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호]영화이야기

2001-12-12     언론노련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세계에서 1억2천만여부가 팔린 소설, 단일 스튜디오 기준으로 가장 많은 1억6천만 달러(약 2천80여억원)의 제작비, 제작 초기부터 펼쳐온 AOL 타임워너의 대대적인 홍보….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Harry Potter & The Sorcerer's Stone) 열풍은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작과 별도로 완성된 영화만을 놓고 볼 때 전 세계에 일고 있는 '해리포터' 열풍은 지나친 감아 없지 않다. 국내에서는 두 권으로 나온 동명소설 1부를 영상화한 이 작품은 원작자 조앤 K. 롤링이 계약 당시 요구한 대로 소설과 내용이 똑같다. 2시간 32분에 소설 내용을 다 담을 수 없는 만큼 세 주인공 외 다른 인물과 일부 상황이 생략돼 있다. 사건의 전개가 히어로 대 앤티 히어로의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세 주인공이 잇단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것으로 엮어져 있다.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고아인 해리포터의 일반 가정생활과 마법학교 입학과정, 그리고 마법학교에서의 모험담이다. 해리포터의 가정생활은 심술궂은 팥쥐와 그 부모 아래에서 구박받는 콩쥐를 떠올리게 한다. 마법학교 입학과정, 학교 생활은 모범생 악동들의 모험 어린 활약으로 채워진다. 세 주인공이 불로영생을 가져다 준다는 신비한 '돌'을 차지하려는 마법사 악당들의 음모를 저지시키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수백개의 촛불이 공중에 떠있는 신입생 반 배정식, 머리가 셋 달린 개, 움직이는 계단, 입으면 투명체로 둔갑시켜 주는 망토, 살아 움직이는 체스판 등 영화는 시종 최첨단 특수영상의 진면을 보여준다. 반 대항으로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며 벌이는 '퀴디치' 경기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로 손꼽을 만하다. 현실에서 소외받던 왜소한 어린이가 마법의 세계에서 영웅적 활약을 펼치는 게 소설의 재미. 어린이들에게는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고, 어른들에게는 동심에 젖게 했다. 해리포터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사후에도 정신적 물질적으로 아들을 돕는 어머니를 통해 진한 감동도 자아냈다.반면 영화는 재미를 자아내는 데 그치고 말았다. 최첨단 특수효과와 영상으로 포장된 전형적인 할리우드 판타지 모험영화, 어린이판 '인디애나 존스'다.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단번에 등장인물과 사건의 전모 등을 간파하기 힘들고, 이야기 구성이 촘촘하지 않다. '삶을 외면하고 꿈만 꾸는 것은 인생을 탕진하는 것' '머리보다 중요한 건 용기와 우정'이라는 대사가 이 영화의 메시지에 해당하지만 그마저 오락성에 휩쓸려 버렸다. 4만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해리포터 역을 차지한 대니얼 래드클리프를 비롯해 루퍼트 그린트, 엠마 왓슨이 세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원작과 달리 대니얼은 외모가 수려하고 총명한 이미지이고, 엠마도 못생긴 빨강머리가 아니라 외모가 앙증맞다. 루퍼트는 원작의 느낌을 준다. 루퍼트가 해리포터를 맡았더라면 할리우드적 정형성을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성인 역은 리차드 해리스, 로비 콜트레인, 매기 스미스, 피오나 쇼 등이 맡았다. '나홀로 집에'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으로 유명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연출했다. 전작을 통해 가족관객을 사로잡는 노하우를 지닌 그는 스필버그식 동화적 모험담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원작이 지닌 독특한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감독은 현재 2편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배장수 / 경향신문 생활문화부 차장/ 언론노보 318호(2001.12.12) 4면