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호]"독립언론 꿈꾸처 천막에서 맞는 새벽"

2001-11-29     언론노련
찬바람 몰아쳐도 동지애 넘치는 7평 거리의 노조실광주매일 조합원 천막생활 10일째"동트는 새벽 밝아오면 붉은 태양 솟아온다. 피맺힌 가슴 분노가 되어 거대한 파도가 되었다… 너희는 조금씩 갉아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미명의 푸른빛이 감도는 새벽녘. 누군가 부르는 '단결투쟁가'에 하나 둘 잠을 깨는 동지들. 이렇게 광주매일 노동자들의 천막살이 하루 일과는 시작되고 있다.지난 19일 광주매일 노동자들의 '독립언론 쟁취와 언론개혁 완수'를 위한 투쟁에 새 국면이 열렸다. 거리로 내쫓긴 노동자들이 투쟁의 새로운 거점이자 해방공간인 천막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다음날인 21일. 먼저 들어선 '투쟁관'을 별관으로 그 옆에 본관인 컨테이너박스를 설치, '승리관'으로 이름을 붙였고 '光州每日勞動組合' 현판도 달았다. 비록 3평짜리 천막과 7평 짜리 컨테이너지만 이 곳엔 광주매일 사이버 투쟁의 중심인 인터넷 코너를 비롯, 전화와 팩스, 각종 자료집, 냉장고, 가스스토브까지 장만, 야전사령실을 방불케 한다.천막 투쟁 9일째인 27일. 어느덧 광주매일 노동자들 사이에는 '동지'라는 칭호가 어색함없이 불리워지고 있다. 어느 날 밤 한 동지는 '걸인의 일곡성-광주매일 고제철 회장 집으로 담장 높이만 4M에다 철통같은 보안감시카메라가 설치된 외국에서 봄직한 저택(마치 교도소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게 한다)-엔 곪은 삶의 냄새와 썩은 계란냄새가 나지만 우리네 작은 '왕인의 천막'에는 따뜻한 인간내음과 맛있는 후라이 냄새가 난다'고 멋들어지게 한편의 시를 읊었다. 투쟁의 나날들 속에 동지들 모두 시인이 되고 '투사'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없는 사람이 살아가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한다. 하지만 천막살이 광주매일 노동자들에게는 한 이불을 덮고 함께 부둥켜안고 잘 수 있는 겨울이 더 좋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지만 옆 사람의 체온을 느끼며 모진 칼바람 추위를 이겨 낼 수 있는 겨울이기 때문이다.갈수록 수은주가 떨어지는 겨울. 몇주 전만해도 백옥같이 뽀얗던 동지들의 얼굴이 칼바람과 찬물에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있지만 그 어느해보다 사람답게 산다는 생각에 누런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광주매일 노동자들. 그 어떤 설한풍도 훈훈한 동지애와 독립언론 쟁취의 밝은 미래에 대한 믿음 하나로 무장한 광주매일 노동자들을 막지 못할 것임을 이곳 천막생활을 통해 느낀다. 우리 투쟁의 소중한 그 무엇을 안겨다주고 있는 우리의 보금자리 광주매일 야전막사여 영원하라. / 언론노보 317호(2001.11.28) 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