶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조명했다. / 언론노보 316호(2001.11.14)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